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기획자의 업의 일지 #4. 향 기반 브랜드 경험 디자인 개발
2018년, 회사 재직 당시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로 블랭크 코퍼레이션의 향 기반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었다. 이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다. 우선 당시 TF가 상당한 열정을 보이며 굉장한 팀워크로 몰입했던 프로젝트라는 점, 또 한 가지는 오프라인 접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향을 판매하겠다는 제약 조건에서 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파생되었다는 점이다.
잘 팔리는 제품을 기획해서 판매하자는 관점으로 발전된 향 브랜드는 최초 구매는 이루어졌지만, 재구매를 하거나 브랜드에 대한 특정 연상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브랜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온라인으로만 향을 판매해야 한다.라는 전제를 두고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향이 다르게 느껴졌다.
향을 단순히 후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smell'의 개념만으로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때로 우리는 어떤 향을 맡는 순간, 과거의 어떤 특정 순간을 빠르게 떠올려낸다. 아빠의 새 차 시트 냄새를 맡으면 짧은 여행에 대한 기대로 설렘을 느끼고, 보드라운 섬유 유연제 냄새는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애착 이불을 덮고 일요일 만화동산을 보던 행복감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향은 때로 만질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는 공감각적인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때 집중한 것은 브랜드의 본질인 향을 단순 후각이 아닌 공감각적인 개념으로 재정의 하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브랜드 에센스로는 일상의 매 순간, 인상적인 센세이션이 될 수 있는 향 브랜드라는 의미와 향이 삶의 동력이 된다는 동적인 의미 모두를 담아 Life Scents-ation으로 도출했다.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예상치 못했던 색다른 가치의 발견, 일상 속의 즐거운 상상이 가능한, 향으로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개념을 정리했다. 이런 본질 정의를 바탕으로 각자의 향과 관련된 수많은 기억들이 감각 속에 새겨져 일상을 보다 밀도 있게 한다는 의미로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캡처해 길게 늘이는 방식의 키 비주얼을 개발했고 흘러가는 일상을 특별하게 하는 향 브랜드라는 컨셉을 도출해 냈다. 브랜드라는 것은 단순 프로덕트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제품뿐만 아니라 감성적 편익, 브랜드 개성, 이미지적 상상력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화학적인 향만 보는 것이 아닌 감각적인 차원, 문학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향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을 가미했다.
‘Flatshoes In My Briefcase - 서류가방 속 플랫슈즈’, ‘Waltz In The Early Morning - 이른 새벽의 왈츠’, ‘Midnight Pool - 밤 수영’ 등의 스토리를 담아 개발된 제품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같은 일상도 특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의도였다. 이런 요소들은 소비자에게 제품 외에 이 브랜드를 꼭 소비해야 하는 KBF(핵심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기를 바랐다.
랜선 넘어 향을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를 다양한 접점에 반영했던 것처럼 늘 모든 문제 해결은 제약, 즉 한계를 넘어가려는 노력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 프로젝트다.
*20년 당시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정리된 내용을 발췌.
다만 이 프로젝트는 이런 의도와 시도가 소비자에게까지 온전히 전달되었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방해요인이 무엇이었을까? 에 대한 고민을 남기는 프로젝트였다. 이 역시 답을 내어놓을 때가 되었다. 떡밥만 쌓이고 있다. 하나씩 풀어가 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