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기획자의 업의 일지 #3. 세스코 브랜드 파워에 대한 경험
지난 1월, 1-2차로 나눠 총 4개월 정도 기간 동안 B2B 건물종합관리 기업의 전체 브랜드 아키텍처 구축과 B2C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들러 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쇼핑몰, 업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수십 층 이상의 건물들이 대부분 그들의 포트폴리오다. 테헤란로, 여의도 금융지구 근처 무인 청소 로봇부터 CCTV, 방제, 방역, 주차 시스템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업인데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성의 업이라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곧 7월 하순 론칭이 예정되어 있다. 론칭 이후 직접적으로 소개가 가능할 것 같다.)
이번 신규 브랜드 개발 및 인지도 확보와 새로운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우기 위해 3C분석을 시작했다. 이때 유관부서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먼저 벤치마킹 대상으로 등장한 브랜드는 다름 아닌 ‘1588-1119’ CM송 제작으로 이미 친숙한, 시대가 지남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B2C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 왔기에 이미 친근한 세스코였다.
바퀴벌레를 잡아주는 파란 모자의 아저씨를 떠올렸던 과거와는 달리, 요새는 큰 건물, 위생을 중요시하는 식당들의 화장실에 세스코의 공기관리와 손소독제, 손세정제 등이 비치되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스터디를 할 겸 또 간헐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죽어있는 바퀴벌레를 목격하거나 달아나는 바퀴를 보고 밤새 희석된 락스로 걸레질을 하던 대학생 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두루 호기심이 생겼다. 올해 4월, 우리 집의 진단을 의뢰해 경험한 과정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1. 해피콜
우선 사이트에 접속하면 골든타임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우측 아래버튼을 통해 무료 상담 신청을 하면 곧바로 익일 중 해피콜이 온다. 구체적인 방문 일자를 잡았다.
#2. 방문상담
거주지역 담당자가 방문한다. 우선 방문해서 공기질 측정을 위한 기계를 설치한 후(내가 신청한 서비스는 공기질 관리와, 방역이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주거지의 여러 조건과 상황을 살펴본다. 공기질 측정이 약 2-30분 소요된다고 안내한 후 방역 관련 질문과 설명을 시작하셨다.
#3. 신뢰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우선 담당자는 이 지역 바퀴벌레의 특성과 행동 양식에 대한 설명을 했다. 바퀴벌레는 수분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 생명력이 질기다는 것. 아주 덥고 습한 여름에 많은 번식을 한다는 것. (2018년 여름이 굉장히 더웠고, 그 해에 많은 번식을 한 바퀴벌레들이 그다음 해에 창궐했다는 내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주거지 특성상, 집안에서 바퀴가 사는 형태는 아니고, 외래종 바퀴가 한강과 가까이 접해있어 돌아다니다가 길을 잘못 들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고 했다. 이미 다른 동에서도 여러 가구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잘 알고 계셨다. 시중에 파는 바퀴약은 쉽게 굳고, 굳은 이후에는 바퀴가 그 약을 섭취할 수 없어 의미가 없다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고 굳지 않는 먹이를 덫으로 놓는 것이 중요하고 그 걸 먹고 무리로 돌아가 전파하고 되도록 많은 개체들이 함께 사멸하는 것이 세스코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세스코는 실제로 바퀴의 특성에 따라 300여 가지의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었고, 상황과 지역에 맞게 그 레시피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방역 방제를 하고 있었다.
이런 설명을 다 듣고 나니 나는 그들이라면 바퀴를 다 잡아주지 않는대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충분히 전문적인 모습에 안심이 된 것
#4. "그냥 전화하세요."
여러 설명을 해 준 뒤, 서비스 신청을 하고 나니, 집안 곳곳 담당자는 종이로 된 trap을 설치했다. 그 트랩에서 뭔가 보게 될 일이 두려워 걱정했더니 담당자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발견할 수 있다.”라고 다양한 케이스를 구두로 설명했다. 그러고 난 뒤 “충분히 놀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힘들 수 있으니 꼭 방문 예약된 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언제든지 전화하라.”라고 했다. 벌레를 잡으러 와 주시기도 한다고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불편하고 때로 무섭기까지 한 상황들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안심이라는 서비스를 실체화하고 있었다. 방문 1시간 여 만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였다. 돌아가는 길에 담당자는, “제가 오늘 설명 많이 드렸지만, 한 번에 모두 다 기억하시기 어려운 게 당연하고요. 뭐든 뭘 발견하시게 되면 바로 그냥 전화 주세요. 그런 마음 안 쓰시려고 저희 쓰시는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는 슈퍼 히어로처럼 사라졌다.
나는 이 방문 서비스 이후 스스로 세스코의 영업 사원을 자처했다. 반려 동물을 키우며 홀로 사는 친구, 아가를 키우는 엄마, 주변 마케터들에게 이 높은 완성도를 지닌 서비스와 브랜드 인지도 > 지각된 품질의 경험 > 브랜드 로열티 단계까지 일순간에 확보하는 브랜드 경험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칭찬하기 바빴다.
브랜드를 여기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세스코는 얼마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썼을까?
과연 이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한 것일까?
다른 카테고리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인가?
이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 2편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풀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