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혼자서도 잘 해먹어요.

by 수현

혼자 살면서 제일 먼저 한 결심이 [집에서 밥 해 먹어야지]였다.

그 결심을 듣고 자취를 먼저 시작한 친구가 말했다. [두고 보겠어]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하루 세끼를 직접 해서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나 한 사람의 끼니를 위해 재료를 사고, 레시피를 찾고, 밑준비를 하고, 조리를 하고, 세팅해서 먹고, 치우는 일까지.

그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고 대충 인스턴트로 때우거나, 밖에서 계속 사 먹으면 돈만 많이 들고 몸은 금방 축이 난다.


그만큼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사랑일 것이고,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이라면 스스로를 아껴주는 일의 첫 번째일 것이다.

세끼 다가 아니더라도, 하루 한 끼라도 내가 나에게 메뉴를 고르고, 재료를 준비해서, 조리하고, 대접하는 일.

화려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주방이라는 나만의 공간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오롯하게 혼자서 요리를 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내 삶의 속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지금의 온도와 냄새, 맛, 그리고 내 마음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다.


이 글들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그 음식들을 먹던 날의 나는 늘 조금씩 달랐던 거 같다.

어떤 날은 지쳐있었고, 어떤 날은 힘이 되어주고 싶은 순간이었고, 어떤 날은 부러움에 마음이 흐려지기도 했고, 어떤 날은 엄마가 그리웠다.

요리를 통해 그 감정들을 억지로 지워내지 않고, 조용히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아마도 앞으로도 완벽하기만 한 하루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좋았다가 나빴다가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방 안에서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며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잘 먹고 힘을 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 글들을 읽어준 당신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따뜻하게 돌볼 수 있기를 바라며.

혼자서도 잘 해먹어요 시즌1 끝.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