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현 Feb 10. 2023

지금 무언가 하지 않으면 유죄?

돈벌이가 되지 않는 것을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요즘은 열심히 사는 것이 트렌드인 거 같다.

뭐든지 열심히, 더 더 더 더 할수록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 시대.

경험하고 도전하고 해내고 성취해야만 할 것 같은 시대.

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 것만 같은 시대.

그 속에서 나는 어쩌면 아직도 방황 중이다.


203040 중 본업을 하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부업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블로그 수익화, PDF 책 출간, 유튜브 채널 운영, 인스타 인플루언서 채널 운영, 스마트 스토어, 온라인 셀러.

유튜브에 들어가면 수백 가지 종류의 부업들을 얼른 시작하라며 방법과 꿀팁을 공유해 주는 유튜버들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노출된다.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버는 방법, 협찬 받으며 무료로 좋은 식사와 숙소를 제공받는 방법,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방법 등 혹할 수 있는 내용들이 즐비하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지...

지금 나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한참 뒤처지는 거 같고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제 사회활동에 뛰어든 내 또래의 친구들은 정말 극과 극이다.

'인사이더'의 치열함, '열쩡열쩡열쩡' 에너지틱함, '나 평생 혼자 산다' 혹은 '나는 자연인이다'.

평범함보다는 확실한 자기만의 색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 거 같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세대. 때문에 평생직장은 없고, 직장은 내 삶의 하나의 수단이 되는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이다. 때문에 끊임없이 본업 외의 것들을 탐색하고 시도하는 세대인 거 같기도 하다.

입사를 꿈꾸며 학생 때부터 끊임없이 달렸지만, 입사를 한 뒤로는 다시 퇴사를 목표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되는 것. 그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부업에서의 성공이고. 어쩌면 부업의 본업화가 꿈이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인간은 만에 하나 부의 자유를 누리더라도 일은 끊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대의 뚜렷한 색채와 그 세대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 간극이 부업에 더욱 집착을 하게 만들고, 본업을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와 쉬려는데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부업을 하지 않으면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만해도 혼자 글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걸 어떻게 콘텐츠화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 브런치도 글 근력을 키운다고 시작은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나중에 무언가 수익화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러다가도 이러한 생각 자체가 인생의 큰 피로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것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걸 자꾸 수익화해 볼, 딴생각을 하니...


물론,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것이 더 산 어른들의 인생꿀팁이다.

할까 말까 할 때는 일단은 경험해 보고 직접 깨닫고 나는 것이 그 결과가 좋던, 나쁘던 큰 배움으로 남는다는 말에는 백번 공감한다. 그런 식이라면 뭐든 일단 해보는 게 맞지만, 그 한 번에 무언가 큰 결과물을 내려고 욕심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때로는 그 욕심이 그 행위를 하는 순수한 마음을 짓누를 때가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퇴근 후에 쉬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무언가 하게 되더라도 시간이 흘러 지금의 순간을 되돌아보았을 때 참 좋았다. 참 잘했다. 흐뭇하게 생각하고 바라봐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일로 생각한 것들에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부업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지라도, 설사 그것이 쉼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부여를 한다는 게 꼭 합리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 하루에 내가 지은 이름표 딱지 하나 붙여주는 재미도 있어야지 암.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그로 인한 가치는 그게 돈이든, 돈이 아닌 다른 무언가이든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지 말고. 너무 죄책감 갖지 말고. 너무 불안해 말고.

오늘을 살아가자.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오늘을.




 

작가의 이전글 싸움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