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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Sep 01. 2023

SANDI 건물관리업 신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브랜드 기획자의 업의 일지 #8. SANDI Brand Identity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는 2023년 초 진행한 공간관리 전문 기업 S&I Corp. 의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다.

 공간관리라고 불리는 FM(Facility Management) 은 기업 및 단체의 조직활동을 위해 시설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기획, 관리, 활용하는 영역으로 지금은 그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S&I Corp.(https://www.sni.co.kr/fm/main.do)은 국내 FM업계 최초로 IT시스템을 활용해 원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해 개인 역량에 의존하던 산업의 한계를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해 빌딩 관리 영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컨설팅 진행 당시, 기존 LG 그룹의 통신 및 서비스 분야 계열사에서 2021년 맥쿼리에 인수되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에 많은 변화와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세스코 글에서도 다뤘 듯,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는 IFC Mall, LG 트윈 타워 등 초대형 빌딩들은 모두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관리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다. B2B산업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적으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건물을 관리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미화 및 물리 보안을 관리하는 것 그 이상이다. 결국 기업의 실체 이기도 한 건물의 안전과 보안은 즉 기업의 자산과 직결되기에, 보통 대기업들이 대부분 별도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구조는 짧은 초기 스터디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구조에서 탈피해 좀 더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대형 빌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에 더해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뜨는 시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부에서 대형의 여집합은 중소형이라는 규모별 구분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규모별 접근은 내부 구성원의 생각을 ‘마이너스’영역에 갇혀있게 했다. 예를 들면 ‘우린 그동안 풀패키지 상품을 제공해왔는데 더 저렴하게 가려면 뭘 덜어내야하지?’ 식의 관점이다.


그럼 결국은 중소형 꼬마빌딩 건물주들은 그런 관점으로 대하는 상황에 손이 많이 가고 돈도 안되는 고객들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었다.


 제공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작용이 예상되는 요소였기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으로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제 건물을 규모별로 구분하기보다는 건물주와 건물을 임대해 입주해 있는 테넌트 들이 집중하는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니즈별로 구분하는 것이 더 유효할 수도 있겠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여성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보안과 화장실 위생이 민감하고 게임 개발과 같이 유연한 근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보안 시스템은 다른 기업과는 달라야 했다.


 니즈별 접근은 내부 구성원의 관점을 ‘플러스’ 로 돌려놓는다. ‘이 조직은 위생에 집중하는구나, 그렇다면 우린 어떤 상품을 더하고 집중시켜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로 고민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그동안 클라이언트 기업이 업체들에게 니즈를 설명하고(RFP 발송) 그에 맞춰 견적서를 산출해 내어 가격 경쟁을 하던 구조가 아니라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분류하고 그 분류표에 따라 메뉴판처럼 선택, 조합할 수 있는 모듈화 구조로의 변경을 제안하였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제공 가능한 모든 솔루션을 고객 니즈 기준으로  Asset, Interior, Clean, Safe, Life, Parking 총 6개의 카테고리로 분류 및 모듈화 하였다.


 이 모듈화 작업은 S&I Corp. 의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빌딩 규모에 관계없이 고객의 필요에 따라 맞춤화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카테고리 하나하나를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을 내외부로 선포하기 위해,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신규 브랜드의 이름을 S&I Corp. 의 기존 자산을 연계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SANDI로 개발하였다.


 이 이름은 개인적으로도, 동료들에게도, 내부 구성원이 포함된 TF에서도 모두 반응이 좋았던 이름이다. 에스앤아이를 풀어쓰는 그대로의 철자이기도 했고, 실제로 내부에서 챗봇의 이름으로 '샌디'를 쓰고 있기도 했다. 이름을 개발할 당시에는 저 챗봇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신규 네임을 발표할 당시 몇몇 내부구성원들은 '소름 돋았다'는 표현을 해주시기도 했다.


 좋은 이름이 가지는 요소 중 요즘 같이 상표들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지켜내기 어려운 요소가 '직관성', 즉 발음하기 쉽고 각인력이 좋다는 요소를 충족하는 이름이었다.


다행히 거의 모든 관련 상표류에서 통과해서 좋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이름을 생각해 내던 순간, 대안 없이 단연 최고의 시안이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이런 경험은 여러 컨설팅의 경험 중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에 더 의미 있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Authentic - 우리의 행보가 곧 길이 되는, Innovative -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Caring -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정의했다. 사실 내부 구성원이 아니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구성원과 컨설턴트, 마케터, 디자이너로 구성된 TF가 여러 차례 워크숍을 통해 함께 도출하여, 조직구성원 내재화 단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는 것이 주요했고, 그 과정을 함께 한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의 내부구성원들은 핵심가치를 각자 부서의 세부 가치에 반영하는 확장 활동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얻었다.


 신규 브랜드 SANDI의 슬로건은 '사람과 디지털'이다. 인적 역량이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자,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두 가지 핵심을 강조하는 의미이자,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SANDI가 기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B2B 전문 기업이 B2B2C로 자리 잡는 과정에 가장 필요한 친근함을 강조한 안이기도 했다.


 마지막 소비자들에게는 이 기업이 하는 일 자체가 낯선 상황이었기에 브랜드의 디자인 역시 관련 산업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브랜드 심벌이 상징하는 것은 건물의 탑뷰 이자 단면이기도 하다. 건물관리업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등의 시도하는 SANDI를 표현하기도 하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 컬러는 오랜 시간 LG의 계열사로 LG의 컬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난색 계열에 머무르면서도 젊어지는 선택으로 마젠타를 선정하였다. 이 제안이 프로젝트 당시 가장 급진적인 제안 요소였기에 얼마간 약간의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컬러 역시 전혀 대안 없이 확신이 드는 컬러였기에 끝까지 그 확신을 동력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 나와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동력이 되었던 한 문장은


회색빛 도시에 핑크빛 활력을 불어넣다. SANDI


였다. 정말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단단한 베이스가 되는 서브컬러로는 쿨그레이계열의 컬러로 제안하였다. 컬러 선정 이후 다양하게 기업활동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차례로 개발하였고, 이 과정에서는 사려 깊은 디자이너의 시선이 많은 역할을 했다.


 경영 구조 변화를 겪으며 짧은 시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던 내부구성원들에게 결핍으로 남아있던 소속감을 확보할 수 있는 스테이셔너리 항목에 집중해 제안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실제 모듈화 된 개별 상품들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오퍼링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할 수 있었고,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다양한 상황에 활용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회가 되어 2023년의 첫 프로젝트이자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 이기도 했다.



자세한 디자인 관련 내용은 다음 링크에 정리되어 있다.

https://www.behance.net/gallery/170766305/SANDI-Digitalization-for-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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