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또 상태가 좋지 못했다. 내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약을 일주일 정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약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건지, 혹은 약을 먹었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었던 건지, 그냥 내가 힘들기로 작정하고, 괴롭기로 작정하고, 비참하기로 작정하고 이러는 건지 혼란스럽다. 다음 카페에 올린 글을 교회 밴드 글놀이야에도 올리고, 브런치에도 올렸다. 쓸 때는, 내가 느끼는 것에 믿음을 실어주고자 그 감정을 디디고 일어서서 써보았는데, 어째 더 처참해지는 것은 왜일까.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나서였을까. 아니면, 흔치 않은 괴로움으로라도 포장해보려는 실상은 별 것 없는 초라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실 쓸 때는 좋았다. 좋았다는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좋았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검열을 놓고 쓰다 보니 펑펑 울었다. 스스로 불쌍히 여겨졌고 아팠다. 아팠다. 그리고 계속 눈물이 났다. 이전부터, 하나님을 만나려는 순간부터 늘 내 곁에 있던 비교. 그것으로 우월감을 취하기도 하고 열등감을 부둥켜 안기도 했다. 그 비교로 인해 내 존재가 이미 깨어져있다는 것을 보니 내가 나를 보기에 슬프고 아팠다.
나는 하나님을 잘 모를 때, ‘나’라는 찬양을 듣고 고개 숙여서 몰래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재물, 지식, 건강은 있지 않으나 남에게 없는 것이 있다는 고백. 나는 그 당시 건강은 있었지만 재물과 지식은 없어서인지 확 와 닿았다. 재물과 지식이 아니더라도 그냥 남에게는 다 있어 보이고 나에게는 다 없어 보였던 그 마음을 노래가 읽어준 것 같아서 끌렸다. 송명희 시인은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남이 듣지 못한 음성을 들었고, 남이 받지 못한 사랑을 받았고, 남이 모르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남에게는 없는 것을 내가 소유한다는 것은 얼마나 특별해 보이는가. 남들 다 있는 것이 없는 초라함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발견한 것처럼 느꼈다. 그 찬양을 처음 불렀을 때는 남에게 있는 것은 없고, 남에게 없는 것 또한 없었던 때였지만 하나님과 가까이 지내면, 기도하고 찬양하고 교회에서 바르게 생활하면 남에게 없는 것은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중학교 때 친해진 친구, 이나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꼈다. 그 친구는 나보다 잘 살았고,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나보다 친구도 많았고, 나보다 성격도 좋았고, 나보다 선생님들에게 이쁨도 많이 받았고, 나보다 예뻤고, 나보다, 결정적으로 나보다, 신앙이 좋았다. 신앙이 좋다는 건 뭐였길래 거기서 절망했을까. 이나는 가족 모두 교회를 다니는 아이라서, 가족 예배를 드려서, 기도할 때 나보다 더 많이 울어서, 찬양할 때 나보다 더 해맑은 얼굴이어서, 그렇게 보였던 걸까. 나는 이나의 뒷모습을 보며 자주 씁쓸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번 글쓰기 강의에서 그 비교가 또 건드려졌다. 약이 오른다는 형용사를 남겨두고 글을 썼을 때 말이다. 정체를 모르겠지만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기분, 목사님과 사모님 댁을 방문하고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이 떠올랐다. 비교였다.
아이들을 부러워하면서, 내 처지를 불쌍히 여기면서, 괴롭기로, 비참하기로 작정하면서 혹시나 나는 그렇게 바른 길로 부단히 애쓰며 사는 삶을 살기를 주저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자꾸만 아빠 탓으로 혹은 우울증이라는 좋은 핑곗거리 뒤에 숨어서 제대로 살아내기를 비겁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끄러웠다.
이렇게 슬픔이, 괴로움이 지나가고 나니 또 현타가 오는데, 과연 그게 그렇게 힘들다고 괴롭다고 내색할 일이었나.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지금을 더 살아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서 죽겠다 죽겠다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은 것이다. 또 스스로 의심한다.
글을 올려 읽히게 한다는 게, 새삼 참 어렵게 느껴진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말이든 뭐든 간에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의 말을 한다지만 언제고 이불 킥이 될 수 있는, 개인 역사의 오점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각오하고 감당하는 게 말이다.
위로를 받으며 죄책감이 든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응원을 받으며 부끄러워진다. 순간의 감정에 취해서 쓴 글인데, 사실 힘들어하면서도 조금씩 웃고 농담 따먹고 빈둥거리고 그랬는데, 마치 내가 과하게 호들갑을 떨어서 동정표를 얻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부끄럽다. 좋게 생각이 안 되고 나를 믿어주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냥 나라는 존재가. 깨진 그릇 같다. 금이 선명하다.
10.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