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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별세소식에 부쳐

시대의 등불이 꺼져가는 것을 막진 못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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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시대의 석학,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2022년 2월 26일 낮 12시 20분 별세했다. 그분을 직접 뵌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꼭 한 번 만나고 싶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의 책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책을 읽는 걸 싫어하던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끈 장본인이다. 책을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서 책을 잘 읽지 못했는데, 이어령 선생님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술술 머릿속에 들어와 박혔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이 세상에 가독성 떨어지는 글을 쓰는 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고, 이어령 선생님의 팬을 자처해 그가 쓴 책과 글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故 채현국 선생님과 더불어, 이 시대의 존경받을만한 어른이자 마지막 등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등불이 꺼진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 외부에 알려지기로는 유명한 인사였지만, 집에서는 그도 당시에 흔히 볼 수 있는 무뚝뚝한 아버지에 불과했다. 이랬던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백일하에 드러내며, [지성에서 영성으로]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통해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아냈다. 매사에 호기심이 많았던 이어령 선생님의 영면을 빈다. 이제는 그가 갔던 그 길을 언젠가 나도 갈 것을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낸다. 헤어짐의 슬픔, 하늘의 소망이 유가족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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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별세소식에 부쳐


시대의 석학, 이어령 선생님이 지난 26일 낮 12시 20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각계의 조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고 합니다. 돌아가시기 딱 1개월 전, 이어령 선생님의 평창동 자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찾아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인터뷰 소식을 제가 alookso에 전했었는데요. 이런 슬픈 소식을 다시 접하게 되니 마음이 참담합니다. 어제 이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하고 나서는 하루 종일 마음이 좀 어수선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으셨다고 하니, 제가 공유드렸던 인터뷰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 되실 것이고, 고 삼성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는 책, 메멘토 모리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신 책이 되셨네요. 이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총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시리즈 『이어령 대화록』의 제1권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상단에 [이어령 대화록-01] 이라고 붙은 부제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만 더 살아계셨으면, 본인이 말하고 싶었던 내용인 이어령 대화록 20권을 모두 완결지으셨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전 글에서도 소개했었지만, 이어령 선생님의 글을 처음 만난 건 군생활 중에 읽은 [디지로그]라는 책 때문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기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탓인지 저는 책 읽는 게 참 싫었고 버거웠는데, 가독성이 뛰어나고 흡입력이 뛰어난 이어령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반가웠습니다.


이어령 작가는 이후, 딸 이민아 목사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70세의 나이에 신앙을 갖게 됩니다. 평생을 무신론자의 삶을 살았던 이어령 작가도 결국 아버지였던 모양입니다. 그때의 고민을 담아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내게 됩니다. 당시 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무신론자로서의 철학을 버리고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료 인문학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강신주 작가는 인문학자가 어떻게 종교를 가지냐면서 인문학자는 신을 믿는 순간 글을 쓰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글쎄요, 저는 인문학도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어떤 인간이 죽음 앞에서 자유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자신의 외손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19일 만에 죽고, 자신의 딸이 암투병으로 고생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평생 없다고 믿었던 신에게 환장하면서 하나하나 따져가며 물어볼 것 같은데요. 인문학자는 사람의 삶과 생각,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인간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는 학자라고 들었습니다. 인문학자가 신을 만나지 못해서 그렇지, 신을 만나기만 하면 그동안 인간에 대해 궁금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가장 많이 물어볼 사람 아닐까요?


비록 한 번도 직접 뵌 적이 없지만, 글 하나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매력을 가르쳐 준 이어령 선생님. 선생님이 살아계셔서 계속 활동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글쓰기의 힘과 매력을 더욱 많이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동안 삶에 치여 바쁘다는 이유로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사서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가시니 마음이 참 씁쓸합니다. 이제 하나님 만나시면 그동안 살면서 궁금했던 것들 모아다가 책 썼다면서 자화자찬도 실컷 하시고, 그동안 인간에 대해 궁금했던 거 알려달라고 하나하나 꼭 물어보세요. 그리고 따님 이민아 목사를 다시 만나시면, 그동안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헤어짐의 슬픔, 하늘의 소망이 유가족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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