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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를 만져야 백 살 살아요!"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관객 유치 대작전

by JuneK

올해 봄, 개관 10주년을 맞은 뮤지엄 산(SAN)은 커다랗고 푸른 사과를 들고 나타난 안도다다오의 전시 '안도 타다오-청춘' (이하 안도 다다오) 소식으로 북적였다. 학부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나에게는 너무 친숙한 그 이름, 안도 다다오. 41년생 오사카 출생인 그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빛의 교회' '퓰리처미술관' '지추미술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얼마 전 킴 카사디안이 그의 작품 의뢰로 미팅을 하는 인스타 포스트를 보고 그녀의 부와 유명세를 처음으로 질투했더랬다.)

뮤지엄 산 역시 그의 작품이다. 10년 전 건축을 위해 원주를 찾았을 때 이 외딴곳에 누가 오겠나 생각했다고 회상한 그는 곧, 이 건축을 의뢰한 한솔문화재단 이인희 고문의 당시 말을 떠올리며 '그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은 본인들의 역할이니 아시아에 없는,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부탁한다고 했고 그 용기가 결국 지금의 뮤지엄 산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금은 연간 2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이인희 고문의 판단은 정확했던 것 같다.

뮤지엄 산(SAN). Space(공간)- Art(예술)-Nature(자연)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답게 건축 역시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미니멀한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그가 노출 콘크리트 방식을 고수하는 까닭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건축을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간 곳곳에서 그 의도를 느낄 수 있었기에 그의 말에 몹시 수긍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공간에서 그의 건축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시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건축가가 살아있는 동안 이런 전시를 할 수 있을까? 이 기회를 놓칠세라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해 원주로 내달린 나는, 주차장을 지나 물을 가로지르는 메인 길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사과를 발견했다. 그 사과에는 '영원한 청춘에게-'라는 그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오랜 시간 암 투병을 하고 있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청춘이라는 단어에 이르기까지의 생각의 과정을 약간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이 푸른 사과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고베에 위치한 '효고현립미술관' 확장 프로젝트 당시 아무래도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아 푸른 사과를 설치했고, 만지면 백세인생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고 :) 그 덕에 하루에 3-400명은 거뜬히 찾아온다고. 사과를 만지려면 안도의 갤러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장수사과'를 만지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것이라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작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는 인터뷰가 있다. 재미난 위트로 ‘작전’이라 포장했지만 아마도 스스로 생에 대한 희망과 염원, 투병 기간에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담고 싶지 않았을까. 그 생각에 이르자, 마음 한편 아려오기도 했다. 청춘은 삶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살아있다면 그 자체로 청춘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목소리를 내는 대신,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여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었다.


모두들 오래 함께 보고 싶은 사람 손을 잡고 원주로 가자. 올여름이 가기 전에 안도의 푸른 사과 한 번씩 만지고 백세만세 오래도록 청춘으로 같이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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