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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비유와 선입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저는 주연보다 조연에 관심이 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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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0ktnWXo


- 글을 쓰게 된 목적 : 


요즘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들었던 다양한 생각을 적어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암기력이 뛰어난 천재인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성장하는 모습에 관심을 보여준다. 그런데 주연보다는 조연에 관심이 가는 건 나만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왜 자꾸 나는 주인공보다 감초 역할을 수행하는 조연에게 마음이 가는 걸까. 어쩌면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그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깔깔이 신세로 살아왔던 내 인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 조명하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이 있으니, 나는 웃음을 주는 희극배우, 개그맨, 코미디언의 삶을 좀 더 조명해보고자 한다. 만일 웃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덧씌워진 편견과 선입견 또한 없어져야 할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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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성장과 비유와 선입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0.

스카이 캐슬과 닮은

폭풍 성장한 시청률


2018년 말, 2019년 초 JTBC 드라마의 거대한 한 획을 그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첫 화부터 엄청난 도입과 빠른 전개, 꼼꼼한 복선 설치와 충실한 떡밥 회수 등 많은 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정준호 배우가 연기했던 강준상이 토해냈던 외침이었습니다.


https://youtu.be/537Lw25FSOQ


오로지 자신의 평판, 스펙, 목표만 좇으면서 살다가 자신의 삶에 자기 자신이 없다면서 사표를 쓰겠다고 말했던 이야기였는데요. 이 장면이야말로 [본캐]와 [부캐]의 구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특히 폭풍 성장했던 시청률로도 인상 깊습니다. 1%대 시청률로 시작해 24%로 마무리하게 되면서 주변 여기저기에서 [스카이 캐슬] 봤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 시청률 얘기가 나오니, 숫자에 민감한 어른을 다룬 [어린 왕자]의 한 대사가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어른이니까요.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 어른들은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앤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는 나비를 수집하니?" 따위의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앤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니?" 따위만 묻는다.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애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믿는 것이다.

만일 어른들에게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고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 "십만 프랑 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야 참 멋진 집이구나!"라고 소리를 지른다.

_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어른은 숫자를 좋아한다 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이 날로 날로 폭풍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 관심이 더 가게 되더군요. 공중파가 아니면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깼던 종편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케이블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던 편견을 깨고 드라마 방송국인 ENA를 넘어 케이블채널 드라마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라는 OTT채널 거대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드라마에 좀 더 쉽게 유입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넷플릭스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했다면 그냥 넷플릭스로 쭉 보면 될 텐데, 어떻게 드라마의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가 되었는지 생각해 봤는데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후 9시에 진행되는 본방이 종료된 후, 오후 10시 30분에 오픈됩니다. 그래서 그 1시간 30분을 기다리지 못한 시청자들이 본방을 시청하기 위해 이름도 생소한 ENA 채널을 찾아 시청하게 된 겁니다.


즉, 넷플릭스는 해당 드라마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전 회차를 몰아보면서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진도를 따라잡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생방 채널로 이동하여 시청률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시청률 상승에 가장 이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 낸 것이죠.


기존 케이블 채널의 대표 격이었던 tvN이 공중파/종편을 뛰어넘고 새로운 방송사로서 인정을 받았었는데, 그 흐름을 ENA가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제 콘텐츠만 좋으면, 방송사의 권력이 유명무실해지는 예시를 자주 보게 되는데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OTT채널이 방송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가 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1.

드래곤볼과 닮은

등장인물의 성장


콘텐츠의 바람이 일렁이던 90년대를 상징하는 만화, 드래곤볼은 요즘 세대에게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드래곤볼의 후속작 드래곤볼 슈퍼가 연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래곤볼은 중국 사대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아 원숭이 손오공이 악의 무리를 쳐부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손오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서유기보다 드래곤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게 되네요.


아무리 뛰어넘으려고 애써도 2인자 밖에 되지 못하는 베지터, 경쟁자로 등장하였다가 점차 친구가 되는 묘사 등은 성장드라마의 핵심 요소인데, 이러한 요소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등장인물을 최대한 비슷한 위치에 맞게 배치해보겠습니다.




1-1.

우당탕탕 우영우

작중최강 손오공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우영우 변호사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1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병을 따는 일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로 통째로 암기해버리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고, 적재적소에 꺼내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보여줍니다.


우영우 변호사는 당연하게도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작중 최강의 힘을 가진, 그리고 폭풍성장을 보여주는 천재 파이터입니다. 손오공은 어렸을 때 머리를 다쳐서 기억을 잃었는데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가 뒤늦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서도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과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죠.




1-2.

방정맞은 정명석

스승의 무천도사


강기영 배우가 연기하는 정명석 변호사는 14년 차 시니어 변호사입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에서 왠지 엄숙한 연기를 할 것이 예상되는데요. 살짝 방정맞아 보이는 목소리 톤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줍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에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저는 정명석 변호사를 손오공의 스승이었던 무천도사에 대응해보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실제 배우가 가진 촐싹 맞은 모습에서 유래하기도 했고, 강기영 배우가 출연했던 SBS 예능 [미추리 8-1000] 때문입니다. 강기영 배우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2019 올해의 변태에 선정될 정도로 묘한 19금 드립을 날리면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순발력과 코믹함을 보여주었기에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https://youtu.be/FfEq2NQ5hfU



1-3

동투더 그투더 라미 동그라미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야무치


주현영 배우가 연기하는 동그라미는 우영우 변호사의 학창 시절 친구입니다. 약간은 자유로워 보이는 인상 때문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학창 시절 또라이스러운 모습을 풍기면서 등장했다가 주인공과 친구가 되는 서사를 보여주는데요.


저는 동그라미를 어렸을 때부터 함께했던 야무치에 대응하고 싶습니다. 얼굴에 십자가 상처가 날 정도로 산적질을 하면서 살았지만, 손오공을 만난 이후부터는 개과천선하여 주인공의 조력자로 역할을 변경합니다. 잘생긴 사람을 보면 금방 사랑에 빠지는 모습도 야무치와 많이 닮았네요.




1-4

봄날의 햇살 최수연

모성애의 꽃 피콜로


하윤경 배우가 연기하는 최수연 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의 로스쿨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입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우영우를 도와주는 착한 성정을 가졌지만, 번번이 1등을 독차지하는 우영우에게 묘한 질투심을 갖습니다. 그런데도 우영우가 눈에 밟히는 행동을 할 때마다 옆에서 계속 도와줍니다. 그런 그녀에게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이라는 호칭을 선사하죠. 최강동안 최수연을 기대하던 최수연에게, 폭풍설사 최수연으로 불릴 것을 예상했던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한방 먹히면서 주인공의 따스함을 이어갑니다.


저는 최수연을 모성애를 상징하는 피콜로에 대응하고 싶습니다. 피콜로는 손오공의 죽음에 어쩔 수 없이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 손오공의 아들 손오반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떠안았는데요. 앞에서는 손오반을 강하게 훈련시키면서도 뒤에서는 오반에 대해 애정을 보여줍니다. 손오반은 피콜로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5

권모술수 권민우

이인자의 베지터


주종혁 배우가 연기하는 권민우 변호사는 주인공에게 라이벌 의식과 열등감을 느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진행 중인 현재,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보여주던 다른 드라마의 수많은 빌런들과 비교하면 그의 악랄함은 매우 귀여운 수준입니다. 그저 낙하산으로 들어온 우영우를 강자라고 묘사하며, 불공정함을 호소하려고 온라인에 악성 소문을 퍼뜨릴 뿐이니까요.


저는 권민우 변호사를 2인자 열등감에 시달리는 베지터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주인공 보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죠. 드라마 곳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얄밉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빌런으로 시작했지만, 아직 그의 서사는 보여준 적이 없는데요. 그를 흑화한 빌런으로 보여줄 게 아니라면, 언젠가 그의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은 열등감이 가득한 권민우와 같은 사람이니까요.




2.

다루기 힘든 소재를

전면에 세워 묘사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보여주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천재적인 두뇌를 갖는 건 매우 드물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 조금은 극적인 묘사를 위해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초기와 달리 이제 역대급 인기 드라마가 된 관계로 지금은 편하게 해당 드라마를 봤는지 물어볼 수 있었는데요. 초기에는 해당 드라마 자체를 일상 대화에서 언급하는 게 쉽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자칫 실수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영우를 흉내 내면서 패러디를 한 영상을 올린 유튜버가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난을 받아 그들을 고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해당 영상을 보면서 평가가 다르겠습니다만, 연기했던 배우의 말투를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을만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https://www.kdf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529



해당 영상은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를 패러디해서 [밥]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로 바꾸면서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지, 해당 유튜버의 영상에 악플을 달아 비난하여 해당 영상에서는 댓글을 볼 수 없게 되었네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일은 선한 일이지만, 드라마의 대사를 패러디해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논란이 생기게 된다면 과연 누가 장애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위 기사를 보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함부로 언급조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종의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연기하는 모습을 패러디해서 일회성 캐릭터로 소비하는 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해가 발생할 것 때문에 언제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아예 언급을 피하는 안전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언젠가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작은 장애를 갖게 됩니다. 나이 들면서 장애를 갖게 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 될까요? 아마 장애를 놓고 언급하는 것 자체를 쉬쉬하는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과 사회가 가진 편견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나 역시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어떻게 하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3.

감초 전문 조연배우가

언젠가는 주연이 되길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다 보니, 드라마에서 종종 보이는 재미있는 사람, 혹은 통통 튀는 캐릭터를 가진 사람에게 유독 눈길이 갑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면, 결혼하는 주인공보다 결혼하는 주인공을 빛내는 위트 있는 진행자에게 관심이 생깁니다.


결혼식이라는 다소 진지한 행사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살짝 긴장을 풀어주는 멘트를 던지는 진행자를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진행자가 던지는 멘트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준비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재미라면 재미랄까요.


소위 말해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을 맡는다고 하죠. 감초란 말 그대로 달콤한 풀이란 뜻으로 감초가 없는 한약재는 쓴맛 때문에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에나 들어간다는 뜻으로 [약방에 감초]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유독 강기영 배우에게 눈길이 갑니다. 예전부터 감초 역할을 했던 강기영 배우가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기영 배우를 인상적으로 봤던 작품은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허민수 수셰프를 맡았을 때였습니다. 해당 드라마의 주연이었던 조정석 배우에게 늘 불평불만을 투덜대곤 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깐족거림은 제게 웃음을 주었고, 이러한 모습은 MBC 드라마 [세 가지 색 판타지 - 생동성 연애]에서도 이어집니다. SBS 예능 [미추리 8-1000]에서 그의 깐족 반전 캐릭터가 만개했다고 생각하고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얄미운 사람을 연기할 때,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가 던지는 위트 넘치는 대사 하나하나가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야. 아니, 우영우 변호사. 지금 몇 시인 줄 알아요?
오전 3시 10분이면 다들 자는 시간 아닌가?
새들도, 아가 양도, 명석이도.

_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화 中


이런 재미있는 대사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모습을 보면,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유명 캐스트이자 현재는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윤쭈꾸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얼핏 보면 외모가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죠. 대사 한마디로 상대방의 긴장을 풀게 만드는 모습을 보는 건 제게 참 즐거운 일입니다.


https://youtu.be/xsmVvDj8T8g



4.

개그맨은 연기를

못한다는 선입견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게 되면 마치 내가 잘 된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 건 주로 잘생기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인 경우가 많죠. 소위 말해서 깔깔이 같이 사람을 웃겨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연보다 조연 역할을 맡게 되죠.


순수하게 웃음에만 집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없어진 것도 참 아쉽습니다.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같이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나서 방송사에서 신인을 육성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더 이상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한몫하겠죠. 그래도 유튜브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했던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 유튜브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 게 그나마 감사한 일이죠.


희극 연기,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을 웃기게 하는 연기는 가장 고난도 연기에 속합니다. 희극배우 출신은 어떠한 연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코미디언 김신영 씨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했었습니다. 김신영 씨는 tvN 예능 유퀴즈에 나와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았는데요.


https://youtu.be/ofiM6-4tTMM


칸의 남자 박찬욱 감독이 [행님아] 때부터 김신영 씨를 지켜봤다고 합니다. 인생의 여러 감정을 다 갖춰서 사람들을 웃겼다가 울렸다가 하는 게 참 좋았다는 표현이 참 기분 좋았는데요. 김신영 씨 스스로도 코미디언으로서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자칫 영화를 망치게 되진 않을까 걱정했었다고 하는데, 감독님이 먼저 그 선입견을 깨 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로 화답했습니다.


유재석 씨가 김신영 씨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희극배우, 코미디언, 개그맨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촐랑대고 웃기는 사람을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방송가의 분위기를 보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을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국민 MC 유재석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습니다. 2021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에서 유재석 씨는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기립은커녕 박수도 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연예인병에 걸렸다는 후속 기사가 이어지기도 했을 정도로 당시 개그맨이 방송계에서 갖는 위상을 보여주었는데요.


https://youtu.be/F53wbRAHduY



저는 언젠가 희극배우, 코미디언, 개그맨들이 감초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영화,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중국 영화배우 주성치, 할리우드 배우인 짐 캐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웃음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을 함께 선물해 줄 수 있는 희극배우들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도 언젠가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각자가 살아낼 몫입니다.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개의 시선이 있기 마련이죠. 제가 개그맨들이 주연이 되길 바란다고 해서 그들이 주연으로 발탁되는 일이 금방 되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웃기는 사람은 막 대해도 될 거라는 생각, 웃기는 사람은 진지한 역할을 잘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이 언젠가 사라지길 바랄 뿐이죠.


조금은 더 나아진 촬영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코미디언들이 많아진다면 더욱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서로가 가진 특성을 놓고 비하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가진 특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더욱 성숙한 사회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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