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남 대성과 시대 인재, 같은 전략과 다른 전술

전략은 변하지 않습니다만


전략과 전술, 언뜻 비슷해 보이니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전략을 숲에 비유한다면, 전술은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전략은 언제나 같지만, 전술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한다. 사교육 업계에서 지난 20년 넘게 패권을 누려왔던 강남 대성의 도약, 1등의 자리를 빼앗은 시대 인재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만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전략 #전술 #강남대성 #시대인재 #최상위권 #방심 #관성


#멋준평론




강남 대성과 시대 인재

같은 전략과 다른 전술​


강남대성학원은 지금이야 재수학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이지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1등은 아니었다. 그때는 종로학원이 재수학원 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판도가 뒤집힌다. 그 출발점은 입시제도의 변화였다.


당시 입시가 내신 중심으로 바뀌면서 특목고, 특히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불리해지는 일이 생겼다. 학교 성적이 상대평가다 보니, 공부 잘하는 학생들끼리 경쟁하면 내신을 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 입시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재학생들이 대거 자퇴를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퇴생들을 받아줄 마땅한 곳이 없었다는 것. 여기서 강남대성학원이 움직인다.


강남대성학원은 그 자퇴생들을 받아들였고, 그 학생들은 바로 다음 해에 놀라운 입시 실적을 낸다. 이 실적은 곧바로 학원의 브랜드로 연결됐다. 그렇게 강남대성학원은 재수학원 업계 1위로 도약하게 되고, 종로학원은 오랫동안 수성하던 1등 자리를 내주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입시 제도의 변화’가 기존 체제에 틈을 만든다.

→ 교육업계의 성공 전략은 ‘최상위권 유치’다.

→ 강남대성학원이 쓴 전술은 ‘자퇴한 특목고생 수용’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가 한 번 더 반복된다. 이번에는 2010년대 후반이다. 20년 가까이 재수학원 1등 자리를 지키던 강남대성학원은 새로운 강자, 시대인재학원에게 자리를 내준다. 시대인재는 원래 대치동에서 교재 출판과 모의고사 문제집 제작으로 시작한 곳이다. 특히 ‘서바이벌’ 시리즈 모의고사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실전 감각을 키우는 자료로 유명했다.


그런데 또다시 입시 제도에 변화가 생긴다. 과학탐구 영역에서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처럼 선택자 수가 많은 과목은 학원 강좌가 많았지만, 서울대학교가 여전히 물리Ⅱ, 화학Ⅱ 등의 Ⅱ 과목 선택을 요구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원은 Ⅱ 과목을 아예 개설하지 않거나 실질적인 수업 운영이 어려웠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이게 매우 큰 문제였다.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게 시대인재학원이었다. 2019년, 시대인재는 대치동에서 물리Ⅱ, 화학Ⅱ 과목을 정식 개설했고,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곧 다음 해 입시 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대인재학원은 입시계의 패권을 장악했고, 점점 영역을 확장하여 지금은 LEET 준비 과정까지 포함해 로스쿨, 유초등, 중등까지 교육 전 영역을 손대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41397



역시 우리가 보아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


‘입시 제도의 변화’가 기존 체제에 을 만든다.

→ 교육업계의 성공 전략은 ‘최상위권 유치’다.

→ 시대인재학원이 쓴 전술은 ‘과학탐구Ⅱ 과목 강좌 개설’이었다.




그런데 질문이 생긴다. 왜 강남대성학원은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규모가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한 방식에 집중하게 되고, 실험은 줄어든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어려우니, 빠르게 전환할 수 없다. 과거 성공했던 방식이 점점 굳어지면서 관성에 의존하게 된다. 관성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치하고 케어하는 데 집중하지만, 어느새 그 관리는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이미 1등이 되었기 때문에 ‘1등이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은 굳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강남대성학원은 자신들을 1등으로 만들어준 핵심 전략을 잊고 소홀히 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시대인재가 틈을 정확히 파고들어 1등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도, 강남대성학원이 멈춰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성공 전략은 바뀌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전술만 바뀔 뿐이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최상위권을 잡는 것이 교육업계의 본질적인 전략이다. 다만, 그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자퇴생을 품을 것인지, 과학탐구Ⅱ를 개설할 것인지는 상황에 맞는 ‘판단’일 뿐이다. 빠르게, 정확하게 움직인 자가 시장을 가져간다.


성공은 늘 관성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강남대성학원이 그랬고, 시대인재학원 역시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성공이 아니라, 이기고 있을 때 방심하지 않는 마음과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유연함이다. 전략은 같되, 전술은 날마다 다시 써야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약할 능력마저 외주를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