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처음'을 목격하는 일
한적했던 한밤의 지하철에서는 어떤 중년남자의 고된 데뷔식이 치러졌다. 그는 플라스틱 안마기를 판매하려고 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드문해지기를 기다려 겨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상태로 두어 정거장을 우물쭈물 지났다. 속으로 되새겨보는 듯도 하고 입으로 외칠 문구를 굴려보는 듯도 했다. 나는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최대한 딴청을 피우며 마음속으로는 그의 첫마디를 응원했다. 하지만 내가 내릴 때가 되도록 그 힘든 데뷔의 첫마디는 듣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내리는 역이자, 환승역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는 역에서 지하철의 속도가 줄어들어 입구 쪽으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자, 창문에 반사된 그의 얼굴은 차라리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준비한 한마디를 했던 못했든 간에 그 긴장의 시간은 모두 흘러갔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수백수천 번을 외쳤을 그 한마디에 다시 한번 응원을 보낸다.
'처음'이라는 것은 분명 용기를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얼마나 더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도를 하게 될까. 그 시도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련하게, 또는 쓰라림으로 남을지라도 그만두게 되지는 않기를 나에게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