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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n 19. 2023

'환경'을 내 미래로 결정한 소소한 순간

나는 왜 환경을 공부했을까. 그 소소한 순간 미래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처럼, 저는 환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탄소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아직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전문가라고 불리기엔 아직 먼 지금입니다.

전문가라 부를 순 없지만, 제가 환경을 공부한 지 벌써 5년이 되었고,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한 지는 3년 차 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생각하던 와중, 환경이라는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된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냥 예쁜 하늘입니다. 좋은 날씨와 좋은 하늘이 오래 갔으면 하는



파릇파릇한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생 때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환경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보통의 대학생이었습니다.

다만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은 발표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멋들어지게 발표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그 순간만큼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공대생 치고는 실력도 썩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날도 아마 재미없는 전공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던 참이었을 겁니다.

"아, 내 운명은 화학공학을 전공하다가 지방 공장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뿐이겠구나."라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과 내의 공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Team Debating - 발표 대회 개최. 참가자 모집'

눈이 번뜩였습니다.

몇 차례 해당 대회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걸 발표하고, 장학금까지 쏠쏠하게 타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안 그래도 지갑 사정이 궁핍하다 못해 말라가고 있었는데, 타이밍까지 좋았습니다.

바로, 친한 친구들에게 같이 나가자고 권유해 팀을 결성했습니다.



오랜만의 대회 참가인지라 꽤나 막막했습니다.

주제 선정부터 꽤나 난관이었습니다. 전공과 관련이 있기만 하면 뭐든 가능했기에 고민만 깊어졌습니다.

며칠째 주제가 확실히 나오지 않아 집에서 고민하던 차에, 잠실 L타워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롯데 타워가 콩알만 하게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식힐 겸 밤에 나가 조그맣게 보이는 불꽃들을 구경했습니다.

꽤나 거리가 멀어서 작게 보이지만, 화려한 게 '가까이서 보면 장관이었겠다.'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또다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너무 친한 사람들과 모이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일단 조금은 떠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회의를 가장한 수다가 시작됐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사진을 보여줍니다.

"나 잠실 L타워 바로 아래서 불꽃놀이 봤다 ㅋㅋ"

이야, 저는 콩알만 하게 본 그 불꽃놀이를 바로 아래서 봤다니. 부러워하며 사진을 봤습니다.


역시나 불꽃이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한마디를 더 붙입니다.

"근데 연기가 너무 심해서 건강에는 안 좋겠더라."

말을 듣고 보니 어마어마한 연기가 가득했습니다. 화려한 불꽃에 가려 묻혔을 뿐이었습니다.

이때 드라마 속에서 전구가 켜지듯, 전기가 찌릿하듯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이걸로 발표할래?"

[포토] 2019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 뉴시스, 이데일리, 2019.05

결국 저희는 '불꽃놀이와 미세먼지'라는 주제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결과도 흡족했습니다. 참가 팀 중에 1등을 했고, 상금도 꽤나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제가 맘에 들어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모를 찝찝함이 있었달까요.

발표를 준비하는 내내 '환경 문제가 이 정도로 심했나?'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관련 자료를 묵묵히 찾아봤습니다.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때 이후로 프로젝트가 있으면 환경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환경과 관련된 활동이 쌓였고, 내친김에 자격증까지 취득해 버렸습니다.

하와이에 가서도 한국과 하와이 미세먼지 차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습니다.

나름 진심이었나 봅니다.


자연스럽게 커리어도 환경으로 이어졌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정부에서 하는 양성 과정도 수료했습니다.

그러다 흘러 흘러, ESG라는 분야까지 넘어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제 커리어가 순전히 발표 대회 하나로 결정이 된 셈입니다.

가끔은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 이 상황이 웃겨 혼자 코웃음을 치기도 합니다.



참 돌이켜 보면 가끔은 인생 곳곳에 중요한 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인생의 물길을 틀어버릴 정도의 중요한 일들 말입니다.

다만, 그때는 모를 수밖에 없는, 나중 돼서 생각해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여러분은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저처럼 삶의 방향을 틀어버릴 만한 사건이 있으셨나요?

괜스레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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