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의 테러, 대체 왜
그림에 페인트를 뿌리고, 토마토를 던지고, 손에 본드를 바른 채 만지는 이른바 "명화 테러"를 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무슨 뜻을 가지고 하는지는 알지만, 이내 "에휴"라는 한숨만이 나올 뿐입니다.
그림은 무슨 잘못인지, 또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인지.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잘못되면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공교롭게 오늘도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1175&ref=A
이번엔 화가 모네의 작품이 붉은 페인트를 맞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다행히 웬만한 미술관에는 앞에 보호 유리가 있기에 그림 자체에 손상이 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말이 딱 그들이 자행한 행동의 의미를 명확히 나타내는 듯합니다.
(우리의 시위는) 사람들을 방해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논쟁에 영향을 줘요. 그것을 위해 모든 사람의 호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에메 판 발렌/라스트 제너레이션 대변인 -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여, 사람들 사이에 기후변화라는 키워드가 논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말이죠.
일단 이슈가 되면 사람들의 이목이 끌릴 것이고, Action이 일어날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목이 끌려야 어떤 행동이든 일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해당 키워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강하거든요.
실제로 환경 분야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간혹 조심스레 환경 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가끔은 제가 일하는 환경, ESG 분야에 대해 부정적인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과격한 환경 단체들의 행동에 많은 현직자분들이 피해를 입곤 합니다.
특히나 ESG분야에 대해서는 말이 더 많지요.
유명인들조차 ESG는 Scam이라고 하는 시대니 까요.
사실 현직자들 사이에서도 ESG관련 일을 하시면서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게 환경단체 때문은 아닙니다.
모호한 기준, 그린 워싱 등등 다양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지금의 상황에 도달하게 된 듯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넛지 효과'라고 아시나요?
누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가를 두고, 담배꽁초로 투표 대결을 펼쳤습니다.
이 장치를 설치해서 땅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줄이는 재치 있는 방법이기에, 대학생 때 이걸 처음 보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뭐든 쉽고 재밌어야 사람들이 하겠구나.'
과격한 표현 방식으로 이슈를 던지는 방식 vs 쉽고 재밌게 환경에 접근하는 방식
전 압도적으로 후자가 효과적이고, 긍정적이라 봅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문제의식을 던진다고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그 의미에 동감하고 참여해야 될까 말까 한 이슈입니다.
그 과정이 재밌고 쉬우면 더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은 제가 어딘가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언젠간 사용자들이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보고 싶긴 합니다. 재밌으면 더더욱 좋겠네요.
환경 단체의 과격한 행동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것
다만, 대중에게 부정적 인식을 넣는 방식보단 즐겁고,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쉽진 않겠다.
표지 이미지 출처 : 이번엔 클림트 작품에…기후활동가들, 또 명화 훼손 시도, 오경묵 기자, 2022.11.16,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