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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l 02. 2019

반지하에서 빛을 꿈꾸는 모두의 이야기

영화 '기생충' 관람 후기

황금종려상이라고 하면 그저 재미없는 예술영화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재밌다고 하는 영화라도 보통 시상식 상을 받았다고 하면 왠지 그런 인식 때문에 영화관 가서 관람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기생충'도 나에게는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봉준호라는 감독과 송강호라는 배우, 그리고 그 둘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영화 '괴물'에서 가장 절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괴물'은 정말 비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던졌고 가장 큰 여운을 주는 엔딩을 가진 영화 중 하나였기에 내가 가장 좋은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기생충'은 언젠가는 보아야지 하고 있었고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 영화를 보았다.


내게 영화의 인상은 가장 극적인 장면이 아닌 마지막 엔딩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위대한 영화는 엔딩이 좋아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용두사미라는 말처럼 엄청난 스토리를 멋지게 펼쳐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수습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항상 그 엔딩이 여운을 주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의 지친 얼굴, 괴물에서 어둠 속 무언가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이 대표적이 예이다. 그리고 이번 기생충에서도 엔딩이 가장 의미심장했고 여운을 주었다.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부디 영화를 직접 보길 바란다. 배우, 연기, 배경 그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영화였고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 직감적인 영화였다. 너무나 직감적이라 더욱 적나라한 영화였다. 

빛이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저택, 빛이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반지하

기생충의 엔딩은 기우(최우식 役)의 독백이다. 기우는 기택의 편지를 전달받고 답장을 독백하는데 그는 박 사장의 저택을 사는 상상을 한다. 사실 진정한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기우가 돈을 벌어 박 사장의 저택을 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나하면서 마지막에 망치는 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이삿날에서 순식간에 반지하의 창문으로 장면은 전환된다. 기생충이 죽은 자리에 또다른 기생충이 되어버린 기택을 구하기 위해 계획이 없이 살던 기우는 계획을 가진다. 가장 근본적으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그의 계획은 빛으로 올라가기 위한 그의 발버둥이다.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는 그의 처지와 동일하다. 빛이 비추는 박사장의 저택으로 가기 위해 그는 빛을 보며 올라가려하겠지만 그가 위치한 곳은 결국 반지하이다. 반지하에서 천장을 바로보며 눕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중간에 박 사장의 저택에서 마당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던 그의 모습과 매치가 되는 부분이다.

결국 영화는 빛을 맞보았던 기택네 가족은 빛을 맞본 대가로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다시 빛을 바라기 위해 살게 된다. 결국 냄새 다른 반지하로 다시 떨어져 버린 것이 현실이지만 반지하이기에 그는 다시 빛을 쫓는다. 그 시도가 성공일지 실패일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정말 손발이 떨리는 엔딩이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기우이다. 저 위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나 미제 텐트나 활, 인디언 장난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비가 아무리 와도 어느 하나 상하는 것이 없는 저택을 동경하며 오늘도 완전히 지하가 아니기에 빛을 향해 무한히 손을 뻗는, 무한히 달리고 있는 우리가 바로 기우이다.


기우가 언젠가 저택을 가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그래도 긍정적이다. 언젠가 기우도 저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는 시간 제한 안이 아닐 수는 있으나 적어도 꿈을 가지고 계획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가끔은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무언가 이룬다고 믿고 싶다. 나 또한 시골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잘 자란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바라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정말 멋진 영화를 보게 해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정지소, 정현준, 이정은, 박명훈 외 모든 스텝들에게 감사드린다. 평생 기억에 남을 수작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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