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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Sep 02. 2023

푸른빛 배신, 블루문의 진실

정교한 단어 사용 #3. 어원의 중요성

 영어권 문화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네임을 개발하거나 영어 단어를 활용해 브랜드의 버벌자산을 만들어내는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것은 이 단어는 왜 이런 모양새가 되었는가, 즉 어원에 대한 기본 자료 수집이다.


 며칠 전 휘영청 밝은 두 번째 달을 "슈퍼 블루문"이라고 부르며 시끌시끌했다. 덕분에 일상을 살아내기 바쁜 현대인들이 한 번쯤 하늘을 바라보는 이벤트가 되기도 했다. 어스름 저녁이 밀려들자 SNS에 사는 다정한 사람들이 앞다퉈 블루문을 챙겨보라고 성화였다. 


'음, 블루문? 나가볼까?'


산책 삼아 나가 만난 블루문은 예상외로 푸른빛이 아니었다. '음...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본래 색이 보이지 않는 걸까?' 별생각 없이 산책을 마치고 들어왔지만 계속 궁금했다. 다음 날 도착한 아침 신문이 의문을 풀어주었다.


블루문은 왜 뜨는 건데?


 일반적으로 보름달은 1년의 각 달마다 뜨기 때문에 총 12번 떠야 마땅하다. 하지만 보름달의 주기는 29.53059일(29일 12시간 4분 3초)이며, 이 주기가 태양력의 한 달(28~31)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보름달이 뜨는 날이 태양력 기준으로 조금씩 밀리다가 윤달과 마찬가지로 19년마다 7번, 5년마다 2번 정도의 주기로 1년에 13번의 보름달이 뜬다.

 수백 년 전의 기록에 의하면, 원래 블루문은 동양의 24 절기에 의해 사계를 나누고 그 중심인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사이에 보름달이 4번 뜨면 그 계절의 3번째 뜨는 달을 블루문이라고 했다. 2021년 8월 22일 전통적 블루문이 떴는데 이것으로 예를 들어보면, 2020년 12월 21일이 동지였고, 이를 기준으로 보름달을 세면 총 13번이 된다. 동지에서 춘분 사이는 총 3번의 보름달이, 춘분에서 하지 사이는 총 3번의 보름달이, 하지에서 추분 사이는 총 4번의 보름달이, 추분에서 동지 사이는 총 3번의 보름달이 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계절의 보름달을 셀 때, 그 계절의 첫 절기일부터 다음 절기의 전날까지 계산한다. 쉽게 말해, 2020년 12월 21일 동지 당일을 포함해서 2021년 3월 19일 춘분의 전날까지가 한 계절인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21년 3월 20일 춘분부터 하지 전날인 6월 20일까지의 보름달을 세면 된다.(잘 따라와야 한다. 나도 여러 번의 시도만에 이해했다.) 이렇게 네 계절 중 하지에서 추분 사이에 뜨는 4번의 보름달 중 3번째 보름달인 8월 22일을 블루문이라고 하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블루문이다.



블루문은 왜 블루문이 되었나?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보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것으로 인식하여 한 달에 두 번이나 뜨는 보름달을 불길하고 재수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1년을 기준으로 세면 13번째 달이 되고, 서양문화에서 13 역시 불길함의 상징이 된다. 어원적으로 보면, 'blue'와 같은 발음을 가진 옛 영어 단어 'belewe'에는 '배신하다(betray)'라는 뜻이 있는데,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배신자의 달(betrayer moon)'이라고 칭한 것이 지금의 개념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한가위 보름달 빛 아래서 강강술래를 하는 동양문화권과는 달리 서양은 보름달이 뜨고 늑대가 울면 불길한 뭔가가 일어나는 징조로 느꼈기에, '불길함에 대한 공포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족하지 않냐, 왜 두 번이나 뜨냐 이 배신자야!' 뭐 이런 뉘앙스의 이름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얘기 또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윤달 때문에 생기는 블루문은 일반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출몰하게 되는데, 색깔과는 무관한 이름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대기 중의 먼지 입자로 인해 실제 파란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https://www.rmg.co.uk/stories/topics/what-blue-moon-how-often-does-it-occur) 결국 푸른빛도, 배신과 불길의 징조도 모두 담은 이름인 것


블루면 블루지 슈퍼 블루문은 뭐야?


 슈퍼문 현상은 달이 지구 주위를 정원이 아닌 타원궤도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지점에 보름달이 되면 최대 14%의 크기가 크고 30% 밝게 보인다고 한다. 



 지구가 달과 가까워지면 밀물이 높아지고 썰물이 더 많이 빠져나가게 되어 조수 간만의 차가 발생하고 이런 영향을 예측하고 고대 점성학에서 불길한 일을 예측하는 데에 쓰였다고도 한다. 한 때 빠져있던 점성술에서는 자신의 출생차트에서 달의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는 슈퍼문 기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카더라 썰이 있었다. (과학으로 시작해 갑자기 비과학...)


 물론 슈퍼문이니 블루문이니 제아무리 인간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그들은 그저 자기 할 일을 함이 없이 할 뿐. 의미와 해석을 더하는 것은 그저 의미의 노예인 인간이다. :) 여름의 끝자락 조금 더 밝은 선선한 밤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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