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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K Jan 03. 2024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시승기 1탄

 마칸은 좀 귀엽고... 까이엔? 터보야? 포르쉐는 역시 박스터지... 차 좀 좋아한다는 모터팬들은 포르쉐 모델명만 들어도 그 디자인과 퍼포먼스들을 꿰고 있다. 내가 오너든 아니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브랜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르쉐는 우선 당연하게도 창업자 페르디난드 포르쉐의 이름이다.


911 - 그 이름도 유명한 911

 재밌게도 원래 이름은 901이었는데 푸조가 *0* 가운데 '0'을 넣는 건 우리 거야!라고 딴지를 걸어와서 결국 911이 되었다고. (실제로 901이라는 이름으로 82대를 생산했다고 한다) 이 차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은 도쿄 하얏트 호텔 로비에서였는데, 빨간 911의 화이트시트 차에서 레드 투피스를 입은 백발 할머니가 하차하는 광경을 본 뒤로 무맥락으로 드림카가 되었다.



까이엔 - 맵디 매운 고추, Cayenne

 여전히 나는 유럽 어딘가를 가로지르던 버건디 컬러의 SUV 엔진 소리를 잊지 못한다. 내가 10대였음에도 강력한 끌림이었다. 처음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차. (https://www.youtube.com/watch?v=lpVn3EaT_zA) 그땐 유튜브도 없었고, 메인 사이트에서 엔진소리를 몇 번이고 반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90년 포르쉐는 도산 위기에 처하는데 젊은 CEO가 취임하면서 SUV를 출시한 것이 까이엔이 되었다. 실제 그 이름의 의미 역시 우리가 요리할 때 흔히 사용하는 그 향신의 이름과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카이엔보단 왠지 된소리를 섞어 [까이옌]이라고 발음하게 된다.


카레라 - 레이스 그 자체, Carrera

 스페인어로 '레이스'의 의미. 포르쉐의 이미지를 만든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GT의 상징으로 오랜 시간 내부에서도 쓰였다고 한다.



박스터 - 칼질하고 싶어? Boxster

 너무 저렴한 청유문장이었나... 싶지만 진짜 도로 위 '칼치기'를 하자면 이만한 모델이 있을까. 수평대향엔진이라는 구조의 이름인 BOXer와 2시트 이하 컨버터블을 의미하는 loadSTER의 합성어다. 피스톤이 위에 크랭크축이 아래 위치하는 일반 엔진과는 달리 피스톤이 좌우로 움직인다. 그래서 권투선수가 두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연상시켜 박서 엔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이 구조의 최대 장점은 진동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나메라 - 유선배의 데일리카, Panamera

 유재석이 타는 차가 유튜브 같은 편한 자리에서 동료들의 입에 의해 포르쉐 파나메라라는 것이 야금야금 퍼지고 있다. 물론 유명하기로 치자면 파나메라가 전 세계적으로는 먼저 유명해진 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고 MC 그의 선택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질 수밖에. 유명 연예인이어서도 있지만, 그는 무한도전 때부터 레이싱에 소질을 보이고, 차와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파나메라의 의미는 뭘까? 멕시코에 가면 실제로 'Panamerica'라는 도로가 있다고 한다. 그 도로는 3,300km의 길이를 자랑하는데 그곳에서 개통날 6일간의 횡단 레이스를 했다고 한다. 그때 대회의 이름이 "카레라(레이스라는 뜻) + 파나메리카(도로이름)" 그래서 파나메라가 된다. 긴 도로를 달리는 고급 세단. 스포츠카의 영혼을 탑재하면서도 고급감을 잃지 않는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점잖게 속도를 즐기고 싶었을 유선배와도 꽤 어울린다. 어쩐지 블랙을 탈 것 같다는 생각이.



타이칸 -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을, 젊은 말의 영혼, Taycan

 파나메라와 타이칸 사이에는 사실 많은 선배 모델이 즐비하지만 시간관계상 건너뛰었다. 지금도 밖에 이렇게나 추운데 그를 세워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 때문인데, 타이칸은 포르쉐에서 생산한 최초 전기 스포츠 세단이자, 첫 순수 전기차다. 이 타이칸은 실제로 기운찬 + 젊은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로고에 등장하는 슈투트가르트의 휘장 속 말을 상징한다고 한다. 영혼이라는 의미를 담아 실제로 "Soul, electrified"라는 로고를 달고 광고했던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4xJ-4piQxI

"All Porsche models have something in common: They have a soul. A certain feeling you get as a driver as soon as you get behind the wheel. Soon, the Porsche Taycan is coming. And although his heart is powered by a different force - electricity - the soul, once again, is the same."


"순수 전기차에서도 포르쉐만의 영혼, 특유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전기에 의해 구동되지만 그 영혼은 동일하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 차를 타고 주행을 하자마자 그들의 방향성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가장 미래적인 차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진정 포르쉐의 영혼을 구현하는 데 있어 전기차의 구조를 빌려 쓰겠다는 의도를 매우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실제 나는 포르쉐가 전기차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언제나 궁금했다. 그들이 해석하는 전기차는 어떨까? 늘 왜 저렇게 자신만만할까?


 이렇게 브랜드가 크게 본질에 변화를 줄 때마저도 "스포츠 럭셔리" 라는 변하지 않는 방향성이 명확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그 명확함이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선명하게 전달된다. 이 사례는 지금의 프로젝트에도 큰 영감을 준다. 결국 '뭘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한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다 준비했어."라는 마음으로 달려가다 보면 문득 더 이상 한 발도 내딛을 수 없는 막막한 때를 맞이하게 된다.


 실제 해당 모델은 전기 스포츠카 세그에서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다. 가격대와 마케팅 전략들을 보면 테슬라 모델 S와 경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https://www.oneclub.org/awards/theoneshow/-award/44131/porsche-taycan-tesla-targeting


 실제 타깃 오디언스가 연간 가구수입이 $100,000 (약 1억 3천만원) 이상인 대학 졸업생들에게 어필한다고 되어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타깃은 젊지만, 그 젊은 감성을 바잉 하는 50대까지 그 범위는 넓힐 수 있다. (정확히는 25세에서 54세로 명시하고 있다) 남성을 85%로 잡고 있지만 소수 15%의 여성 또한 타깃하고 있다. (출처 : https://startuptalky.com/porsche-marketing-strategies/)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셀프 선물을 구매하러 여의도 IFC에 들렀다가 포르쉐 타이칸 행사장에서 별 생각 없이 응모한 1박 2일 시승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오늘 타이칸 4 크로스 투리스모 모델을 받아왔다. 물론 과중한 업무에 치이는 중이라, 멀리 오랜 시간을 쓸 수는 없고 새해 해맞이를 못했으니 출근 전 소박하게 일출 드라이브를 계획하고 있다. 철야 후 수면 대신 명상을 한 후 상쾌하게 출발할 예정이지만... 잠이 안 와서 하릴없이 포르쉐 모델명 공부로 괜히 이 설렘을 달래 본다.


 주행 후기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 메리 포르쉐마스, 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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