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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n 27. 2023

여유의 미학

흘러가는 대로

걱정에 휩싸여 있던 나는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걱정]

반복되는 일상, 그곳은 숨쉴틈 없이 가득 차있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고, 정신없이 일하다 밥을 먹는다. 정신 차리면 퇴근할 때가 되어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에 탄다. 겨우 집에 도착하면 7시가 지나있다. 몇 시간 뒤에는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한다.

지쳐있다.

평상시의 나에게 '내 시간'은 없다.


항상 긴장감에 가득 차,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 뿐이었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어떡하지.

일을 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었음에도 그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을 두려워한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걱정에 지쳐, 다시금 업무로 빠져든다. 집중하면 그나마 괜찮으니까.



[여유]

5일간의 바쁜 일상이 지나고 나면 온전한 이틀의 여유가 주어진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 시간조차도, 공부를 하고 자기개발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 도태되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생각을 고쳐먹었다.

'다시 다가올 5일의 일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여유를 즐기리.'


이제는 제법 공백을 즐길 줄 안다.

오늘은 하늘이 푸른지, 햇볕은 강한지를 느낀다. 가끔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도 들을만하다.

단순히 카페인을 채우기 위해 주말 아침 커피를 사러 가는 일정은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으로 탈바꿈했다.

정자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할아버지들, 마트에 다녀오는 아주머니, 나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잠시 나온 젊은 사람들. 이제는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피를 사 오고, 창문 바깥을 보며 잠시 멍하니 앉아있는다.

왜 이리 날씨는 좋은지.

오늘은 뭘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딱히 할 건 없다. 아무렴 좋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흘러가는 대로.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변화]

이틀의 여유를 즐기다 보니 남은 닷새의 시간에도 변화가 생긴다.

정신적인 휴식을 얻었기 때문일까. 내 모습을 보다 뚜렷하게 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도 현재의 상황이 괜찮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을 나 스스로 존중한다. 나에게도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더 많은 것을 쌓고, 배우기 위해서 주말의 이틀까지 노력했던 것이건만.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낀다. 걱정을 내려놓은, 여유를 즐기는 휴식이 사람에게는 꼭 필요하다.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

사람은 영원히 달릴 수 없다.


여유가 변화를 만든다.

여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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