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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작, 문제의식 DNA

브랜드 기획자의 업의 일지 #1.

by JuneK

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누구에게나 설명가능한 방식으로 정립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 전략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다.

기획의 기-企자는 본래 ‘꾀하다’나 ‘도모하다’, ‘발돋움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企자는 人(사람 인) 자와 止(발 지)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 상에서 이 글자는 사람이 서 있고 발이 강조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원래는 '발돋움해서 먼 곳을 바라보다'라는 뜻이었다. 현재는 의미가 파생되어 '꾀하다'라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흔히 한자로 ‘발’이라고 하면 足(발 족)을 연상하는데, 止와 구별한다면 足은 종아리[口]까지 표현한 상태, 止는 종아리를 생략한 발 부분만 표현한 상태로 구분이 된다. 나아가면서도 또한 동시에 그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걸 나아가게도 하고, 잘못 진행되는 것을 멈추게도 하는 "기준"이 되는 것. 企자는 기준을 세우고 그 틀에 맞는 행동들을 실행에 옮긴다는 의미에서 ‘뜻을 꾀하다, 계획하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리라. 글자 하나에도 이 업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 놀랍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문제의식을 갖는 일이다. 문제의식은 지식인을 지식인답게 해주는, 일종의 조감(鳥瞰 - 높은 곳에서 넓은 범위를 내려다보는 것. 부감(俯瞰). 순화어는 `내려다봄'.)하는 의식이며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멀리 보고 보다 크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문제를 찾는 이 조감의 시선은 역량 문제를 논하기 앞서 약간의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 밖으로 나와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컨설팅을 요청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잔 밑이 어둡고', '중도 제 머리는 못 깎기' 때문이다. 문제 되어야 할 사건들이 문제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건들의 문제점을 들추어낼 수 있는 능력을 비용을 주고 잠시 빌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해져 이내 당연해져 버린 모든 것들에 대해 그 세계 밖으로 나와 늘 물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없는 세계에 속지 말고 겉을 헤치고 뿌리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가 닿아 틈을 내고, 잘못 굳어진 질서를 다시 배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 문제의식을 통해 어떤 것을 문제로 규정할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프레임워크가 완료되고 나면 그 일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완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믿을 만큼 중요하다.


기획은 당연한 모든 것들에 대해 물음을 품고, 세계의 밖에서 세계를 바라보며, 뿌리로 가장 깊이 들어 가 닿음과 동시에 전체를 보는 일이다. 올바르게 갈고 닦인 시선, 문제의식 DNA를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업에 대한 글은 늘 경직되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시도 또 시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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