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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잘한다는 평가로 왜 깎아내리려고 할까

말 잘하는 건 원래 타고나는 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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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말을 잘하는 사람은 화술, 다시 말해서 말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을 잘한다는 건 기술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얼마나 확고한지에 따라 달려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이 확고할수록 더 좋은 말이 나오기 마련이고. 말과 글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글은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조절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로 글은 맨 앞에 힘을 주고, 뒷부분은 살짝 힘을 빼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은 앞부분에도 힘을 줘야 하지만, 맨 뒤에도 힘을 줘야 한다. 우리말은 동사가 맨 뒤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문장을 짧게 말해서 주술 관계가 호응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되, 살짝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라도 동사에 힘을 줘서 발음해야 한다. 말하기는 발표와 토론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중에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는 발표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해 본다. 내가 말하기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말을 못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은 없었으니, 그동안 말하기 관련으로 배우고 익혔던 나름의 노하우를 집약해보았다. 어차피 여기 쓰여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적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 그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익혔던 노하우 중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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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잘한다는 평가로 왜 깎아내리려고 할까


2022년 3월 9일, 오늘은 드디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어제 자정을 기해서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의 선택뿐입니다. 과연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좋아할 것이고,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면 실망하는 것은 고작 하루에 불과하겠죠. 당선을 위해 각 정당에서 서로 경쟁하며 싸웠지만,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선택에 순응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잘 대표할 수 있게 지지하고 손뼉 쳐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정 직전 마지막 선거 유세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 그외 다른 후보들과 각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 기간동안 고생하고 애썼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건 참 중요하지만, 선거가 전부는 아니며, 우리의 삶은 선거 그 이후에 있습니다. 마치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입학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재학하면서 잘 배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그의 지지자들까지 모두 격려했던 점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인상적이라고 느꼈냐면 일반적으로 선거유세의 마지막이 올수록 어떻게든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형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텐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당선보다 선거 그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과연 이재명 후보가 말 잘하는 정치인이라더니, 이런 면까지 딱 짚을 줄은 몰랐네요.


어떤 사람은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 안에 진실성이 없어 보이고 다 짜인 대본에 따라 행동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말 잘하는 능력을 깎아내리는 경우를 봤습니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는 것은 아무리 통으로 암기한다고 해도 자신이 해당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고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구조를 잘 짜기 때문에 시간을 짜임새 있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자신이 말한 대로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별개입니다. 자신이 말한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말'만' 잘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경계해야 하는 점이 있는 건 맞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을 깎아내리려는 사람은 실제로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결론을 내어 보는데요. 다짜고짜 무조건 잘난 사람을 까고 보는 사람을 만날 땐 속수무책입니다. 설득이 안 되는 상대를 만날 땐, 역시 만능짤로 정신승리를 하는 게 좋겠죠.

설득하기 답답한 상대를 만나면, 역시 내가 귀여운 탓으로 귀결 짓도록 합시다


정치권에서 말 잘하는 사람으로 이재명 후보 외에도 여러 사람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기사 어지간히 말을 잘하지 않고서야 정치권에 명함 한 장 내밀기 어렵겠죠. 물론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정치인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눌변인 사람들도 종종 보이긴 합니다만, 눌변도 큰 정치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과외 선생님이라도 붙여줘서 어떻게든 말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내야겠죠. 과연 그 과외 선생님의 비법이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정치권에서 말 잘하는 사람을 꼽아본다면, 연설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치로는 노회찬 전 의원을 우선 말하고 싶습니다. 두 분 모두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데요. 만일 두 분 모두 살아계셨다면 지금 펼쳐지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놓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조언을 많이 보내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출신 국회의원도 하고 싶어 하셨으니, 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정의당 후보로 출마하셨을 수도 있겠죠. 선거 기간에 이미 떠나가 버린 사람을 생각하니 여러모로 참 아쉽네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작가도 달변으로 알려져 있죠. 유시민 작가는 스스로 문학적 글쓰기는 어렵다고 분석을 내리신 바 있는데요. 정보를 수집하여 철저히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게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신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분석과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 보았을 때 그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당시 상황 속에서는 늘 최선을 다해 내용을 전달하려는 모습 때문에 대중들이 유시민 작가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이겠죠.


현실 정치인 중에서 달변가는 최강욱 의원을 꼽습니다. 기자들이 말하길, 최강욱 의원은 말하는 걸 그대로 옮겨 적으면 바로 글이 된다고 해서 받아 적기 좋다며 기자들이 좋아했다고 하죠. 최강욱 의원이 달변이라고 칭찬하면서 했던 이 말을 유튜브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기사로 검색해보니 찾기 어렵네요. 아무튼 최강욱 의원은 법조계에 있을 때부터 강단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김재욱 칼럼니스트는 그를 삼국지의 감택으로 비유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삼국지의 감택은 수많은 삼국지 영웅들 중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인데요. 감택은 오나라 손권의 참모로 적벽대전 때, 황개의 항복 문서를 조조에게 직접 들고 간 사람입니다. 조조는 황개가 고육지계를 써서 거짓 항복을 하려고 한다는 걸 간파했지만, 감택은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조조가 진짜 항복을 못 알아본다며 목숨까지 내던지는 기백을 보여줬죠. 이런 기개에 놀란 조조는 황개의 거짓 항복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조조는 황개의 거짓 항복에 속아서 적벽대전에서 패배하게 되죠.


이와 같이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참 많은데요. 사실 남들이 말 잘하는 게 내 삶에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내가 말을 잘해야 좋죠. 그래서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게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왜 제게 말 잘하는 법을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물어보는 사람 입장에서 제가 상대적으로 달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럴 때 저는 제가 말 잘하는 건 타고난 거라고 얘기해주곤 합니다. 그러면 펄쩍 뛰면서 화를 내는데요. 왜 말을 잘하게 되었는지 물어봐서 말씀을 잘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타고난 걸 타고난 거라고 말한 건데, 왜 화를 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뭔가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할 수밖에 없는 비법이라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생각보다 자기가 왜 잘하는지 모르고 잘하는 게 꽤 많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우리가 한국말을 할 줄 알고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12살이 넘은 외국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처럼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은 평생 불가능하죠. 저는 이런 면에서 뭐든지 잘하는 건 철저히 [운]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뭐든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은 원래부터 타고난 [유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되는 [감각],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 등을 통칭합니다. 그러면 어차피 다 결정되어있는데 굳이 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는데요. 저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목표는 잘하는 것에 두지 말고, 단점을 고치기 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노력은 보완할 수 있을 뿐, 잘하게 만들 순 없습니다. 부족한 걸 보완하는 게 잘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시험공부로 비유를 들어보자면, 합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아니라 불합격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하면 조금 와닿으시려나요. 같은 말이지만 살짝 묘하게 다르죠.


실제로 실제로 공부법 책 제목 중에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이 명저를 읽어보았지만, 내용과 상관없이 이 책이야말로 책에 진실된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책만 읽으면 뭐든 다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합격을 보장하며 혹세무민하는 수많은 합격수기 책과 비교해서 이 책은 담담하게 불합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만 얘기할 뿐, 합격을 보장하진 않거든요. 세상에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4만 가지 질병이 보장된다는데도 내가 걸린 질병은 보장되지 않는 세상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말을 잘하려면, 아니 못한다는 얘기만은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하기 실전편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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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써놓으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안 그래도 선거 결과가 마음에 안 드는데 사람 열 받게 하냐면서 불만이 폭주할 것 같은데요. 잠시 쉬어가자는 차원에서 던진 농담이니, 양해 부탁드리며 바로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못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고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으로 나눠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형식이 화려한다 한들 내용이 빈약하면 그 말은 죽은 말과 같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있지 않다면, 그것부터 먼저 가다듬어야 합니다. 형식으로 버티는 것은 그럴싸하게 보이게 할 순 있어도 반드시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내용이 좋으면 때로는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하고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내용을 정리하려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요. 여기에서 짚고 싶은 것은 바로 [연쇄적인 WHY?] 입니다. 요즘도 제가 가끔씩 정신이 해이해진다 싶을 때 찾아보는 영상이 있는데요. 사이먼 사이넥의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법입니다. 이 영상을 통해 [WHY-HOW-WHAT 골든 서클]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말을 못 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설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을 통해 명확하게 잘 전달할 수 있으려면, 연쇄적으로 WHY?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몇 번 정도 물어봐야 하나 애매하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던져야 제대로 던진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https://youtu.be/sQ3TBKDDx2U



어렸을 때, 부모님께 WHY? 질문을 던져보다가 혼났던 경험 많이들 있으셨죠? 쓸데없는 걸 물어본다면서 그만 물어보라는 얘기도 함께 듣곤 하죠. 여기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이의 WHY? 질문을 침착하게 받아내는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영상이 있습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질문하는 아이도 받아내는 부모도 대본을 쓴 작가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지점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WHY? 질문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회화라는 미명 하에 어린이들의 질문하려는 욕구를 억누르죠. 전 세계에서 머리 좋은 민족으로 알려진 유대인들은 학교를 가는 이유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게 아니라 질문하러 간다고 합니다.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해오는 거고요. 유대인들의 도서관을 가봐도 고요한 분위기는 거의 없고, 혼잣말로 질문하거나 파트너와 서로 질문하면서 공부한다고 하죠.


마침 유대인 얘기가 나왔으니, 한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말했다고 알려져 있는 한 이야기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들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으니, 그냥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노벨상 수상자가 대한민국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방문하자마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진단했는데요. 왜 그렇게 평가 헸냐고 묻자 유리창이 하나도 깨져있지 않은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활개 치고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 사람이 1학년 교실에 방문하고서 깜짝 놀랐는데요. 자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잘못 평가했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겠다고 했답니다. 왜냐하면 쉴 새 없이 떠들면서 자신에게 손을 들어 질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죠. 그러던 그가 3학년 교실에 들어갔을 때, 다시금 자신의 발언을 또다시 뒤엎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왜냐하면 교실이 쥐 죽은 듯 고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갖는 위상은 올림픽 금메달처럼 과학계가 반드시 따내야 할 목표이자 결과물이 되어버렸는데요. 노벨상을 왜 못 받냐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지원을 통해 과학계의 저변을 넓혀나가면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못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니까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문제죠. 이 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어린이들의 특권으로 알려진 WHY? 질문을 어린이만 할 게 아니라 어른들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구체적인 HOW?] 입니다. 이제 좀 더 실전적으로 써먹을만한 팁 위주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말하기 위해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혹시나 믿지 않으셔도 하는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글에 숨겨진 진실은 그냥 저만 아는 걸로.


앞 단계에서 [연쇄적인 WHY?] 질문을 충실히 던졌다면, 이 단계는 오히려 쉽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동으로 따라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연쇄적인 WHY?] 질문이 어떻게 [구체적인 HOW?]를 이끌어 내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말하기는 불특정한 다수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말하는 [발표], 정해진 상대와 즉흥적으로 대화하는 [토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중 뭐가 더 어려운지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후자가 어렵다고 알고 계실 겁니다. 만일 두 가지가 합쳐진 형태, 다시 말해서 여기에 불특정한 다수와 즉흥적으로 토론하는 [공개토론]을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데요. 이런 면에서 대선후보들끼리 벌어지는 토론보다 시민과 함께 대화하는 형식의 토론을 보고 싶은 욕망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가장 어려우니만큼 그만큼 후보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되니까요. 저는 말하기 전문가가 아니니까, 여기에서 저는 상대적으로 가장 쉬운 [발표]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죠.


어떤 사람이 발표를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좀 어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분명히 저 사람은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 이런 어색함은 왜 느껴지는 것일까요? 왜 어색한지 고민해보면, 발표하는 사람의 말이 앞뒤가 안 맞기 때문입니다. [연쇄적인 WHY? 1] 왜 앞뒤가 안 맞냐면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쇄적인 WHY? 2] 따라서 첫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문장의 길이]입니다. 한 호흡에 말할 수 있는 문장의 길이는 대개 50자 안팎인데요. 한 문장의 길이가 길면, 말하다가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되지 않거나 꼬여서 실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문장의 길이를 최대한 짧게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문장을 짧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문체가 있듯, 사람마다 말투가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말투를 의도적으로 짧게 말하려고 고치는 건 상당히 어렵죠. 이런 경우 저는 두 가지 방식을 쓰는데요. 하나는 자신의 말을 직접 녹음해보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써보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결과적으로 같은 결과물인 나만의 대본을 쓰기 위해 하는 조언인데요. 방법은 뭘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말하는 대로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이 있을 텐데요. 자신이 녹음한 목소리를 그대로 AI가 글자로 옮겨주는 앱, [네이버 클로바 노트]를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앱은 회의록을 작성할 때 매우 유용하니까 회의가 잦은 직장인 분들께서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자신이 말할 내용을 글로 옮겼다면 이제 50글자 단위로 잘라내야 합니다. 동사를 추가로 넣든 주어를 생략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문장을 50자 이내로 만드는 것이죠. 여기서부터는 글을 고치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예전에 한번 소개드린 바 있는 글쓰기 노하우를 총정리한 글을 참고하시면 글을 고치는 저만의 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발표를 들었을 때 말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죠? 단순히 말이 빠르다고만 지적하면,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왜 빠른지 고민을 먼저 해야겠죠. 왜 말이 빠른지 생각해보면,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쇄적인 WHY? 1] 왜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연쇄적인 WHY? 2] 왜 불필요한 얘기가 많냐면, 발표를 들을 대상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위한 발표인지 알면 내용을 덜어내기 쉽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범주화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전문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자세한 숫자나 정보를 설명해야 할지 아는 게 필요합니다. 대부분 둘 다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는 게 좋을지를 가늠해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설득력 있게 말해줘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죠. 자신이 말하는 속도는 절대 빠른 게 아니라고 항변하는 사람을 보면,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게 설득하기 빠릅니다. 말하려는 대본을 입력하면, 몇 분이 소요되는지 계산해서 알려주는 프로그램, 스피치타임을 소개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말하기 속도를 직접 측정하여 입력하는 기능까지 별도로 제공하고 있어서 보다 정확한 발표시간 예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발표 외에 발생할 예측 불가한 변수를 위해 1~2분 정도 더 여유를 둬야겠죠.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하기 기술은 [어미 바꿔 말하기]와 [주어와 서술어에 강세주기]입니다. 이 기술은 앞서 말한 모든 내용을 습득하고 써야 그 진가가 배가되는 기술이긴 하지만, 급할 때는 일단 이거라도 챙겨가면 좋습니다. 약간 쪽집게 과외 같은 셈인데요. 이런 꼼수만 익혀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연쇄적인 WHY?]를 던지면서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면, 이런 잡기술은 오히려 실력을 향상하기는커녕 어설프게 성장할 수 있는 독이 될 수도 있죠. 복어 요리에 자신이 있는 분만 따라오도록 하시죠.


[어미 바꿔 말하기]는 제가 종종 사용하는 말하기 기술입니다. 글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많이 보여드린 바 있는데요. 이 글에서도 여러 차례 보여드렸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어미는 대부분 [다]로 끝나거나 [요]로 끝나죠. [다]로 끝나는 단어는 딱딱한 느낌을 주지만, [요]로 끝나는 단어는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따라서 한 번은 [다]로 끝내고, 다음번에는 [요]로 끝내는 방법을 쓰면, 마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과자를 먹을 때, [단짠단짠]으로 먹으면 묘하게 맛있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어와 서술어에 강세주기]는 제가 사투리를 배우면서 착안한 방법인데요. 우리나라 표준어는 경기지역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표준어는 톤이 없다 보니, 말할 때 소리 내어 책 읽듯이 읽으면 지루하고 졸린 느낌이 들죠. 부산 사람이 서울을 가면, 서울말을 배우기 어려운데, 서울 사람이 부산을 가면 어느새 부산 말에 전염돼서 어색하기는 해도 하루 만에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 내서 말하게 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두 지역의 어휘가 다른 건 둘째 치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강세에 있습니다. 강/약/중강/약 같은 강세가 말에 포함되면, 마치 노래를 배우는 것처럼 재미와 리듬감이 느껴지죠.


이 방법을 이용해서 주어와 서술어를 말할 때 좀 더 힘을 줘서 말하면, 마치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뒤에 있기 때문에 문장 앞에만 힘을 주다 보면, 뒷부분이 흐지부지될 수 있는데요. 듣는 사람이 지루해하지 않게 느끼려면 한 문장을 짧게 말하고, 서술어에 강세를 두어 말하면서 리듬감을 살려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제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말하면서 익혔던 내용을 핵심 정리하여 최대한 많이 작성해 보았습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은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어디 가서 말을 잘 못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으니 읽어보시고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이번 대통령은 말'만'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대통령, 말'도' 잘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던진 공약을 반드시 지켜내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라며, 지금까지 10,000자를 읽어주신 얼룩커 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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