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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야 보이는 도보여행의 풍경

제주도의 환경문제를 다뤄보고 싶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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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지난 글에 이어 두 번째 뚜벅이 제주도 여행기를 담아보았다. 이번에 주목하고 싶었던 문제는 환경 문제였다. 여행지를 제외한 곳에 가득한 쓰레기를 보면서, 육지 사람들의 무리한 관광이 점점 제주를 쓰레기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주도의 모든 환경 문제가 육지 사람으로부터 오진 않았을 수도 있다. 중국/대만/일본으로부터 쓰레기가 바닷물을 타고 상륙하기도 할 테니.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관광할 때만큼은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알아서 버리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라는 지극히 당연한 문구 하나가 왜 그리도 지키기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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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걸어가야 보이는 도보여행의 풍경


4일 차 여행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푸르고 깨끗한 바다를 감상하러 해변으로 걸어가 봅니다. 세찬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 따갑긴 하지만, 푸른 바다, 검은 현무암, 하얀 모래가 펼쳐지는 월정리 해수욕장은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해변을 따라 쭉 걷고 싶어 졌습니다. 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터벅터벅 해변을 따라 걸어가 봅니다. 길을 걷다 보니,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풍력발전 때문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발전기 아래에 놓인 예비 날개가 인상적


"존재가 먼저냐, 소유가 먼저냐?"를 묻는 질문에 입으로는 [당연히 존재가 먼저다]라고 말하면서 머리로는 [그래도 소유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을 통해 우리는 휴식, 재충전을 하고, 낯선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즉, 여행은 우리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앞에서 던졌던 뻔한 답변인 존재가 소유보다 우선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쉽게 말해서,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를 듣고, 소유에 치여 잠시 묻어두고 있던 나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정해놓고 움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계획이나 정해둔 여행지 없이 혼자 해변길을 따라 쭉 걷고 있습니다. 혼자 걸어 다니기 때문에 보이는 풍경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익숙한 관광지가 아닌 낯선 풍경을 마주할 때, 나 자신에게 좀 더 오롯이 깊게 집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단조롭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지구가 생겨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파도치고 있던 바다에게 그동안 똑같이 파도를 치느라 지겹진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역시 단순한 게 오래가는구나 싶습니다.


바다에게 묻는다, 그렇게 계속 파도치고 있으면 질리지 않느냐고


제주에서 보는 바다는 사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있는데, 그저 인간의 편의에 따라 지역을 나누고, 해수욕장을 구분해서 이름 붙였습니다. 그래서 해수욕장과 해수욕장 사이의 거리엔 차들이 빠르게 이동할 뿐,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해수욕장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도 없는 길을 쭉 걷다 보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바라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은 관광지로 적절하다고 판단받지 못했을 뿐, 바다가 아니지 않습니다. 정처 없이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상관없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혼자 걷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자연이 가르쳐 준 깨달음을 나눠봅니다.


예쁜 해수욕장이 인상적인 곳, 김녕


그렇게 한참을 쭉 걷다 보니, 김녕해수욕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김녕해수욕장의 이름은 한자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산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역의 생긴 모양이 [김]과 [평]의 한자 모양을 닮아서 김녕으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럴 거면 [김평]이라고 짓지, 왜 김녕으로 지었는지는 자료를 찾아봐도 의문이 남습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가



김녕해수욕장은 무척 바다와 해변이 깨끗했지만, 이와 별개로 걸어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어서 같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관광지의 이면은 언제나 처치 곤란한 쓰레기죠.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지만, 과도한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누구에게도 수거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살아남아있었습니다. 제주도가 점점 쓰레기섬이 되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해수욕장은 어떻게든 청소를 하는 모양인데, 해수욕장과 해수욕장 사이의 바닷가에는 처리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끊임없이 발견되었습니다. 제가 도보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보지 못했을 것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트럭 무대 위에서 펼쳐진 해녀들의 트로트 한 사발


김녕은 해녀가 유명한 고장인가 봅니다. 길을 걷다가 해녀들이 1톤 트럭 뒤에 나란히 앉아 모여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물질하는 장소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해녀로 살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분들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생계를 위해 바다에 뛰어든 해녀들의 고생이 있었기 때문에 조개, 전복 같이 맛있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이제 다 같이 트럭을 타고서 막 물질하러 떠난 해녀들이 신나게 부르는 트로트 소리가 잦아들어갈 때쯤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봅니다.



아수라 백작이 되신 어머니 해녀


길을 걷다가 만난 카페에 들어가 아침 겸 점심으로 커피 한잔을 마시기로 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청굴물 슈페너입니다. 이 메뉴는 커피랑 흑임자 크림이 섞여있는데, 커피의 쓴맛과 흑임자의 텁텁한 맛과 감촉이 섞여 느낌이 상당히 오묘합니다. 카페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더군요.


현무암을 닮은 청굴물 슈페너, 커피와 흑임자의 만남


오후에 머물기로 예약한 숙소는 서쪽에 있었기 때문에 도보여행을 잠시 멈추고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두 시간이 지나 제가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숙소는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테라스가 딸린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날씨가 좋지 못해서 예쁜 노을을 보진 못했네요. 확실히 바다라 그런지 날씨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앉아서 노을을 구경할 계획이었으나, 그저 계획에 불과할 뿐이었다


노을을 비록 보진 못했지만,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잠자기 전까지 테라스에 머물면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감상에 젖어들어봅니다. 1시간 정도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노을을 못 본 것도 아쉬운데 밤비라니, 아무래도 제주도 여행에서 날씨 좋은 걸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보이는군요.



저 시베리안 허스키는 게스트하우스 손님과 도둑을 구분할 줄 알까


5일 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아침부터 날씨가 꽤 화창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좀 더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해변도로를 따라 쭉 걸었다면, 오늘은 최대한 바다를 접하면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바람이 어제보다 더욱 강해져서 눈을 뜨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파도는 어제보다 훨씬 거세졌고요. 살짝 위험하다고 느껴져서 주의를 기울여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귀하디 귀한 백년초가 도로변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신비의 섬 제주도


계속 바다를 따라 걷다가 도로에 선인장과 그 열매인 백년초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로에 선인장이 심겨 있는 광경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도로에 심겨 있는 식물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상용 식물이 아니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선인장이라니,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인장을 따라 쭉 걸어가 보니, 선인장 군락 월령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멕시코에서 온 선인장이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군요


월령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모양인지 많은 관광객은 없었지만, 차 타고 지나가다가 잠시 들르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가 소화기질환에 좋다는 말을 듣고,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해 백년초 음료를 주문합니다. 이래서 사람은 아파봐야 비로소 자기 몸을 챙기게 되는 모양입니다.



음료가 쓴맛이라서 그런지 포커스가 날아갔군요


백년초 음료는 약간 쓴맛이 났지만, 약으로 먹는다는 생각에 눈을 딱 감고 마셔버렸지요. 카페에 처음 들어갔을 때 아무도 없어서 첫 손님이었는데, 하나둘 들어오시더니 어느새 북적북적해졌습니다. 차분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카페를 떠나기로 합니다.


하르방! 저 혼자 왔는데, 같이 물회 한사리 하시죠.


카페를 떠나 2분가량 걷다 보니, 물회를 판매하는 식당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식도 꽤 맛있는 편이었지만, 바닷바람을 맞지 않은 채 넘실대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어서 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다를 따라 계속 걷기 시작했습니다.



배를 보관해 둔 한 이름 모를 어촌 마을의 방파제


30분 정도 걷다 보니, 한 어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라고 해서 모든 장소가 관광지는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였습니다. 배를 정박해두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 장소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버려진 듯한 폐선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고하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게 더 싸게 먹혀서 그런 것일까요. 안 그래도 어촌 마을에 사람을 보기 드물었는데, 바닷가에 남겨진 폐선이 흉물로 남은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공유와 이동욱이 방문한 식당, 저는 공유가 아니므로 안 갔습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지금까지 보던 바다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진 해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으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내비게이션을 통해 어딘지 확인해보니, 유명한 협재해수욕장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협재해수욕장은 바다가 예뻐서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 있고, 저도 여러 번 방문했었는데, 걸어서 해변에 도착해보니 기분이 조금 남달랐습니다.


2시간을 넘게 걸어서 도착한 협재해수욕장


그렇게 협재해수욕장을 따라 쭉 걷다가 작년에 방문했던 적이 있는 카페 겸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비건들을 위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외국인을 위한 메뉴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서 외국인들이 꽤 방문하는 모양입니다. 카페 여기저기에 환경을 생각하자는 문구와 그림이 걸려있는 걸로 봐서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음식점 및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쓰레기섬이 되어가는 제주를 살려주세요


여기에서 저는 두유를 베이스로 하는 그린 스무디와 샌드위치를 주문하였습니다. 늦은 점심까지 먹고 나서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있으려니 조금 몸이 나른해지는군요. 잠시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애월에 있는 숙소에 들어갈 시간에 맞춰서 떠나기로 합니다.


채소가 양껏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


그저께 썼던 제주도 여행기를 살펴보니, 많은 분들께서 좋아요를 눌러주셨습니다. 한분 한분 살펴보던 와중에 [동동주 제주]님이 좋아요를 눌러주신 게 눈에 띄었습니다. 이왕 제주도에 온 김에 얼룩커를 뵙고 가면 좋을 것 같아 방문을 문의드려보았는데, 설 연휴 상품을 준비하고 계시느라 판매장에 나가 계시지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조만간 설날이었군요.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보낼 한라봉을 주문해보며, 좋은 상품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남겨드려 봅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시도해 보기 어려운 내적 친밀감을 한껏 뽐내고 갑니다


아직 제 여행은 조금 더 남았지만, 이번 제주 여행기는 이것으로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형태의 게시글은 내일부터 시작될 NEW alookso가 진행할 큐레이션 글쓰기와 약간 결이 맞지 않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죠. 작년 9월 30일부터 시작했던 alookso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썼던 제 글쓰기는 이번 기행문으로 마무리 지어봅니다. 그동안 TMI 기행문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그럼 NEW alookso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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