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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Apr 26. 2023

변명이지만,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작은 발걸음

학창 시절부터 나는 사회, 봉사 혹은 기부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인 마냥.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좀 할걸...'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는 대학교에 지원할 때였다.

봉사활동 시간이 많으면 대학 입학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봉사활동을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한탄 섞인 말을 읊조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학 입학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그렇게 다시 봉사, 사회 문제는 다시 잊혀져 갔다.


기부에 관련된 생각이 들었을 때는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이었다.

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한참 떠들고 있을 무렵, 큰누나가 기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가족들은 농담처럼 기부할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누나는 결국 한 단체를 정해 매달 몇만 원의 돈을 기부했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매달 돈을 낼 수 있을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1년 전 즈음, 처음으로 ESG라는 직종에 관심이 생겼고, 실제로 접하게 되었다.

이미 대학생 때부터 나는 환경이라는 분야에 종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나는 계약직과 인턴 생활을 계속하며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과거에는 관심 갖지 않았던 환경 문제,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주시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고민을 갖게 된다.


어떠한 친환경, 사회적 활동도 하지 않는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맞을까.



ESG활동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환경 전문가, 인권 전문가, 사회적 활동 전문가 등등

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도 있다.

친환경 활동을 몸소 실천하며 제로웨이스트를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봉사활동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잘하지 않는다.

환경과 관련된 일은 하지만, 내 삶에서 실천은 드물다.

물도 잘 아끼지 않고, 일회용품도 적지 않게 쓴다.


과연 내가 "저는 환경,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일을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큰누나가 계속해서 해오는 기부가 떠올랐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로 인터넷을 켜서 어디에 기부하면 좋을지 찾아보았다.



기부할 곳을 찾다 보면 다들 공통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어느 단체가 가장 투명하게 운용될까?'

그 답은 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기부단체의 속 사정을 아는 것도 아니고, 알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휴대전화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저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다.

돈이 없으니 고액은 할 수가 없다. 소액 정기결제를 등록하고, 내 첫 기부를 시작했다.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인 '기후변화 대응'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작년 7월부터 시작된 기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얼마 되지 않는다. 해봤자 한달에 5천원이니까.

가끔은 너무 소액을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도 통장 상황을 보곤, 돈을 더 많이 벌면 금액을 높이자고 결심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또 다른 기부 하나는 최근에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업무를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재밌기도 하고 의미도 좋은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기껏해야 2월부터 시작한 기부인데, 1.92톤의 탄소를 상쇄한 것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환경과 관련된 직종에 있다 보니, 환경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괜한 어플 홍보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어플에 관한 정보는 지우기로 결정했다.)



기부를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삶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가벼운 첫걸음 정도는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내 삶의 소소한 절약과 노력을 추가하려고 한다.

최근부터 회사에선 양치컵을 쓰면서 물을 절약해보려고 하고 있다. 

텀블러를 쓰는 건 참 쉽지 않지만, 들고 다녀 보려 한다. 

일회용품도 조금씩 사용을 줄여보려고 한다.


어찌 보면 사회를 위하는 척, 기부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내 삶을 위한 변명처럼 시작했다.

다만, 그 첫걸음을 떼었는가는 분명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 달에 만원 남짓, 누군가에겐 분명 큰돈일 수 있다.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든 사람들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여유가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닐까.


기부는 참 쉬운 행동이다. 또한 직관적인 영향을 준다.

내가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환경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이 있다면 해당 분야를 찾아서 하면 된다. 바다 건너 아프리카의 빈민을 위한다면 그들에게, 유기견, 유기묘에게 관심이 있다면 동물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ESG 업무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부끄러웠고

변명이지만, 기부를 시작했다. 용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닌, 나 같은 소시민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임을 말하고 싶었다.

한번쯤 해봐도 나쁘지 않다.

비록 바쁜 삶에 봉사활동을 가진 못하지만, 나와 함께 기부로 변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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