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튜브도 요약해서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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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유튜브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지냈다. 동영상을 지속해서 시청하는 것이 뇌에 치명적이라는 내용을 유튜브로 보고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원래 독해력이 좋지도 않았었지만, 점점 책을 읽기 힘들다. 계속 스스로 수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까 하다가 안 그래도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보고 싶은 영상이, 봐야 하는 영상이 너무 많다 보니 이걸 요약해서 볼 순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유튜브 내용을 요약해 주는 써머리 앱과 릴리스 프로그램을 소개해 본다. 단순히 요약만 해줄 거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 둘 다 각자만의 특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써머리 앱은 내가 원하는 채널의 영상이 새롭게 나올 때마다 자동으로 요약해서 알림을 보내준다. 릴리스 프로그램은 요약한 줄글 중간중간에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제공하여 블로그 스타일에 맞춰서 제공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제공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기획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요약한 내용을 또 요약하는 뇌절을 해보면 어떨지 싶었다. 과연 요약한 내용을 계속해서 요약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지금 쓰고 있는 이 요약 글조차도 언젠가 인공지능에게 맡길 날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내가 쓸 글조차도 적당히 키워드만 입력해 놓고, 인공지능이 쓰게 만든 후 그 쓴 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선택하는 날이 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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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유튜브를 보다가
인풋을 생각하다
유튜브에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수많은 영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마는데요. 항상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이 다짐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계속 이렇게 영상만 보고 있으면, 내 뇌를 스쳐 지나가는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요즘 들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제 독해력이 주는 충격, 이 유튜브 바보상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만 남고 마네요.
그나마 이렇게 뭐라도 새로운 지식이 뇌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 해명해 봅니다. 뭐든 스쳐 지나갈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니까요. 관심을 두게 되면 지속할 수 있으니 꼭 나쁘다고만 볼 순 없을 겁니다.
이미지와 영상의 장점은 직관적이라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마치 원래 알던 것처럼 익숙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데요. 이에 반해 줄글은 새겨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가 이미지를 상상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해하는 과정을 불과 관련하여 비유한다면, 이미지와 영상이 이해를 돕는 불쏘시개 역할이 되고, 줄글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만드는 숯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영어 듣기를 공부할 때, hearing과 listening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의식적으로 흘려들으면서 발음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이 hearing이라면,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들으면서 이해하는 과정이 listening이겠죠. 그러니까 지금 제가 열심히 유튜브를 보는 건 hearing 과정이다, 언젠가를 위해 열심히 인풋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라고 스스로 착각해 봅니다. 실제로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인풋이 듣기와 읽기라면 아웃풋은 쓰기와 말하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풋과 아웃풋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인풋과 아웃풋은 사실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의 세계는 참 심오합니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았을 때, 뭔가 지식을 집어넣고 욱여넣는 과정이 인풋인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꾸역꾸역 집어넣고 어떻게든 욱여넣은 지식이 어떻게 소화되어 나오는지 보아야 합니다. 내 안에서 나오는 아웃풋을 보아야 진짜 내 안에 무엇이 들어와서 인풋이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확실히 요즘 들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저의 독해력이 은근히 충격을 줍니다. 고작 100쪽 정도 읽었을 뿐인데, 금방 몸을 배배 꼬면서 책장을 덮어버리곤 하니까요. 물론 과거에도 책을 잘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 예전에 비해 더 속도가 더뎌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읽었던 책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보니, 독해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집중이 잘 안되어서 답답한 나머지, 갑자기 글을 소리 내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의외로 살짝 주위를 환기하면서 다시금 집중력이 생기게 해주더군요. 물론 얼마 못 가 다시 집중력이 해이해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여기에서 다시금 아웃풋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머릿속에 계속 집어넣는다고 진짜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이 되도록 만들어야 진짜 인풋이 되는 것. 이렇게 인풋과 아웃풋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한때 제게도 답을 아는 것이 중요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답을 몰라서 답답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답인지 전부 알지만, 실행하지 않는 나 자신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답이 없는 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내 안에 있는 귀찮음, 게으름과 끊임없이 투쟁하는 게 어쩌면 남은 삶을 살아갈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
요약할 능력마저
외주를 줬습니다
일단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가득한 내 삶을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요약]이라는 키워드를 붙잡아 보았습니다. 내가 방금 본 영상에서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를 자문해 보았을 때,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을 보면서 살짝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AI를 활용하여 유튜브 동영상을 요약해 주는 앱과 프로그램을 써 보았습니다.
스스로 요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지만, 이젠 그 요약할 능력마저 외주로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게으름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우선 저는 긴 영상을 보기 전, 예습용으로 살짝 맛보는 찍먹용으로 사용하는 편인데요. 가끔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뭔가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면 복습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요약 프로그램은 지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동영상을 요약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딱 두 가지, 써머리 앱과 릴리스 프로그램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비교를 위해 동일한 동영상을 각각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요약한 결과물을 공유해 볼게요. 그럼 두 프로그램의 장점과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https://share.summaryapp.io/ko/65672f4d5ee8bb2a98da17e6
https://lilys.ai/result?videoId=UOh1alobgrI&result=blogPost
일단 수많은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이 두 가지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둘 다 한국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라 한국어 설정이 기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외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의 경우,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번역이 되어서 그런지 요약 내용의 수준이 좋지 않고 최적화되지 않아 조금 아쉽습니다. 그에 반해 두 프로그램은 한국어에 최적화되어 있고, 사용자 친화적인 레이아웃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직은 둘 다 무료로 운영하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동영상의 전체 스크립트와 요약한 내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요약한 영상의 경우, 결과물을 거의 곧바로 제공하거나 길어야 30초 이내에 제공하는 듯하고요. 다른 사람이 요약하지 않은 영상의 경우, 두 프로그램 모두 시간이 5분 정도 걸리는 듯합니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이 있다면 [써머리]는 앱으로만 제공하고 있고, [릴리스]는 웹으로만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두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사용하면 좋겠죠. 또한 요약이 가능한 동영상의 길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써머리]는 최대 2시간 길이, [릴리스]는 최대 3시간 길이의 동영상만 요약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써머리]는 전체 요약을 최상단에 위치하여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러니까 요약한 내용을 다시 요약하여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반해 [릴리스]는 영상 내용을 요약하여 블로그에 사용할 수 있는 게시글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요약 내용 중간중간 적절한 이미지를 미리 캡처해서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동영상의 내용을 블로그에 소개하려는 사람이 사용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써머리]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자동 요약 기능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자신이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을 등록해 두면, 해당 채널에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해당 영상을 요약해 줍니다. 그리고 해당 영상이 요약되었다는 알림을 앱으로 보내주거든요. 자주 보는 채널의 경우, 영상을 요약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거나 깜박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도와주고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구독자에게 제일 먼저 영상 알림이 가는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릴리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사용자들의 수정 요청을 접수하여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실제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사람들이 필요한 기능을 작성해서 전달하면, 사용자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우선하여 해당 기능을 먼저 개발하는 방식인데요. 실제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용자 관점에서 프로그램에 애정이 생기고 반복해서 접속할 수 있게 만드는 기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각자의 강점을 서로 잘 흡수한다면, 둘 다 아마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2.
이미 요약한 내용을
또 요약해서 봅니다
지식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 이런 요약 프로그램의 등장은 득이 될까요, 실이 될까요? 이것은 마치 실제로 책을 구매하기보다는 책을 읽은 유튜버가 리뷰하는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유튜버가 기존 콘텐츠를 요약해 줬다면, 이젠 이러한 요약 프로그램이 유튜버가 요약한 내용을 다시 요약해 줄 테니까요.
이 프로그램을 써 보면서 살짝 뇌절 같은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스크립트를 하나하나 써 가면서 동영상 A를 만듭니다. 동영상 A를 요약한 스크립트를 읽어주는 동영상 B를 만듭니다. 동영상 B를 요약한 스크립트를 읽어주는 동영상 C를 만듭니다. 그렇게 계속 요약을 반복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맨 마지막에 남게 되는 건 무엇일까요? 한 문장 혹은 하나의 단어로 요약될 수도 있을까요?
이런 상상을 실제로 실현해 보기 위해 앞에서 요약했던 동영상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해 보기로 했습니다. AI 프로그램을 쉽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뤼튼(wrtn) 프로그램으로 요약해 봤는데요. 어느 시점을 넘기는 순간 표현만 살짝씩 달라질 뿐, 더 이상 분량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함께 공부하면 현실적인 세계와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과학과 인문학은 접근 방식과 설명 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며, 언어와 관련된 비대칭 관계를 형성합니다. 기억은 자기 내면화를 통해 자기의 감옥이 될 수도 있고, 동지가 될 수도 있으며, 의도적으로 이전 기억이 없는 쪽으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문학과 과학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과학은 현상론적으로 발전하고 현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문학은 과학의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후성유전학과 에피제네틱스의 등장으로 인해 인문학 분야에서는 양육과 본성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스탑반응을 갖고 있습니다. 다윈주의는 생물의 다양한 종이 최초의 공통 조상에서 진화해왔다는 개념을 인정하는 생물학의 동의어이며, 자아는 자기의 경험과 기억을 회상하는 과정이 자아의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_ [Before] - [써머리]로 동영상을 요약한 내용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공부하면 현실과 사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접근과 설명 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며, 기억은 자아의 감옥이 될 수도 있고, 동지가 될 수도 있다. 인문학과 과학은 상호작용하며, 과학은 현대 문화에 영향을 주고, 인문학은 과학의 결과를 관찰하고 이해한다. 후성유전학과 에피제네틱스로 인해 인문학에서 양육과 본성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반응을 갖고 있다. 다윈주의는 종이 공통 조상에서 진화했다는 생물학적 개념이며, 자아는 경험과 기억을 회상하는 과정에 영향을 받는다.
_ [After] - [써머리]로 동영상을 요약한 내용을 다시 요약하는 과정을 반복한 최종 결과
혹시나 openAI를 쓰면 달라질지 싶어서 해봤는데,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https://chat.openai.com/share/936a5cd0-ce97-4a65-9cd3-56bd229f036d
궁극적으로 한 문장이나 한 단어까지 만드는 수준으로 만들어 보진 못했지만, 1시간 30분에 가까운 분량의 동영상을 고작 다섯 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점이 꽤 시사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즉, 1시간 30분 정도의 영상을 보았다면, 다섯 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그 지식이 진짜 저의 진정한 인풋이 되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