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극복기 (1)

갈등을 피하는 사람들

by Earnest

우리 모두는 서로와 다르다. 어떻게 보면 서로와 달라서 사회생활이 가능한 것도 같고, 서로의 다름이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팀장이 된 초반에는 많은 것을 들으려고 했다 - 팀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원들의 인사이트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팀원들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이후 나는 아이 낳는 것이 두려워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 고유의 성향 혹은 기질이라 불리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의 기질은 타고나거나 자라오면서 형성된 부분이어서 후행적인 교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니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팀원들 날것의 방어기제를 가까이서 목격하게 되고, 그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내 방어기제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것이다.

- 나도 인간으로서 이렇게 불완전한데, 어찌 새로운 생명을 키울 수 있겠는가.


우선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못난 부분은, 자존심이 상하고는 못 견딘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본인을 완벽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도 종종 보이는데, 나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만 봐도 닭살이 돋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내가 한 실수를 지적하거나, 스스로의 실수를 깨달을 때면 그것을 예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왜 그랬는지에 대해 설명하느라 혀가 길다. 처음에는 '내 선택에 대해 설명하는 거니까 꼭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현실을 외면했지만, 그냥 나는 내가 틀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존심 센 사람일 뿐이었고, 나의 이런 면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으로 내가 팀에서 목격한 날것의 방어기제는 수동적 공격 성향이다. 그 친구는 성격이 온순한 편이고 갈등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는 분노 혹은 적대감을 간접적이고 소심하게 표현하는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란 사람은 갈등이 있으면 그걸 꺼내놓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인데, 그 친구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니 절대 먼저 얘기를 꺼내진 않지만, 그의 태도나 말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 뭔가가 맘에 안 든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는 상상력도 매우 풍부한 편이라서 내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빈번했는데, 가끔은 상상의 방향이 너무나도 창의적이어서 어떻게 하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신입의 사수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FM이고 매우 꼼꼼했기 때문에 신입이 보고 배우면 좋을 귀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신입이 배울 것이 많은 신입이긴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했다. 그렇지만 훗날, 신입의 퍼포먼스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부사수 역할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는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팀장이 버린 똥을 치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 신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그에게 사수를 부탁하기 전에 내가 직접 담당했기 때문에 아주 잘 안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 신입을 투척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담당하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신입을 1:1로 마킹할 수 없으니 이 부분을 부탁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신입을 자기한테 주는 똥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내가 업무적으로 그를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이와 같은 말을 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리고 왜 여기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며, 부사 수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이 모든 독백은 그 혼자 해석하고 결정한 것으로, 이 대화를 나누는 날까지 일언반구 없었기에 나는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이후로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들과 갈등이 없다"라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본인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체 왜 그런지 대화하고 싶을 수 있다. 왜 먼저 대화해 보려고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수도 없이 트라이했다! 그렇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직까지도 왜 그가 입을 다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말하지 않았으니까.


누군가가 그랬다. 본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에게도 친절할 수 없다고. 그래서 타인에게 친절하고 싶으면, 본인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아직도 나를 덜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보듬을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일하려고 만난 관계인데, 내가 저 사람의 인간적인 부분까지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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