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될 게 많아 슬픈 기획자의 곡소리
21년 클럽하우스가 열풍이었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 쓴 글을 여는 첫 번째 문장은 이러했다.
초단위로 '트렌드'가 흐르고 바뀐다.
정말 말처럼 '몇 초'라고 느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클럽하우스의 뜨끈한 열기는 한철 놀음으로 사그라들었다. 그 이후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세트플레이로 꽤 오래 SNS 생태계는 잠잠히 유지되어 온 듯하다. 인스타에서 꽤나 감각 있는 (엄선된) 사진 몇 장과 무심하고 짧은 이모티콘 같은 코멘트로 일상을 과시했고 유튜브에선 방송 시간 한정 없이 더욱 떠들어재끼는 쪽으로 강화되어 왔다.
빠르게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클럽하우스를 잠시 기억해 보자. 인맥을 통해 초대받아야 하는 형태로 '계급'을 체감할 수 있는 프라이빗 사교 클럽의 폐쇄성에 그 기반을 두었다.
그 의도는 "클럽하우스"라는 이름에 힌트가 있다. 골프를 치고 나서는 다른 의미가 떠오르긴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본래 그 근원이 따로 있다. 밀레니얼을 비롯해 Gen Z들은 '클럽'이라는 단어를 듣고 쉽게 홍대나 강남을 떠올릴 테지만, 장충동이나 명동 등지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혹시 '있는 집 자식'이거나? or OB이거나? [크럽]이라고도 소리 내어 불리는, 다소 촌스럽지만 비밀스러운 이 단어는 내가 생애 최초로 '계급'을 체감한 단어다. 사회 초년생 시절, 모 프로젝트 때문에 국내 유수 회원제 클럽에 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프라이빗 회원제 사교 클럽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각종 리조트며 골프 회원권이며 다양한 형태의 채 알려지지 않은 멤버십 서비스들이 많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아주 한정적이던 시절부터 존재해 오던 클럽이 있다. 그중 가장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서울 클럽은 서울에 있는 때때-때땐쓰 클럽이 아니라 그 시작이 무려 1904년 고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 문물에 관심이 많아 늘 바깥에 시선을 두던 고종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문화 교류 촉진을 위해 사교의 장을 만들었다. (미스터 선샤인의 호텔 '글로리' 쯤 되려나) 피트니스 센터, 레스토랑, 카페, 바, 사우나, 수영장, 테니스장, 골프라운지, 회의실,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사실 리모델링 전 상태는 명성에 비해 다소 촌스러워서 그 위상에 못 미치는 느낌이었지만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은 그들에게 그 장소는 실체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시설의 노후화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웹 상에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서울 클럽의 게시물 내용 역시 여전히 혈연을 강조하고, 그 안에서 누굴 봤는지가 중요하다. 서울 클럽의 회원은 약 천여 명, 가입비가 7천여만 원,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의 2명의 추천이 있어야 심사 자격을 얻는다. 최소 3, 4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기존 회원 중 누군가 탈퇴를 해야 TO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이런 폐쇄성은 자본주의로 넘어오는 초기 부의 상징이었고, 외국 문물과 바깥 소식들을 쉬이 들을 수 있는 창구였기에 권력이었으며 뼈대 있는 집으로 불릴 수 있는 '우리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당시 클럽하우스의 초대장 역시 그런 권력의 길을 노골적으로 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티스토리 등이 행하던 제도와는 달리 'nominated by'라는 표현을 드러내어 썼었다. 그렇기에 클럽하우스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指名당했는지' 였을 것. 2년이 지난 지금 어쩐지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폐쇄성이 어쩌면 사그라들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23년 하반기에 등장한 스레드는 어떨까? 아무래도 다시 한번 이 문장을 써야겠다.
여전히 '트렌드'는 흐르고 바뀌고 있다.
클하처럼 위화감이 들지 않고 무려 익숙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가입은 인스타 연동으로 순식간에 가능하고 형태는 트위터와 흡사하다. 보도자료에도 트위터와 경쟁구도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66129215)
요소를 비교해 둔 걸 보면 스레드가 강조하고 있는 건 메타의 기존 서비스와 교차 게시를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의 길이가 5분으로 길어지고, 텍스트를 500자까지 허용하면서 인스타그램과 상호 보완하는 구조를 띤다. 인스타에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인 링크도 허용하고 있다.
Sarah Kunst, managing director at venture capital firm Cleo Capital, told the BBC's Today programme Threads could offer a "brand-safe environment" for existing Instagram advertisers who "feel they can allocate some budget and see what happens".
Threads의 '실'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도(실타래에 더 가까워 보인다 - 돌돌돌 계속 연결되는 느낌), 구렁이가 구불구불 겹쳐 흐르는 키비주얼도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연계 플랫폼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할미는 이제 막 가입을 완료했을 뿐) 발췌한 기사에 따르면 광고를 집행한 이후 피드백이 어떻게 퍼져나가고 작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brand-safe environment" (브랜드에게 더 안전한 환경 - 좀 더 나은 번역이 있다면 조언해 주시길) 이 가능할 것이라고 VC관계자는 예측하고 있다. (돈쓰는 사람한테 보다 더 친절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건 더 경험하고 공부해야 알 수 있는 부분 같지만, 가입을 하려면 우선 알아둘 게 있다. 본인은 가입하고서 알았지만 아마도 스레드 탈퇴는 연동된 인스타그램도 함께 탈퇴해야 한다는 무서운 카더라가 있으니 잠시 신중해져야 한다.
이쯤 되면 "'케이지 매치'(밀폐된 장소에서 전투를 벌이고 정상을 넘어 탈출하여 승리하는 경기 방식)"를 자처한 저커버그를 향해 우리의 일론머스크가 한마디 안 했을 리 없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연 그랬다.
Shortly after, and as the word "Threads" trended globally on his platform, Mr Musk said: "It is infinitely preferable to be attacked by strangers on Twitter, than indulge in the false happiness of hide-the-pain Instagram."
머스크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스레드(Threads)"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고통을 숨기는 인스타그램의 거짓된 행복에 빠지는 것보다 트위터에서 낯선 사람의 공격을 받는 것이 훨씬 더 낫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거짓된 행복 위에 지어 올린 새로운 텍스트 플랫폼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당분간 저커버그가 광고는 안 한다니까 이래저래 재밌는 시도가 일어날 것 같다.(근데 이 할미는 저걸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 막막해. 그래도 틱톡보단 친근한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쓰팔(욕 아님 주의, 스(레드) 팔(로해~)"라는 유행어가 생기고 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