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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Oct 05. 2023

정말 당신의 시간을 되돌리길 바라나요?

브랜드 기획자의 업의 일지 #9. 브랜드 메시지의 변화



 23년 상반기, 어느 스킨케어 브랜드의 경험 전반에 대한 리뉴얼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의뢰 당시, 브랜드 디자인 에센스는 유지한 채, 모기업의 기술력과는 차별화된, 브랜드만의 스토리 및 방향성을 구축하는 일을 요청받았다. 


자세한 프로젝트의 내용은 곧 공개할 예정이다. 



스킨케어 브랜드의 화두는 언제나 ‘시간’이다. 

과연 그럴까? 얼마나 그럴까?


화장품 브랜드들의 슬로건을 살펴보자.

(순위 없음, 브랜드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음)


   

피어라, 그리고 지는 법을 잊어라

소녀의 피부로 돌아가다

시간조차 발길을 멈춘다

불멸의 피부

지금 당신의 피부는 Rewind Skin

영원히 20대로 그녀들을 만나다

당신이 잠든 사이, 피부는 더 어려집니다

10살 어려 보이는 피부

피부 시계를 돌려라

그녀의 피부, 나이를 잊어버리다

어려진 피부, 아름다운 열정

주름이란 그래서 야속한 거야

피부로 나이를 감추다

상상해 보세요. 영원히 늙지 않는 피부

시간을 지배하는 아름다움

여자의 나이, 피부로 결정되다

피부로 나이를 지우다

여자 나이는 한 살씩 늘어나지 않아요

내 피부의 시계는 왼쪽으로 돈다

(이하 생략)




시간에 대한 언급이 놀라울 정도로 집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내용까지 종합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정서와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물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갈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향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효리 역시 22년의 인터뷰에서 “어떤 때는 인간이 다 늙는 거지! 하다가도, 가끔은 나 왜 이렇게 늙었지?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나이 들면 여러 가지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제일 젊은 오늘 하고 싶은 걸 더 열심히 하면서 즐기길 바란다” 고 조언했다.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204011847246810)


이러한 흐름이 화장품의 영역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자동차 등 우리를 둘러싼 많은 브랜드가 ‘나다움’을 외치는 시대다. 화장품 산업 역시 보다 더 젊어지는 것을 갈망하고 시간을 거스르는 비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이제 소비자들은 과도한 희망이 헛소리라는 것을 알만큼 충분히 똑똑하기에. 


우리는 스스로 현재의 자신이 어떤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미 충분한 지금의 자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고 싶은 갈망이 더 크다.


 존재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스스로 주관하고, 당면한 현실을 초월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현대인에게 부여하는 방식은 단순히 어떤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브랜드의 철학에 동의하고 그것이 어떻게든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어 스스로의 행동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식이 브랜드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믿는다. 


이번 프로젝트에도 이런 방향성을 담고자 하였고, 긴 시간 고민했던 과정이 떠오른다. ‘Perpetual enthusiasm’라는 다소 영적인 영역까지 포괄해 지속적이고도 영원한 열정을 브랜드 메시지로 채택했다.


 컨설팅을 진행했던 브랜드의 역량과 의지가 이런 선언을 할 만큼 충분한 그릇을 가졌음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했으며 그 확신을 바탕으로 나 역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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