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균형을 잃지 않는 힘
14화. 平衡(평형) 감각 — 사랑의 균형을 잃지 않는 힘
✒️ 정담훈 (Jung Dam-Hoon)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아기가 두 발로 처음 일어서려 할 때,
가장 치열하게 사용하는 감각이 바로 平衡(평형)
감각이다.
작은 발이 뒤뚱거리며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그 모든 순간에 귓속 깊은 곳의 기관은
세상의 기울기를 읽으며 몸을 세워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넘어짐을 막아주는 은밀한 힘이 거기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늘 불안정하다.
마음은 앞서 달려가고, 이성은 뒤따라 허둥거린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 기울고,
내 안의 두려움 때문에 반대로 기울기도 한다.
사랑이란 언제나 균형을 잃을 위험 속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 건
넘어지더라도 다시 중심을 찾아가는 힘 덕분이다.
平衡(평형) 이란 완벽한 정지나 절대적인 중심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몸은 늘 흔들리고,
사랑 역시 늘 요동친다.
균형은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줄 위를 걷는 곡예사처럼
사랑은 매 순간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한다.
어제의 중심은 오늘을 지탱하지 못하고,
오늘의 방식은 내일 또 새롭게 고쳐야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그 움직임이 곧 사랑의 지속이다.
또 바다 위의 배를 떠올려보라.
잔잔할 땐 작은 균형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파도가 거세질 땐,
더 큰 무게추와 단단한 의지가 필요하다.
사랑도 이와 같다.
평온할 때는 눈빛 하나, 웃음 하나면 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신뢰와 헌신이 깊은 닻이 되어
우리를 가라앉지 않게 붙잡아준다.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언제나 폭풍처럼 거대한
사건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갉아먹는 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불균형일 때가 많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고 넘겼던 대답 없는 메시지 하나,
괜히 예민해졌다고 스스로 눌러 삼킨 외면당한 눈빛
하나, 아무 의도 없이 던졌지만 칼날처럼 남아버린
무심한 말 한마디.
이 사소한 틈새들이 쌓이고 쌓여
처음엔 금처럼 가늘던 균열이
언젠가 지붕을 무너뜨리는 균열이 된다.
마치 오래 방치한 나무 의자가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부터 썩어가듯,
사랑도 겉으론 웃고 있어도
내부에서는 이미 기울어져 있을 수 있다.
무너짐은 한순간에 찾아오는 듯 보이지만
실은 오래전부터 작은 흔들림들이 쌓여온 결과다.
바람 한 번에 쓰러진 게 아니라, 그 바람이 오기 전부터
이미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무심함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말하지 않은 침묵,
돌아보지 않은 시선,
채우지 않은 빈자리.
그 모든 작은 기울기들이 방치될 때,
결국 사랑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사랑의 平衡(평형) 감각은 늘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너무 기울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서로를 똑바로 세워주고 있는가?”
이 질문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중심을 되찾을 수 있다.
흔들리더라도,
넘어지더라도,
끝내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
그것이 바로 사랑의 平衡(평형) 감각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흔들리며 추는
넘어지지 않는 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