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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04. 2024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시승기 2탄

쾌속 질주가 업무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팀회의가 오후에 예정되어 있어 계속 웹서핑을 하며 있다가 잠을 청할 타이밍을 놓쳤다. 생각이 멈추는 중간중간 시승루트를 이리저리 짰다.


 일출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실 두루 고려해 보니 험한 길은 아무래도 시승차로는 조심스러워 먼 길을 나서기보다는 익숙한 공간의 일출 장소를 골랐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 시승 소식을 알려뒀던 친구가 밤 10시 넘어 전화가 걸려왔다.


"차 받았어?"


무척 즉흥적으로 잘 움직이는 C 인데도, 그는 개인 비즈니스를 오래 꾸려오면서 기록왕으로 유명하다. 그는 내가 흘리듯 이야기했던 시승 차량 인도 날짜마저도 꼼꼼히 메모해 두었다. 마침 주변을 지나다 연락을 해왔고, 당당하게 큰길에 안전히? 세워 둔 크로스 투리스모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주행했다.



 크로스 투리스모? 모델명에 담긴 지향점

내가 받은 타이칸은 타이칸 중에서도 좀 더 아웃도어 활동을 염두에 둔 라인이다. 그들의 지향점은 늘 모델 이름에 힌트가 있다.

 크로스는 크로스오버(Crossover)에서 왔다. 어떤 장르에 이질적인 다른 장르의 요소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음악.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의 ‘ 크로스’의 의미도 아주 다른 두 개, 스포츠카의 본질에 웨건의 실용성, SUV의 넉넉함까지 고려한 모델인 것.

투리스모(Turismo)는 여행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자동차 장르라면 역시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란 투리스모는 장거리를 편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초기 작품 중 그란 투리스모의 오프닝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GH3uG4gGI4&t=115s

 포르쉐는 ‘크로스’와 ‘투리스모’의 조합으로 이 차의 성격을 정확하게 정의했다. 다양한 장르를 성공적으로 혼합해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지향했던 것.


물론 처음 디자인을 접했을 때는 웨건의 뒷 곡선이 어색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적재량과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을 고려하면 매우 매력적인 모델이다.


포르쉐의 E-스포츠 사운드

 마포대교를 건너며 스포츠 사운드를 켜고 주행하기 시작했다. 모터가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 외에는 극단적으로 조용한 전기차를 위해 만든 인공의 소리가 스포츠 사운드인데, 이 소리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트랙을 주행할 때 내는 소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Xt5PLM1dM

실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v4의 엔진 사운드 영상


 차량이 주행하는 소리인데도 SF 영화에서 들을 법한 우주선 소리와 가장 흡사하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마포대교에서 속력을 올려보니 가속에 맞게 사운드가 변하고 이 상태로 대기 밖으로 나갈 것 같은 '우주'체험을 하는 느낌이 난다. 울렁거리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미래적으로 즐기게 해주는 요소였다.


E-스포츠 사운드를 켜고 주행했다.



 한밤의 주행을 마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해맞이를 고대했으나, 엷게 낀 안개와 약간의 미세먼지로 붉고 작은 해를 맞이했다.

2024 핑크빛 첫 해!


 해맞이 후, 근처에 있던 50년 넘게 청와대 방호를 위해 경찰 초소로 사용됐던 곳을 2020년에 등산객, 시민들의 쉼터이자 책을 즐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는 초소책방(https://korean.visitseoul.net/restaurants/%EB%8D%94%EC%88%B2-%EC%B4%88%EC%86%8C%EC%B1%85%EB%B0%A9_/39729)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평일 오전의 부지런함으로 길어진 하루를 만끽했다.


웨건 형태로 떨어지는 뒷 라인


몹시도 부지런을 떨어댄 덕에 한참 시간을 보내도 아침 먹을 시간밖에 되지 않아, 운이 좋게도 그 유명한 청운동 중식당 "중국"에서 짬뽕밥을 들이켜는 호사까지 :)


청운동에서 유명한 중국집 중국, 재료 소진 때 까지만 장사를 하셔서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하면 오후 1시 이전에 끝난다고 한다. 짬뽕밥이 맛있게 맵다.


이렇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아직 오전 열 시 반. 예정보다 일찍 차를 가져다주며 즐거운 시승이었음을 고백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고, 기꺼이 즐겁게 여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 아무리 박스까*, 모트라*등 차덕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직접 몰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자동차라는 제품과 브랜드는 정말 그렇다. 이렇다 저렇다 평을 남기기 전에 직접 내 손으로 내 몸으로 경험을 해 본 것만이 진짜 나의 경험이 된다. 그렇게 체험으로 경험하는 브랜드는 당장 지금이 아니라고 해도 마음 깊이 각인되어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잊히지 않고 등장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르쉐가 진행한 시승 프로모션은 잠재적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여담.

직접적인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뭔가 어떤 지점에 막혀있던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데이션 역시 타이칸의 미래적 사운드를 들으며 한 질주 덕에 환기가 되어 얼개가 정교하게 들어맞는 스토리텔링이 완성되기까지 했다. 그 스토리가 언젠가 세상에 공개되어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침체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회가 꼭 오기를 다시 한번 고대하며. 때로 질주는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맺고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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