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획없이 차도없이 제주관광 가능할까?

무계획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만

- 바로가기 : https://alook.so/posts/E7tXb9


- 글을 쓰게 된 목적 :


무계획으로 점철된 제주여행을 하면서 문득, 자동차가 없는 여행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제주도는 섬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아예 자동차 없이 여행 다닐 순 없으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렌터카를 빌리지 않는 여행이 되겠다. 게시글을 올리는 것과 별도로 이제 Alookso가 New Alookso로 바뀌면서, 반드시 뉴스나 콘텐츠를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나 개인으로도 변화를 준 건, alookso에 올리는 글을 포함해서 내가 쓰는 모든 글에 별도의 썸네일을 만들어서 업로드하기로 하고, 이 썸네일은 인스타그램에서도 활용한다. 특히, alookso는 상징 색깔이 보라색이니까, 보라색으로 썸네일을 만들기로 했고, 글Ego의 경우 그냥 무채색인 검은색으로 만들기로 한다. 다만, 글Ego에도 안 올라가고, alookso에도 안 올라갈 멋준오빠 오리지널(틀리뷰/긴리뷰) 등은 어떤 색을 써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할까 고민 중이다. 일단 오리지널은 비정기적으로 연재하는 글이니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다.


#alookso #얼룩소 #글쓰기 #큐레이션 #신문기사깊이읽기 #신문기사톺아보기 #핵심기사모음 #여행기 #여행기록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우도 #비양도 #글스타그램 #티엠아이 #혼자여행중


#멋준평론


계획없이 차도없이 제주관광 가능할까?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잠시 짬을 내어 여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해외에 다녀오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자가격리가 번거로우니 여행의 선택지는 많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제주에 가기로 결정했답니다. 본래 여행을 여럿이 가면 계획도 세워야 하고, 비행기 티켓, 렌터카, 숙소 등 여러 모로 준비할 게 많겠지만, 저는 혼자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1주일가량 입을 속옷, 세면도구만 책가방에 챙긴 채 바로 제주로 향했습니다. 사실 중간에 다른 곳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그 점은 생략하도록 합니다.


급하게 비행기표를 끊을 때 매우 유용한 사이트


비행기 예약을 위해 땡처리닷컴을 이용해 봅니다. 항공사마다 별도로 비행기 예약을 할 수 있긴 합니다. 특별히 항공사 마일리지가 필요 없다면, 아무래도 각 항공사별로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예약하기 번거롭죠. 게다가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예정이라 일정이 가변적일 때, 항공 예약을 통합해서 찾아보는 게 편하다 보니, 혼자 여행할 때 이렇게 예약하는 편입니다.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비행기가 뜨나 싶었는데,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는 제주도 여행의 국룰이죠. 착륙하자마자 제주도에 살고 있는 몇몇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연락해보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각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될 수밖에 없어서 아쉽네요. 다행히 당일 시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부터 시작해서 제주도를 여행지로 자주 오다 보니, 어디를 가도 별로 새롭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여행 갔던 적이 드문 지역 한두 군데만 골라놓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이동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딱 하나, 섬 속의 섬인 우도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8년 전 우도에 처음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하얀 모래 백사장이 아주 진하게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죠. 이번 여행은 하얀 모래가 가득한 백사장을 보는 것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답니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셋을 이어주는 마법의 단어, 터미널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날 숙소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로 잡았습니다. 네이버 검색 창에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동인 오라일동 게스트하우스로 검색하면, 다양한 선택지 중 원하는 필터링에 따라 하나를 선택할 수 있죠. 펜션을 원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오라일동 펜션을 검색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외버스 터미널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탑승하는 장소이지만,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밖에 없기 때문에 시외버스라는 개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다릅니다. 그저 두 개의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은 버스의 시점과 종점일 뿐이지요. 그래서 시외버스터미널에 별도의 직통버스는 없고, 그냥 일반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탑승하는 곳일 뿐입니다. 아마 원래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겠지만, 사회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다 보니 이렇게 이름과 실제가 달라진 게 아닐까 싶네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2일 차 아침이 되었습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슬슬 결정해봅니다. 우선 제주도 여행지는 좌로 가던지 우로 가던지 결정해야 합니다. 동쪽에는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다양한 관광지가 개발되어있고, 서쪽은 협재 해수욕장과 애월 관광단지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남쪽은 서귀포의 올레시장이 대표적인 관광지이죠. 저는 이번에 우도를 재방문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차량을 선택해야 하는데요. 제주도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편하게 이동하려면 렌터카가 편하고 좋습니다. 제주도는 지역이 협소하기 때문에 전기차 시범도입 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요. 초기에 전기차를 구매하고, 충전장치를 설치하는 제주도민에게 지원금이 지급되기도 했고, 전기차를 렌터카로 사용하는 경우, 렌터카 업체에게 정부의 지원금이 꽤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의 목표는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충분히 대체 가능해 보입니다.


버스에서 급하게 찍은 이번 여행 첫 바깥 풍경


환경친화적인 전기차를 렌트해서 사용해볼까 고민하다가 처음엔 버스로 여행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목적이 아니라 머물러서 휴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굳이 차량을 예약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네이버 지도 앱을 활용하면, 서울에서 안내받는 것처럼 버스 도착 예상시각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안내받는 시각과 안내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몇 분 후 도착한다고 쓰여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없다고 안내한다던지 하는 식입니다. 이럴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존재하는 시스템 격차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우도는 성산일출봉으로 유명한 제주도 최동단에 있는 성산항에서 배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배 시간은 30분 단위로 자주 있는 편이지만, 바람의 영향에 따라 취소되는 일도 잦습니다. 실제로 2일 차 오후 즈음에 성산지역에 도착해서 성산항에 전화해보니, 풍랑주의보가 있어서 당일 배를 탈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하루 정도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성산 게스트하우스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좀 더 편안하게 쉬고 싶다면, 성산 펜션으로 검색해 봐도 좋겠죠. 마찬가지로 다양한 숙소 중 하나를 원하는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벌칙 주사위, 하지만 이 주사위가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대가 많이 방문하는 편입니다. 영어를 쓰니까 조금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지만, 한국말로 하면 민박입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시설은 펜션과 호텔에 비해 조금 아쉽지만, 가격대가 저렴하고 다양한 사람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이 과도하게 많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치열합니다. 숙박업체의 공급이 과잉되었다는 기사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 실제 적정 호실이 46,000호실인데 반해 사상 처음으로 올해 77,000호실을 넘었습니다.


COVID-19 특수로 관광이 해외에서 국내 여행으로 중심추가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제주로 몰리게 되었다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출혈 경쟁이 계속되면, 코로나 이후 숙박업소의 상당수는 폐업을 각오해야 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성비의 장점을 가진 게스트하우스는 점점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최근 제주도에서 숙소를 당일 예약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고급 숙박업소들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 관광업이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곤하나, 다른 업종과 달리 숙박업소 사이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일 우도 방문이 좌절된 관계로 방문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대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시대에 대학을 다녔거나 군대에 다녀온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말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이 다른 사람에겐 기적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각자 상황에 맞게 어떻게든 적응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또한 삶인가 봅니다. 잠깐 만나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아침에 일출봉에 함께 올라서 해돋이를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조작의 현장에서 보게 된 가짜 태양


과연 아침 기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평소에 자던 장소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 탓에 해돋이를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해발고도가 180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뒷산을 등산하는 수준이지만,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오르는 데다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상당히 추웠습니다. 게다가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탓에 아쉽게도 원활한 일출은 보지 못했네요. 일출을 보고 나서 돌아와 조식을 먹고 샤워를 한 뒤 퇴실하니, 여행 3일 차가 되었습니다. 여행 3일 차인 오늘 과연 우도에 방문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어제와 달리 바람이 상대적으로 잦아든 관계로 배를 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걸어 다니지 않았으면 지나쳤을 풍경


숙소에서 성산항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지나가는 길이었음에도 제가 보기에 참 멋진 풍경이 많았습니다. 괜히 제주도가 관광도시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나 싶은데요. 가야 할 목적지를 잠시 잊고, 멋진 풍경에 사로잡혀 한참을 쳐다보고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댔답니다.


메뉴가 다양해 보이지만, 이 집은 우도 맛집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성산항 선착장에서 승선신고서를 2매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시하여 신분을 확인한 뒤, 우도로 향하는 승차권을 구매하였습니다. 우도는 배로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데도 풍랑주의보에 따라 철저하게 운행하더군요.


유리 달린 삼륜 오토바이가 하루에 45000원!


8년 만에 방문한 우도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우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요. 자차를 배에 태워 가져와서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삼륜 오토바이 형태의 2인승 자동차를 대여해서 여행할 수 있으며, 순환버스를 타고 한 바퀴를 돌 수 있습니다. 자차를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은 종일권 단위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자차를 가져오지 않으면, 우도에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차를 우도에 가는 배에 태워서 가져오려면, 육지에서 이미 자차를 가져왔거나, 몇 가지 특수 조건을 만족하는 렌터카이어야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도에 1박을 머문다거나 6세 이하 아동 혹은 65세 이상 노인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조건인데요. 예전에는 특별한 조건이 없어도 렌터카 반입이 가능했었는데, 왠지 2인승 전기차를 암묵적으로 타라는 상술이 살짝 보태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저는 자차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2인승 전기차를 렌트하거나 순환버스로 자유롭게 한 바퀴 도는 것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하는데요. 2인승 전기차의 경우, 종일권이 45000원이었고, 순환버스는 6000원이었기 때문에 일단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순환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아직 제가 우도에 얼마나 머물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한 바퀴 돌아보고 혹시 우도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그때 2인승 전기차를 타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다른 2인승 전기차와 부딪힐 뻔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만일 순환버스와 2인승 전기차가 부딪혔더라면, 제가 신문 기사에 인터뷰를 했거나 한문철TV에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출연하고 싶지 않은 유튜브 1위, 매 회차 레전드를 경신하는 한문철TV


혹시나 제게 발생했을 수도 있을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인터넷에 2인승 전기차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우도에서 운영하는 2인승 전기차는 자차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우도가 부속도서에 속해있어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 직원이 출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2인승 전기차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자전거에 가까운데요. 운전자가 자전거를 운전할 줄 모르는 경우,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 이에 대해 운전자를 교육하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실제로 음식점 호객행위하듯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정작 제대로 된 운전자 교육은 없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았는데요. 전기삼륜차를 포함한 이륜자동차 대여업은 자유업으로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합니다. 즉, 누구나 쉽게 등록할 수 있는 업종인데, 사고 발생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즐거워야 할 관광은 관광업 특유의 상술과 안전불감증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진항에서 출발한 순환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중간 지점에서 전원 하차하라는 안내를 받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아마 천진항 혹은 하우목동항에서 기다리는 승객을 빨리 실어 나르기 위해 출발지와 가장 가까운 관광지까지만 왕복으로 운행하는 차량이 별도로 있나 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사실 경치 먼저 보고 밥 먹은 거라 제주도는 식전경


잠깐 해변을 둘러보니, 맑은 바닷물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버스에서 내린 김에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근처를 돌아보니, 해물짬뽕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서 간단히 식사하였습니다.




음식 사진을 맛있어 보이게 찍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정류장으로 돌아오니 마침 순환버스가 도착하여 탑승하였습니다. 유유히 우도를 한 바퀴 돌다가 비양도에 내렸습니다. 비양도는 우도와 방파제로 연결된 또 다른 섬입니다. 제주도 옆에 붙어있다고 해서 우도를 섬 중의 섬이라고 부르는데요. 말장난 같지만, 비양도는 섬 중의 섬 중의 섬인 셈입니다.


섬 중의 섬 중의 섬, 삼중섬 비양도


비양도에 쭉 걸어가서 다양한 자연환경을 감상하려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와 너무 추웠습니다. 잠시 추위를 피하고자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 카페가 비양도에 있는 유일한 카페라고 하더군요. 해당 카페에서 2005년에 영화 '깃'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제가 해당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터라 어쩌면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일들이 참 많이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영화 촬영장이었든 말든 무슨 상관이랴,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만 맛있으면 됐지


잠깐 추위를 피하려고 들어간 장소에서 주문한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 쓰기로 마음먹었던 행복에 관한 글도 얼추 초안까지 완성해 보았습니다. 해당 글이 좀 더 잘 정돈되면 여기에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만, NEW alookso가 기사 중심의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어서 제가 쓴 글이 NEW alooko와 결이 잘 맞지 않을 것이 염려되는군요.


비양도에서 순환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계속 승객이 꽉 찬 상태의 순환버스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30분 단위로 도착하는 버스를 두 번이나 그냥 보내야 했으니,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무척 화를 많이 냈는데요.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더니, 시점과 가까운 관광지에 집중적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것에 비해 종점에 가까워진 위치에 있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아 좀 아쉬웠습니다. 우도에 나름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아마추어적인 시스템 운영 방식에 조금 실망스러웠네요. 원래 1박을 계획했었는데, 이런 아쉬운 모습 때문에 바로 당일 출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음에 우도를 또 방문하게 된다면, 굳이 교통수단을 써 가면서 한 바퀴 돌 필요 없이 예쁜 하얀 모래가 가득한 서빈 백사장에만 걸어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도를 떠나 다시 성산항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얼추 4시를 넘었습니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마침 alookso에서 만났던 한 분을 뵈러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박현안 님의 카페를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성산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방문했을 때 자리에 안 계시길래, 쉬시는 날인가 싶어서 쪽지라도 남겨둘까 해서 종이와 펜을 빌려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뒤늦게 찾아와 주셔서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비록 개인적인 일이 있으셔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래도 멀리서 왔다며 기념품도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끕이 과연 월드스타,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


다음에 어디를 방문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바다와 해변이 예쁜 월정리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운행하는 201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였습니다. 3일 동안 내내 버스를 타고 여행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지도 앱을 사용하면 정류장을 찾는 게 어렵지 않고, 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꽤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관광지 중심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에서 느끼기 어려운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덧붙여 제주도 여행을 다니면서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할 때 평소와 다른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주도에는 여닫이 문을 보기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왜 제주도는 미닫이 문이 많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제주도가 바람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바람에 강한 미닫이문을 주로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런 사소한 특징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별 헤는 밤을 살짝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3일 동안 겪었던 다양한 일에 제 생각까지 더해지고나니, 생각보다 글의 분량이 만만찮은데요. 개인 일기장에나 써야 적당할 이 이야기를 이곳에 쓴 것은 쉬이 NEW alookso가 오는 까닭이요, alookso에서 알게 된 분을 뵈었던 이야기를 남기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여행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아직 New alookso가 오기 전 몸풀기로 해볼 수 있는, 꺼내도 괜찮을 이야기를 좀 더 남겨보고자 비루한 제 여행기를 이렇게 길게 써 보았으니,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직 남아있는 제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고,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저 여행하면서 세운 원칙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저는 경험하지 못해서 생길 [미련]과 경험해서 생길 [후회]를 남기지 않고 자유롭게 보내고 싶습니다. 제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계획이 없어도 그만, 차가 없어도 그만입니다. 이러한 고로, 계획 없이 차도 없이 떠난 여행도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연한 일을 하는데도 에너지가 꽤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