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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토론회를 한번도 보지않은 이유

그분은 단일화밖에 모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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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로부터 2시간 동안 취조를 당한 끝에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자백하고야 말았다. 그래, 안철수 후보라는 인물은 딱 거기까지였던 거다.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말했던 자신의 입을 평생 원망하길 바란다. 지지율 얼마 되지도 않는 당신을 찍어주겠다고 했던 재외국민의 표를 모조리 사표로 만든 당신의 정치는 정말 추악하기 짝이 없었다. 경선 불복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인제를 본떠 이인제 법이 만들어졌듯, 이제 안철수 법이 만들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투표용지 인쇄가 들어간 상태에서 사퇴를 통한 단일화를 선택하는 후보는 앞으로 5년간 피선거권을 줘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저런 조건이 있었다면 안철수는 후보 자리에서 사퇴하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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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토론회를 한번도 보지않은 이유


지난 3월 2일 20대 대선 후보자 3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1차, 2차 토론회를 보지 못했는데요. 뒤늦게라도 볼까 싶었지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다 보니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쏟아지는 기사들을 통해 어렴풋이 감 잡고 있었죠. 사실 보지 못한 게 아니라 보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는 얘기겠죠. 왜 저는 그토록 토론이 중요하다고 부르짖었으면서 선거 토론회를 보지 않았을까요.


토론회의 목적은 선거를 앞두고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각 후보를 알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선거는 국민의 의무이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지지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선거하기 전부터 대략적으로 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어느 정도 정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굳이 토론회를 봐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를 통해 토론회에서 어떤 이슈가 많이 이야기되었나 봐도 충분했죠.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와 별개로 제가 토론회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는데요. 이번 선거 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토론회가 아닌 안철수 단일화 변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에서 후보의 실수를 지적하든, 마타도어를 펼쳐서 네거티브를 만들든 간에 후보들이 바쁜 시간 쪼개서 토론회에 참석하는 까닭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의 능력과 공약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서 아직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는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토론회를 통해 최소한 다른 후보 지지자를 부동층으로 끌어내리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토론회가 이번 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토론이고 뭐고 열심히 한다고 한들, 그냥 단일화해버리면 끝난다는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승리하는 다수결을 따르기에 선거의 본질은 인기투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거와 정치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로 비유하자면, 선거는 가장 적절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14개짜리 보기가 있는 객관식 문제풀이라면, 정치는 자신의 어떤 선택이 국민의 이익이 될 것인지 고민하는 서술/구술형 주관식 문제풀이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효율적인 평가 방식이라서 수능 볼 때도 객관식을 채택하는 것뿐이지, 객관식 문제 잘 풀면 주관식 문제 잘 푸는 게 아니거든요. 사실 주관식 문제 잘 푸는지 확인하려면 비슷한 유형을 접해본 사람인지 외에는 파악하기 어렵죠. 회사에서 괜히 경력직을 우대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여기에서 이 선거라는 객관식 문제는 아무나 선택하면 되니까 풀기는 참 쉬운데,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책임지기 어렵다는 게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하면, 제가 고른 후보가 당선이 안 되는 걸 넘어서 이상한 후보가 당선되게 만들 수 있죠. 그래서 결국 이기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선거 방식의 문제점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일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투표용지 인쇄 이후에 단일화를 한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에게 단일화할지 말지 고민이 될 만큼 제지할만한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속칭 안철수/김동연 특별법이라 부르게 될 것 같은데, 후보 등록 이후 사퇴한 후보는 향후 5년간 모든 선거에서 피선거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당 선거에서 단일화를 선택할 수 있지만,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충분히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부담 정도는 줘야 후보로서 지지자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로 얼마든지 국민들과 대통령 선거를 이렇게 농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는 향후 출마할 후보들에게 좋은 교보재가 되어 단일화로 선거를 얼마든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이번 토론회 왜 했나요? 그렇게 토론회 끝나자마자 단일화한다고 바로 사퇴해버리면, 괜히 쓸데없이 안철수 후보 얘기 듣느라고 사람들 전파 낭비하고 시간 낭비한 거 아닙니까? 저같이 토론회 안 본 사람이 오히려 승자가 되면 곤란하잖아요. 뒤에서는 장제원 매형 집에 가서 2시간 동안 협상한 뒤 단일화할 거였다면, 겉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번드르르한 얘기는 꺼내지나 말지 그랬습니까. 대한민국에 새정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당제는 소신인데, 이번에 선거 끝나고 국민의 힘으로 합당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는 건 도대체 어느 나라 논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해야할 일은 본인이 뱉은 말을 지키는 일 딱 하나입니다. 2월 23일 울산 유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https://youtu.be/rmdQJQ4jjXs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겁니다.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를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됩니다.

_ 2월 23일 안철수 후보의 울산 유세 중


본인도 1년 후에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말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국민의 힘과 합당하고 나서 국무총리직이든 당대표든 해보다가 뭔가 자기 뜻과 안 맞다고 또 당을 박차고 나와서 벤처기업 차리듯 벤처 정당 차리시는 건 아니겠지요. 지금은 안철수 후보의 말과 행동을 단 1%도 믿지 않지 않지만, 한때나마 당신이 정치판에 처음 등장해서 새정치를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던 말을 들으며, 당신이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내 뇌를 부수고 싶네요.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끝으로 더 이상 선거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속에 제가 원하는 후보 중 하나를 먼저 상정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보면, 프로파일러들은 사건 현장에 도착해서 형사들을 먼저 만나지 않고 사건 현장부터 확인해본다고 하죠. 왜냐하면 형사들을 만나면 그 형사들 마음속에는 생각해 둔 범인이 이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선거를 바라볼 때, 프로파일러처럼 생각하고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답정너 마냥 이미 답을 스스로 생각해놓고, 그 답에 상황을 끼워 맞추려고 하다 보니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남들 다 보는 토론회도 바쁘다는 걸 핑계로 안 보게 되고 말이죠.


이번 선거는 [친문 vs 반문] 프레임이 아니고서는 절대 해석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좋아서 지지했다면, 토론회뿐만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수많은 실수나 배우자 관련 비리 중 굵직한 거 하나만 봤어도 지지를 철회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지율은 오히려 계속 상승하고 있죠.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은 윤석열 후보를 좋아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싫은 겁니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는 친문 세력을 전부 흡수하지 못해서 압승하고도 남았을 이번 선거에서 참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심지어 친문 세력들 중 일부가 대통령 후보가 이낙연 후보로 교체되지 않을 거라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하죠. 이쯤 되면 자신들이 과연 친문이 맞는 건지 의심해 볼 법도 한데 말입니다. 더 이상 친문을 포기하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면 이해하겠는데, 친문이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건 도대체 어떤 논리인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아버지의 원수와 결혼하겠다는 이상한 발상 같은 느낌이라서요.


아무튼 이번 선거는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이유로 이번 선거까지만 제가 이미 생각해 둔 범인에 대해 프로파일러에게 얘기해보렵니다. 앞으로는 내 앞에 놓인 선택지 중에서 그나마 최선인 후보가 있다면 정당에 상관없이 투표하려고 합니다. 선거와 정치에 진심인 사람에게 차선의 선택, 차악의 선택은 점점 정치에서 멀어지고 실망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는 열린민주당을 참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합당하게 되어서 좋아하는 정당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제 좋아하는 당도 없는 상황이니, 최선의 후보만 골라서 찍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지지한 후보가 지더라도 다음을 노릴 수 있게 만드는 교두보가 될 수 있으니 좋을 테고, 설사 제가 지지한 후보가 이겨서 당선이 되었을 때, 정치를 말아먹는 바람에 그를 찍은 나의 선택을 놓고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더라도 그게 차라리 낫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3월 4일, 5일 사전투표가 3월 9일 본 투표가 진행됩니다. 모두들 각자만의 철학을 가지고 소신껏 투표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선거는 이번이 끝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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