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조리 도구 리뷰
강재: skd강(세미 스테인레스)
길이: 240mm
핸들: 월넛+우각
'절삭력에 모든 것을 집중한 칼'
칼을 하도 많이 사서 그런지 주변에서 이칼 저칼 다 좋아한다고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궁금해서 하루 날 잡고 숫자를 세보니 15자루가 넘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칼의 범위는 매우 협소하면서 좁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칼 저칼 가리지 않고 구매하여 잘 사용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니 손이 고급(?)이 되어서 오히려 일정 기준 이하의 칼들은 아예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구매하는 칼은 기본적으로(2021년 기준)
웨스턴 손잡이( 사진 위에서 보이는 검은색 손잡이 칼)
무게 밸런스가 중앙
이 2가지의 대원칙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우선 내가 일하고 있는 호텔에서는 위생이라는 문제 때문에 일식당을 제외한 어떤 레스토랑에서도 와핸들(일식 나무 손잡이- 사진 위에 나무 손잡이 칼) 사용이 불가하다. 위생검열시 칼 손잡이의 미생물 수치 검사를 진행하는데, 나무핸들은 이 검사에서 기준을 통과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와핸들은 기본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좋더라도 사용을 꺼리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무게 밸런스를 경험해보니 나하고 제일 잘 맞는 칼이 밸런스가 중앙이기에 그렇지 않은 칼들을 점점 꺼리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가 머가 좁다는 거야?'라고 하겠지만 웨스턴 손잡이라는 부분이 생각 외로 엄청난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유명하고 좋은 칼들은 일본에서 생산이 되며 와핸들(일본식 나무 손잡이)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이미 90% 정도 유명한 메이커의 칼들을 포기하고 가야 한다. 그래서 절삭력이 높거나 가성비가 좋기로 소문난 와핸들의 칼들은 운 좋게 지인이 구매를 하면 한번 칼질해보는 정도로 만족을 했어야 했다.
요시카네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꼬여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아는 분이 '절삭력' 좋은 칼을 구매를 원하셨고, 그래서 절삭력으로 평가가 자자한 요시카네를 대리 구매해드렸던 것이다. 그런데 한번 잡아보시더니 '이 칼 나하고 안 맞는다. 미안하다ㅠㅠ' 이러시는 거 아닌가.
추천은 내가 했고 막말로 당근 마켓 말고 팔 능력도 안되시던 분이라... 그냥 내가 받아서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도 한번 잡아보니, 역시 나하고 맞지 않는다. 우선 손잡이가 내 생각보다 너무 크다. 그리고 벨런스는 날 쪽으로 되어있다.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 날도 생각 외로 두껍다. 내가 선호하는 범위를 뛰어넘어 버렸다.
'망했구먼, 그냥 당근이나 하나 썰어보고 집어넣고 나중에 소중한 분께 선물로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당근을 써는데, 와 맙소사!!. 이런 절삭력이 나올 수 있구나 싶었다. 여러 가지로 정말 놀랐다. 보통 무나 당근을 썰면 느껴지는 저항이나 소리 등이 있는데 그런 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사과 돌려 깎기를 하는데 물 흐르듯 잘려나가는 사과 껍질을 보고 실수하면 내 손가락이 날아가겠구나 하는 오싹함도 들었다. ‘칼’ 이라는 물건의 본질이라고 할수 있는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제품은 '칼사랑 조리사모임'이라는 다음 카페라는 곳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가 '절삭력'과 스테인레스 수준의 관리 용이성 때문이었다. 별명은 '탄소강의 절미를 느낄 수 있는 스테인레스칼'로 skd라는 세미 스테인레스 강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 때문에 녹은 스테인레스 처럼 잘안쓰는데 절삭력은 탄소강에 비교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내 연마 실력이 올라가면 기존의 나이프로도 충분히 절삭력이 높아지니 문제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리고 이 칼은 그 생각이 틀린 생각이란 걸 정확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구매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칼날의 길이가 생각보다 매우 길다는 점이다. 240mm를 구매하였는데 실제로 측정해보니 270mm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본인이 구매하려는 사이즈보다 한 단계 작은 사이즈를 구매해야 만족도가 커질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밸런스가 칼날 쪽이란 것은 내가 구입한 요시카네의 경우이다. 내가 구입한 요시카네의 핸들은 비교적 염가 버전이며, 핸들에 사용되는 나무에 따라 무게가 천차만별이니 밸런스가 중앙에 오는 요시카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 칼은 나에게 추천하긴 애매한 존재다. ‘칼이 절삭력이 좋으면 된거 아닌가?’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건 다른 상품들 대부분이 그렇다. 차로 예를 들면 차라는 물건의 본질인 ‘속도와 주행성’만 좋다고 해서 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디자인, 승차감, 내부 인테리어, 안전함, as등의 편의성, 브랜드의 만족감등과 함께 구매를 고려할 것이다. 만일 적당한 가격대에서 기본 정도의 마감, 극강의 절삭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것 만한 제품이 없을 것이다. 이 칼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조차도 그 절삭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하나의 포인트 하나로 전체적인 구매 평가를 높게 본다.
하지만 극강의 절삭력에는 관심이 크게 없고 다른 종합적인 포인트를 생각해서 칼 구매를 한다면 고민을 하고 구매해야 한다. 나에게 다시 구매의사를 물어본다면 ‘손잡이만 웨스턴 핸들이라면 뒤도 안돌아보고 구매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와핸들이라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에게는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칼이다. 이후에는 단순히 추천을 한다고 해도 ‘절삭력’이라는 하나의 포인트에 매몰해서 물건을 보지 않고 종합적인 판단을 할 것이다. 이것도 큰 경험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