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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히 똥 눌 10분도 없는데 영유도 보내고 싶어

[좌충우돌 사이드 프로젝트] #1. 이 시대 육아전쟁, 그 솔루션

by JuneK

나는 아이가 없는 싱글이다.(이 글에서는 안도하는 의미가 맞다. 동시에 무지함을 미리 고백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남짓 육아인들의 일상에 첨착해 몰두한 것은 지금부터 소개할 한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나서부터였다. 우리 팀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독박 육아를 하는 맞벌이 부부다. 제도권에서 상위권 영역에서 머물 정도로 학습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성취를 충분히 하고 전문직으로, 회사의 중역으로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대체불가능한 1인분 이상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보니 육아도 대충할리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 하나이기에 마음처럼, 욕심만큼 육아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때로 모여 담소를 나눌 땐 "어떨 땐 마음 놓고 화장실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 아이 손을 잡고 힘을 줘야 할 때도 생긴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오롯이 나 혼자여야 하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있을까. 연인과 함께 오랜 여행을 한다고 해도 나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내가 그 공간을 벗어나면 될 일이다. 육아엔 그런 자유가 없다. 그래서 고사리 손이라도 내가 힘을 주는 단 10분이라도 아이의 눈을 맞추고 안전을 보장해 줄 존재에 대한 열망이 강렬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이와 서로 숨을 참으며 화장실에 함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존엄을 잃게 되는 웃픈 순간인 것이다.


또 하나의 빈틈은, 어쩔 수 없는 영어교육이다. 나는 토종 한국인으로 모국어가 한국어다. 물론 7차 교육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초3부터 영어를 접했지만 그 과정의 목표는 reading과 writing 능력의 극대화였다. 고등학교에 진입하고서는 찍찍이 워크맨을 가지고 다니며 TOEIC 점수를 올렸다. 실제 나는 2000년대 초반 비즈니스 목적이 아닌 학생이었음에도 고득점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야말로 연신내 주00 토익학원의 주입식, 스파르타 교육의 성과였다. 귀는 엄청난 양의 노출로 트였다고는 하지만 RC 영역은 철저히 기출 유형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학습했다. 어휘 100개를 모두 외우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루 영어에 쏟는 시간이 어림 잡아 5시간 이상이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게 파트 5 6 7을 초단위로 덩어리 째 푸는 훈련을 매일 했다. 파트 5는 10분 내외, 파트 6은 5분 내외, 지문이 긴 파트 7은 50분 내외를 할애해야 했다. 그 시간 안정권 안으로 들어와야 겨우 마킹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지금은 어떤지 전혀 모르겠다) 거의 문제 푸는 기계가 되는 훈련이었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와도 모든 지문을 이해하고 소화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이런 식의 학습이 익숙했기 때문에 토익 점스와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별개의 일이 되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 프랑스 푸아티에 비트라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어휘와 문장의 수준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머릿속으로 문장 완성이 되기 전에는 입 밖으로 어떤 말도 나가지 않았다. 그냥 얼어붙었다. 이태리에서 온 친구도, 프랑스 친구도 유럽권 아이들은 그게 말이거나 똥이거나 그냥 뱉어냈다. 나는 경직된 상태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겨우 입을 떼면 그 말을 할 타이밍은 이미 지난 후였다. 나는 당시 그걸 인종차별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왜 저 말도 안 되는 영어는 알아들으면서 내 영어는 못 알아듣지? 뭔가 잘못됐어.' 상황 탓만 했던 것 같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가 후천적으로 탑재되어야 할 때는 자유롭게 지껄일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만 한다. 적어도 3개월, 내가 말해야만 하는 상황에 반복해서 노출되어 어쩔 수 없이 내뱉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어야 모든 걸 내려놓고 환경에 적응한다. 누구든 한다. 내가 중국에서 그랬고, 또 한국에서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그랬다.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면 왜 요즘 부모들이 영유에 목을 매고 수억도 쓰겠다고 하는지 나는 그걸 비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의 아이는 좀 더 편하게 영어를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걸까. 그러다 보니 가장 최적의 환경을 국내에서 찾아주려면 영유가 적당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육아가 버겁고, 아이의 교육도 놓칠 수가 없는 애처로운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우리는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우리의 프로젝트는 이 간절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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