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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n 07. 2023

사무실이 너무 추워요.

추워하는 나를 보며 느끼는 것들

어우 사무실이 너무 추워

제가 오피스에서 일을 하며 종종 하는 말입니다.

여름이 되어 날이 더워진 만큼, 사무실의 에어컨은 열심히 돌아갑니다. 시원하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추워지는 탓에 의자에 걸어둔 가디건을 입곤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긴팔을 입고 있는데 이렇게 에어컨을 춥게 틀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그러다가도, 바깥 더운 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생각하곤 '배부른 고민이다.'하고 지나갑니다.


실제로, 저의 아버지께서는 바깥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십니다.

30도가 넘고, 햇볕이 내려 쬐는 한 여름의 퇴근 시간이 되면 얼굴이 시뻘겋게 익으신 채, 한껏 지쳐서 돌아오십니다. 그나마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를 드시곤 일찍 주무십니다.

에어컨은 전기요금이 아깝다며 선풍기 하나를 틀고 주무시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런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수십, 수백만은 될 텐데...'

춥다고 불평하던 내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기온을 볼 때면 무언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옛날엔 이 정도로 덥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따라 더더욱 기후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기후변화가 생겨도 저 같은 사람에게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바깥이 뜨거워도 건물 내부는 추울 정도이니까요.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지 않을 것을 먼저 걱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요?

요즘은 나이가 드신 만큼, 갑자기 쓰러지시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바깥이 너무 더우니까요.

가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낮에는 너무 뜨거워 일을 못한다고 하십니다.

그럴 때면 농담조로 "너무 뜨거우면 도망쳐버려요!"라고 하지만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는 오래된 주택 단지가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잘 사는 지역은 아닙니다. 반지하도 많고, 낙후된 지역도 많습니다.

한 여름에 지나가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나마 그늘진 곳에 나와서 쉬고 계십니다. 집 안보다 바깥이 그나마 시원한 탓이겠지요.

그런 분들에게는 날이 뜨거워지는 것이 더욱 위협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그래서, 뜬구름 잡는 말만 하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기후변화는 사회 취약 계층이나, 야외 노동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기후를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뜨거워지는 날씨, 오락가락하는 비처럼요.

사실 맞습니다. 기후 변화에 의해 이상기후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통 '불편하다'에서 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사회 취약 계층,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대책은 보통 완화와 적응 두 가지로 나눕니다.

완화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늦출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적응은 '기후 변화는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실제로 국가에서 진행하는 적응 대책을 보면 사회 취약 계층에게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적응 대책이 완화보다 덜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완화만큼 중요한 것이 적응이거든요. 다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해당하기에, 집중이 덜 할 뿐입니다.


물론 현재도 취약계층의 적응을 돕는 정책들이 있지만,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 올여름에도 많은 폭우가 예상되는데,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혹여 피해가 있더라도 복구를 돕는 것 또한 적응 대책일 것입니다.

올해는 자연재해로 인해 누군가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직접 피해가 없더라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추가로, 참 오피스가 춥습니다.

공공기관에서는 조금은 덥다 싶을 정도로 에어컨을 많이 틀지 않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기업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온도를 적정하게 설정하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에어컨을 줄이는 정도의 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소소한 활동 같겠지만, 결국 이런 활동이 모여서 큰 의미를 만들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변명이지만,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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