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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이 만드는 유명무실한 원칙

회식하는 건 참 좋은데, 술 좀 그만 권했으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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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이 가져온 장점이 있다면, 회식을 억지로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일 게다. 나는 하기 싫은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저런 게 왜 아직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한 집단에 불과하고, 각자 맡겨진 일만 잘하면 그만 아닌가? 군대도 아닌데 왜 억지로 하나가 되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나는 술을 마셔야만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진심이 통해야 하나가 된다고 믿는다. 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술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면, 제발 억지로 회식과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이제 20세기 문화로 남겨둔 채,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게다가 COVID-19 때문에 회식을 지양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왔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회식을 강행하는 모습에 감탄과 찬사를 표한다. 그저 책임 없는 쾌락을 누리고 싶은 팀장만 딱 코로나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저 과도한 내 욕심일 뿐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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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권력욕이 만드는 유명무실한 원칙


COVID-19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뒤집어 놓았습니다. 자영업자 분들은 매출에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생각 아미 님의 글에서도 볼 수 있듯, 소상공인 방역지원금과 소상공인을 위한 희망대출 등 지원 정책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경제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치렀던 희생에 비해 지원 정책은 많이 부족하고 늦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다시금 소생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슷하게 여행/항공/관광 쪽 산업은 한동안 아예 무의미해져 버렸다죠. 코로나 때문에 항공운항 관련 전공을 자퇴할 수밖에 없어서 슬프다는 이야기에 좋아요가 많이 달렸던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출처를 찾아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기 어렵네요. 아무튼 여행부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글에서도 일부 소개했지만, 비록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 격리를 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야 일부 지역에 한해서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지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방역패스가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에 관광 산업도 조금씩 활성화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래퍼 산이의 노래, 아는사람 얘기의 가사를 보면, 아는 사람 얘기한다고 해놓고 정작 자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건 진짜 제 얘기가 아니라 아는 사람으로부터 건너 건너 들은 얘기랍니다. 그런데 건너 건너 들은 얘기를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게 보편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당 이야기를 적당히 각색하여 소개드려볼까 합니다.


https://youtu.be/eVdjb3AtKpM



1일 확진자 10만 시대에 돌입했지만, 현재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이라 기저질환이 있지 않는 한 치명률이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미크론 변이를 독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COVID-19 방역 대응 지침은 각 회사마다 다른 법이죠.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서 아무리 기존 방역 대응 지침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는 해도 어쨌든 회사에서 조치가 내려오면 이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주 토요일, 2월 19일부터 음식점/카페에 방문했을 때 QR코드 입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방역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음식점/카페에서 QR코드 입력해달라고 요청하면 그냥 군말 없이 해주잖아요. 물론 다른 음식점은 안 찍어도 된다는데 왜 여기는 찍어야 하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긴 하는 모양입니다.


어떤 회사에서 별도의 코로나 19 방역 대응 지침을 준 모양입니다. 그 지침 안에서는 분명히 회식을 지양하라고 했다고 해요. 심지어 코로나에 확진되기라도 하면 특단의 조치가 있을 예정이니,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회사의 지침이 좀 과해 보이고 불합리적이라고 보이기는 합니다만, 회사 입장을 생각해 보면 회사 업무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기에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건너 건너 이야기를 듣게 된 당사자의 팀장이 회사의 지침을 어기고, 팀 회식을 강행하게 된 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되겠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게 또 만만치 않잖아요?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 눈초리를 받는 분위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회식 자리에 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팀장님 나셨다, 그죠잉?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요즘 코로나는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자신이 주도하는 회식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구분할 수 있나 봅니다. 이런 경우 회식에 참여한 누군가 코로나에 확진되면, 과연 누구의 책임이 될는지요. 확진이 되었을 때 회사로부터 받게 될 불합리한 조치는 알아서 감당하라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현재 확진이 되어도 중증이 아니면 집에서 그냥 쉬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알아서 격리 해제를 하는 마당인데요. 왜 저 팀장은 회사도 지양하라는 회식을 억지로 연 것일까 궁금합니다.


COVID-19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잘한 게 있긴 합니다. 누구도 참여하고 싶지 않은 회식을 없앴다는 것,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를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기존 일상으로 복귀가 다가오자, 코로나가 가져온 이런 장점도 하나둘씩 사라져 가겠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당히 화가 났습니다. 불합리한 조치를 받게 되면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기저질환이 있거나 몸이 약한 누군가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는 회식을 강행하다니요. 심지어 당사자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마시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계속 술자리에 데려가려고 한다더군요. 저는 해당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팀장이 상당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서 화가 많이 났는데요. 분노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이렇게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글을 써서 해소하곤 하는데요. 확실히 분노하는 사건이 있으면 글이 좀 더 잘 써지는 것 같긴 합니다.


난… 빡칠 때 일기를 써


해당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참 열을 올려 화를 내다가, 잠시 혼자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왜 저 팀장은 회사가 내린 코로나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회식을 하려 들고, 억지로 술을 먹이려고 들까 하고 말이에요. 여기에서 저는 인간의 권력욕이 전염병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회식이 있으면 절대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제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면, 그 사람이 있는 술자리에 가기 싫어지는데요. 회식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저도 강요를 받으면 싫은데, 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술을 강요하면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


위 이야기와는 별개로 저는 술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지금까지도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술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대처하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답니다. 제게 술을 억지로 권하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종교로 가볍게 핑계를 댑니다. 그럼 대부분 이해해주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물론 술에 취해 제가 거절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권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럼 또 똑같이 안내해주면, 아 맞다 하면서 권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떻게든 술을 마시게 하려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런 사람은 자기도 교회 집사라면서 제게 술을 권합니다. 이런 경우 종교적 신념을 말해도 먹히지 않으므로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요. 가족이 술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 나는 아예 쳐다도 안 보기로 결심했으니 이해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앞에서 종교를 팔았다면, 이젠 가족을 팔은 셈인데요. 이 정도까지 오면 99% 정도는 이해해주는 편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보니, 가족 얘기까지 들먹였는데도 계속 술을 먹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제가 여기에서 권하시는 술을 받으면, 누구 술은 받고 누구 술은 받지 않는 형평성이 깨지게 되는데 그게 싫어서 술을 안 먹는다고 말해줍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99.9%는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더군요. 마지막 남은 0.1%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저는 술자리 자체는 좋아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실제로 저는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자리에서 워낙 재미있게 노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술을 안 먹어도 술 먹은 사람처럼 노니까 봐주자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말 술자리의 술 권유를 피하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술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논리체계는 간단합니다. 모두 다 함께 만취하게 되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갖고 있던 가면을 벗게 되어 각자 가진 필터링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만취하면, 상대방도 같은 상태로 만들고 싶은 것이죠. 자신이 취했는데 상대방이 취하지 않았다는 건 하나가 되지 못한 것이므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상태를 통일시켜야 한다는 망상에 빠집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강력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술을 마셔야만 하나가 되는 게 아닙니다. 서로 진심이 통해야 하나가 되는 법입니다. 술을 마셔서 억지로 하나가 되었다한들, 시간이 지나면 술이 깨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텐데 그게 무슨 단합이요, 진정한 하나입니까?


술을 억지로 권유하는 게 싫어서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술과 회식을 강요하는 인간군상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심지어 회사에서 내려온 COVID-19 방역 대응 지침까지 어겨가면서까지 말입니다.  제게는 그저 책임 없는 쾌락을 누리고 싶은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는군요. 저도 직장인입니다만, 운이 좋았던 모양인지 이렇게까지 술과 회식을 강요하는 상황은 마주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저는 권력욕에 의해 원칙이 유명무실해지는 게 싫거든요. 팀원 입장에서 팀장 말을 따라야 합니까, 회사의 지침을 따라야 합니까? 자신이 지켜주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왜 저런 짓을 벌이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오죽하면 제가 건너 건너 들은 사람에게 다음 링크를 보내주면서, 당근 마켓에서 코로나 양성인 자가 키트를 사서 차라리 코로나 걸렸다고 거짓말해서 회식을 피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겠습니까? 이 일과는 별개로 정말 돈만 되면, 뭐든지 다 파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실태는 꼭 고쳐져야겠지요.


혹여나 제가 들은 일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는 직장인 여러분이 계신다면, 정말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제가 이런 일을 겪지 않은 게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마디만 사족으로 더 달아보겠습니다. 저 팀장도 분명히 언젠가는 팀원이었던 시절이 있었겠죠? 사회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서 세상 때가 묻다 보니, 지금처럼 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이 글을 보고 함께 분노해주셨던 분들은 혹시라도 나중에 저런 팀장 같은 사람이 되지 마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이 일이 누군가에겐 별다른 일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참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코로나에 사람을 구별하는 AI 기능이 달렸다면, 회식에 참여했던 다른 팀원들은 쏙 빼고 저 팀장만 딱 코로나 걸렸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p.s.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는데, 오늘부터 토픽은 하나만 쓸 수 있게 바뀌었군요? 토픽을 고를 때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겠습니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토픽 중심으로 좀 더 힘을 주겠다는 alookso의 의도가 읽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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