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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차악을 뽑는 거라던데

선거는 뽑았는데 앉은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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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선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들이대는 데우스-엑스-마키나, 선거는 차악을 뽑는 거라는 논리는 정말 지겹다고 생각한다. 이때 만일 정말 대놓고 차악을 뽑는 방식을 생각하면 어떨까를 고민해보고 글을 써보았다. 실제로 이렇게 선거할 리는 만무하겠으나, 대놓고 차악을 뽑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지 설명하는 논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선거의 핵심은 정책보다는 사람이고, 그 본질은 인기투표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아무리 정책 중심의 선거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들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아버리게 되기 때문에 결국 인기투표가 되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현재 선거 제도로는 어떻게든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으니 아쉬운 점이 많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선거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보는 것도 좋고, 1인 2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를 지지하는 한 표, 정당을 지지하는 한 표를 이용하여 뽑기도 하니, 선거 제도의 나름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좀 더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구상하여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대통령 선거만 놓고 보면, 현재 선거제도로는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절대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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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차악을 뽑는 거라던데


대통령 선거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은 과거 작은 단위의 자치단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고, 정책을 수립하여 수행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미 시민들로부터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거의 본질은 숫자, 다시 말해서 대중의 인기를 반영하는 인기투표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운영 경험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지하철에 타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악수 한 번 더 하는 게 때로는 당선에 유리하기도 합니다. 유권자에게 얻을 표에 관심이 있는 피선거권자는 자신의 당선에 유리하게 행동하는 게 정상이자, 기본 양식입니다.


선거에 승리하려고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 공약을 잔뜩 늘어놓은 정치인에게 그렇게 속아놓고도,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며 헛된 기대를 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합니다. 그렇게 당선되고 나서 몇 년 동안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던 정치인은 선거철이 되면 귀신같이 나타납니다. 지하철에 등장해서 인사를 하고, 유권자와 악수를 하며, 죄송하다고 통곡하면서 절을 합니다. 그렇게 유권자에게 진심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게 만든 정치인은 그렇게 또다시 당선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상한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겠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합니다.


원래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게 아니야.
선거는 차악을 뽑는 거야.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싫지만 선거에 참여해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뽑을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개중에 제일 나은 사람을 뽑아봅니다. 혹은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번 선거까지만 해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거대 양당의 후보에 투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다음 선거 때가 돌아왔을 때, 과연 거대 양당에 투표하지 않고 소신껏 투표할 수 있을까요?


선거 전후로 자주 보이는 일상의 이야기를 한번 생각나는 대로 쭉 나열해보았습니다. 특히,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게 아니라 차악을 뽑는다는 말은 마지막까지 선거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의 한 마디죠. 여기에서 착안하여 다음과 같은 선거 제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당선되지 않길 원하는 후보를 한 명 뽑아주세요.
투표 결과 가장 표를 덜 받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그토록 선거는 차악이라고 부르짖었으니, 아예 대놓고 최악을 뽑는 선거를 치러서 가장 표를 덜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이런 제안이 현실화되진 않겠지만, 이런 선거제도가 있다면 선거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번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는 축제가 되어야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선거 때 자신이 투표했음을 알리는 종이를 복권으로 사용해보자는 발상이 나왔던 것처럼, 상상해보는 게 의외로 현실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진다면 한번 시도를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일 대놓고 차악 선거를 진행한다면, 선거 때마다 등장하던 네거티브 전략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어설프게 네거티브를 시도했다간 상대방이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바람에 자신이 역으로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대놓고 상대방에게 네거티브를 가하는 방식은 점차 사라질 것 같습니다. 스스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당당한 사람만이 네거티브를 한번 시도해볼 수 있겠죠.


이름이 덜 알려진 군소 후보도 선거에 출마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소 후보의 경우, 이름이 덜 알려졌기 때문에 최악의 후보로 선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겠죠. 이런 이점을 악용하여 너도나도 출마하면서 최대한 이름을 덜 알리는 방식으로 치닫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당을 구성하는 당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선거 독려 메시지가 보내지게 될까요? 군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군소 후보에게 투표해달라고 요청하게 될까요? 아니면 상대편 거대 양당 후보가 당선되는 걸 막기 위해 해당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게 될까요? 괜히 투표 독려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가 유권자에게 찍힐 수 있으니, 아예 아무런 선거 활동을 안 하게 될까요?


일반 유권자에게 나타나는 선거 유세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적어도 선거 트럭을 타고 시끄럽게 돌아다니면서 유세하는 것만큼은 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후보가 나타나면 무조건 찍혀서 탈락할 테니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퓰리즘 공약은 어떻게 될까요? 포퓰리즘 공약은 일반적으로 듣기 나쁜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도해도 자신이 당선되는 것과 별로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멀리 보는 정치인이라면 포퓰리즘을 오히려 자제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게 포퓰리즘 공약을 내어 놓다가 유권자들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철저히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선거 활동을 할 때에도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에게 정해진 기호, 이름, 정당을 찍으면 된다고 말해줬겠지만, 이제 함부로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얘기할 수 없게 됩니다. 어설프게 특정 후보를 견제했다가는 아예 예상치 못했던 다른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선거 방식이 좋아하는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을 찍는 걸로 바뀌었다는 원론적인 안내만 계속하게 되겠죠. 어르신들은 투표할 때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이름, 정당, 기호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선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이미 특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 어차피 당선 결과가 거의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사람들은 투표 결과에 별로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만일 차악을 뽑는 선거를 시행한다면, 끝까지 누가 당선될지 모르기 때문에 선거의 마지막까지 아주 흥미진진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차악의 선거 제도를 직접 시행해 볼 수 없으니 아쉽긴 합니다. 혹시 설문조사라도 위와 같이 해보면 과연 누가 당선되는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합니다. 만일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 위와 같은 형태로 대놓고 차악을 뽑는 선거가 생긴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한번 상상해 보시고, 자유롭게 의견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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