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랑스러운 꼰대가 되기까지

나도 MZ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by Earnest

'꼰대'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후배들에게 다가가는 게 더 부담스러워졌다.


나조차 조금은 꼰대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뱉은 말에 사람들이 사람들이 나를 꼰대로 볼까 두려웠다. 아니, 사실 두려웠다기보다는,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으니까.


그렇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과는 별개로, 그들의 뻔뻔함이 나의 모난 면을 자꾸 들쑤셨다.


신입들은 대부분 회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나도 그랬었겠지만, 이미 10년이나 흘러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라떼는' 신입이라 하면 엄청 싹싹하게 선배들 눈치 보고 기어야 했다- 심지어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고 혼난 기억도 있다.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으레 그럴 것을 강조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만 봐도 알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당연히 적응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바뀌었다. 신입이라고 딱히 눈치도 보지 않고, '눈치 좀 보라!'고 말하면 꼰대라고 욕을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과거의 군기 잡는 문화가 100%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억울할 때도 많았고, 내가 왜 대학 나오고 회사까지 와서 이런 소릴 듣는지 현타가 올 때도 많았다.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떠나야 하는 가혹한 조직문화를 가진 때였다.


그렇지만, 군기 문화에서 나는 일머리를 배웠다. 군기를 잡는 선배들은 당연히 FM들이었고, 과한 소리는 있을지언정 틀린 소리는 없었기에,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중간은 갔다. 아니, 90%까지는 간다.


안타깝게도 그런 문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선배들도 더 이상은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싫고, 후배들도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젠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에, 서로가 적당한 거리와 매너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아닌 친구들도 있다. MZ 면서 선배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보물 같은 친구들은 예전의 군기 문화 없이도 스스로 성장한다. 기특한 친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바로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즉, 눈치를 보는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신입들의 입장은 달랐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안다. 신입들의 soft landing을 위한 온보딩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이것도 사람의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 회사의 특정 업무 (재무, 기획) 혹은 절차를 습득해야 하는 업무(생산)를 제외하고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정 지식에 대해 석사, 박사급의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과 실행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회사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는 그들에게 높은 수준의 업무 완성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의지만 있으면 조금씩 도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던 신입들은, 업무는 엉망으로 하며 퇴근은 정시에 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나는 쓸데없는 야근을 제일 싫어한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을 보자 하니 내 속이 뒤집어졌다. 여러 차례 피드백을 제공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 시간까지 제출을 요청한 자료가 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퇴근을 한 모양이다. 여러번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고, 혹시 자료는 준비되었는지 물었다. "집에 가서 마무리 하려고 했습니다. 팀장님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실 것 같아 따로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미리 언질을 주어야 한다는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절망스러웠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경고하고 싶다. 그거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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