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현 May 16. 2022

젊은 청춘의 어느 날

주로 궁시러대던 때에


내가, 청춘이라 불리우는. 그러니까 물론 지금도 충분히 청춘이지만, 청춘의 가장 파릇했던 대학생 시절에 썼던 궁시렁들을 모아보았다.

드라마 한 씬 정도는 뚝딱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은 여러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이때는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이때 오히려 글을 잘 썼네. 이때 참 힘들었나보다. 지금 내가 찾은 답은 뭘까. 참 많은 생각들을 또 했지만, 결론은 없다. 아직도 현재진행 중인 생각들이기에.

때문에 그 글들을 꽁꽁 싸매고 있지말고 보따리 한 번 풀어 방출해보려고 모아보았다.

이 글들이 잘 남아 훗날의 나에게 의미있는 영감이 되길 바라며.


-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는 내가 지금의 나이쯤이면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때 생각했던 어른의 역할이란 또 무엇이었을까? 나이가 들면 들어갈수록 인생에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 배워가는 중이었다.


-

나는 더도 덜도 바라지 않고 딱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평범하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주 조금 삐끗했을 뿐인데, 벼랑 아래로 떨어져버리는 건 한 순간이었다.


-

정상이 비정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내가 옳다고 생각한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고집일 수도 있다는 거. 알고 보니 우리가 추구하고 있던 게 아니라 내가 추구하고 있었다는 거. 난 이 당연한 걸. 여태 몰랐네.


-

열심히 살라길래, 열심히 살았더니, 왜 열심히 살았냐고 묻는 세상이다.


-

그래도 나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바뀌지 않았다.


-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게 갑자기 너무 두려워졌다. 여태 살아온 내 삶을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정말 열심히, 또 나름 즐겁게 살았던 내 삶인데, 갑자기 너무 시시해졌다. 이 모든 것이.


-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상관은 없다. 다만 질문을 멈추지 말 것. “나는, 행복한가?”


-

세상은 모두에게 참 가혹해. 선물 같은 삶을 전부 내어주고는 하나씩 빼앗아가지. 젊음을, 기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갖고 싶은 걸 앞에 두고 갖지 못하고 기다리도록 만들고.

너무 많은 걸 알도록 만들지만, 그 모든 걸 또 모른 척하게 만들어.

삶은 어쩌면 아픔의 연속이지만, 그 아픔의 시간이 지나면 좋았떤 일부의 것만 기억하게 만들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만들어.

어떨 땐,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장난같기도. 누군가의 놀이 같기도 해.


-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사람에게 큰 기대가 없어요.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게 참 씁쓸한 일이긴 한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참. 편하더라고요.


-

그 아이의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 아이의 글은 마치 종이를 씹어 먹는 느낌이었다. 약간은 누런색의 조금은 빳빳한 종이를. 그 아이의 무표정한 듯한 글이 가끔은 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

나는 나를 가장 강한게 옭아매고 있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다.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나름의 성공을 늘 거둬야 했으며, 많은 것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다.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위치에서 아래를 향한 포용에 힘쓰고 있다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남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가장 엄격했고, 그 엄격함에 나 자신을 가두어놓았다. 결국 나 자신을 이렇게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나였다.


-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정말 추운 겨울날에 갑자기 어디에선가 느껴지는 온기 때문에 잠깐 멈춰 서서 몸 좀 녹이고 가고 싶은 거. 내가 그런 온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냥 그랬어.


-

나는 나이가 들면 뭔가 하나라도 좀 확실해지는 게 있겠지 했다? 그런데 아니었어. 지난 날에 확실했던 것들은 점점 불확실해지고,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는 지경에 이르지. 그래서 딱 한 가지를 선택해서 그 길로 간다는 게 너무 힘이 들고. 어쨌든 내가 선택한 건 돌이킬 수 없을테니까. 결국 그 책임은 오롯하게 나의 것이니까. 그게 세상의 이치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후회라는 걸 하나봐.


-

완벽하게 후회 없는 결정이라는 게 어디 있겠어. 그게 완벽에 가까웠다고 하더라도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미련을 두는 게 인간인 걸. 그래. 이게 그래도 내 최선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거지. 그렇게 살아지는거지 우린.


-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싶다가도. 이게 자꾸 반감이 드네? 나도 그래야 해? 하고 말이야. 그런데 참 우습지. 다른게 살 거라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살아질라나?


-

슬픔이 기쁨을 잠식하는 순간부터 사람의 우울은 시작되지. 근데 사실 그 두 가지의 감정은 정말 마른 낙엽처럼 뒤집히는 감정이거든.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평생 살고 싶어. 옛날에는 그저 촌스러운 노래 가사일 뿐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만한 행복이 없더라.


-

이제쯤 살았으면 우리 그정도는 이미 알게 됐잖아요.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거. 결국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니까. 지금 모르는 것에 대해서 나는 굳이 두 발을 동동거리지 않겠다는 거에요.


-

아픈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안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아무리 싫어도 내일은 오고. 아무리 답답해도 배꼽시계는 울리고. 아무리 슬퍼도 또 다시 그것을 새로히 마주할 날은 돌아 오니. 그리하여 언젠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 될 것을. 그럼에도 지금 아픈 건 어떨 수 없는 것이니. 그냥 아프자고.


-

인생은 마치 거대한 롤러코스터 같아. 올라갈 때는 한없이 길고 고되고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교차 되지만, 결국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거든. 뭐든 시작하기 전이 힘들고 어려운 법이지 막상 시작하고 보면 뒤돌아 볼 여유 없이 한순간에 무언가 결론은 나지니까.


-

원래 세상은 조금씩 외로운거야. 그 조금의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곤 하지 인간은.


-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진리니까.


-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나의 껍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부러워하는 것들, 내가 생각하는 자랑스러운 나의 모습들도 모두 나의 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와르르 무너져내린 순간이었다.


-

과거는 그립고, 미래는 두렵고, 현재는 복잡하니까.


-

저는 쉬운 사랑에 취미 없어요.


-

사람은 말과 표정이 다를 수 있는 존재라. 어쩌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표정을 봐야하는 것일지도.


-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아. 이 사람이 무엇을 하면 좋아해줄까, 기뻐할까, 편할까 고민하고 그걸 해주는데 그 사람의 고민마저도 다 느껴지는 다정한 사람. 말을 천천히 하는 사람이 좋아. 따뜻한 음색에 특유의 차분한 말투를 써서 듣기만 해도 신뢰가 가는 말을 쓰는 사람이 좋아.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아. 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아니라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 그 여유는 무턱대고 나오는 나태함이나 낙관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자신감 있고, 위기에 강하고, 모나지 않은 그런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 말이야.


-

‘이해해’라는 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무책임한 말.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네가 나를 어찌 알겠느냐. 이해한다는 말도, 이해해달라는 말도 어쩌면 너무나도 서로에게 큰 짐을 지우게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린 다들 다르니까. 알 것 같은 것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일지도. 그냥 다름을 인정해달라고 나를 그냥 있는대로 봐달라고 하는 게 어쩌면 더 맞는 것 일지도.


-

세상이 늘 내 맘같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 진심이 전해지지 않기도, 내 상황은 그게 아닌데 상대는 알지 못하기도 하기에.


-

사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나의 이만큼이 상대방의 요만큼과 어쩌면 같은 크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줄 때에는 해준 만큼 돌려받을 생각 없이 해야 한다.


-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나한테 왜 이렇게 원하는 게 많지?


-

기지를 발휘한다는 거. 어쩌면 나도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내가 해내는 것.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나 스스로에게 박수.


-

사실, 어른이 되면서는 뭔가를 더 얻고 싶기보다는 가진 걸 잃기 싫어지지. 좋은 사람이고 싶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 칭찬 받고 싶기보다는 미움 받기 싫어서 선택하는 게 더 많으니까.


-

가끔 높이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상이 미니어처로 보일 때가 있다. 저 작은 건물들 안에서 더 작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어떨 때에는 세상 모든 것이 저렇게 작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 생각이 괜시리 위로가 될 때가 있다.


-

어릴 적엔 노력하면 뛰어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결과를 보았다. 그래서 하면 될 거라 생각하고, 나를 참 많이도 갈아 넣었고, 온갖 애를 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열심히’민이 답이 아니었다. 노력은 신기루처럼 흩어졌고, 세상이 무심하게 따로는 비웃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주위를 둘로보니 나로선 절대 가질 수 없는 무기를 가진 주변인들이 있었다. 더 가자니 벅차고, 멈추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랐지만, 아무한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눈물이 나고는 했다. 갸날푸지만, 역으로 가장 폭발적이었던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내 마음을 온통 두드렸다.


-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니까.


-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맨날 입으로만. 그냥 입만살아서는 뭐 하나 진득하니 하는 것도 없고. 그렇게 계획만 세워서 뭐하니? 담궈를 봐야지. 두 발을 담궈 봐야 알 거 아니야. 이게 뭔지. 이게 너랑 맞는지. 너는 어쩜 아직 젊은 애가 늘 플랜비를 세워두고 발가락만 담궜다 뺐다 그러니? 평생 그래 봐라.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찾아지나.”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그래서. 더 . 진심으로 상처받았다.

“힝”


-

늘 그렇듯, 세상에 정답은 없다. 다 각자만의 속도로 각자만의 길을 걸어갈 뿐. 무엇이 맞다고 그르다고 말하기에 우리 각각의 세상은 너무 달랐다. 내 속도로 내 갈 길을 묵묵히. 그렇게 걸어가면 된다. 끊임없이 인생이라는 각자의 길을 방황하는 것. 그 방황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리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어른이었다.


-

“다음에 하자. 다음에.”

“다음은 없어. 오늘 안 하면 끝이야. 안 해도 그만인 거야. 다음은 없어.”


-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에서 빛을 잃은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걸까? 일에 치여서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나에게 마저도 소홀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내 자리가 더욱 견고해지면 과연 상황은 바뀔까?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렇게 될까 기다리며 참고 버티는 그 시간이 내 삶이 너무 가여워졌다. 유난스럽다고 해도 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무모하기만 해도 모자랄 판에,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외면 당할까봐. 거절 당할까봐.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짐작 내가 나에게 상처를 입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그 손을 꼭 잡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아픔은 잠시지만 후회는 기니까. 네가 하고 싶은 길을 힘차게 걸어가” 그렇게 마주 앉아 너의 미래는 어떤 선택을 하든 행복하게 될 거라고 바라봐 주고 싶다.


-

나는 그냥 이렇게 흘러가고 싶어. 순리에 맞게. 거스르지 않고. 이렇게 흘러가다 만나게 되는 것들을 기대하며. 욕망이 없는 게 죄는 아니잖아?


-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같은 순간이어도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게 기억되거든. 평화로웠거나, 흥에 겨웠거나, 아련했더나, 슬펐거나, 후회가 되었거나, 두려웠거나, 사랑에 빠졌거나, 희망을 찾았거나,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

그렇다. 나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겁이 나서 나에게 나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좋은 것들마저 내 안에 들이지 못했다.


-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해야 했다.


-

나는 나의 가치를 찾고,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 그 길 위에 놓여있다.


-

저는 좋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오늘 하루는 참 고단하고, 세상은 매몰차고, 사람들에 치이고, 가끔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악마같은 존재들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좋은 사람의 어때에 기대어 위로 받았고, 참 좋은 사람이 해준 밥에 행복함을 느꼈고, 참 좋은 사람의 말에 용기를 배우고 사랑을 느꼈어요. 그런 사람들에 세상에 훨씬 많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도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났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좋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감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

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되도록 입으로 설명하려고 하지 마. 그냥 행동으로 보여줘. 입으로 설명하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을 자꾸 강조하게 되거든. 근데 그 모습은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모습이랑은 또 달라서 모순을 만들어. 결국 거짓말쟁이가 되고야 마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


-

나이를 세는 삶이 아니라, 행복했던 순간들을 세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


-

느닷없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