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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환 Nov 24. 2022

걸레 빠는 게 행복할 줄이야.

일하면서 느낀 소소한 행복

걸레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더러운 천 쪼가리에 쉰내 나는 그런 모습? 맞다.

심지어 내가 다니는 공장 같은 곳에 걸레는 우리가 흔히 집에서 쓰는 그런 걸레와는 풍기는 이미지, 냄새가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나는 집에서 쓰는 걸레도 만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처음 이 공장에 왔을 때 사수로 배정받은 사람이 나에게 계속 시킨 일은 '걸레 빨아오기' 였는데 아무리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해도 그렇지 매일 아침 점심으로 나보고 걸레나 빨아오라고 시키는 사수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매우 짜증 났다.


그리고 정확히 출근 한지 1주일이 지나자 나는 걸레를 빨아오는 것이 행복했다. 심지어 지금은 사수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질 정도다. 왜 그러냐고? 대부분 생산직 공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바로 '바깥공기 쐬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공장 내부는 (공장마다 다르다)

매우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린다. 게다가 기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이외에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내가 일하는 공장도 2시간에 10분 휴식 시간 외에 밖에 나올 수 없다. (물론 급하다고 말하면 갈 수는 있지만 공장 특성상 그 사람이 빠지면 다른 대체 인력이 없을 시 잠시 가동을 멈추거나 누군가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대신해서 2가지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걸레를 빨아오는 것이다. 시간은 안 가고 시끄러운 공장 내부에서 조용한 화장실로 나와 걸레를 빠는 순간의 기쁨은 마치 엄청 바빠서 숨 쉴 틈조차 없는 식당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조금 먼 장소까지 걸어 나온 기분이랄까? 걸어가는 동안 최대한 천천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 


나 역시 걸레를 빨러 나온 틈에 물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들어가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먼저 발 뻗고 나서 걸레를 빨아 온다고 말한다. 누가 나 대신 나가서 공기를 쐬고 올까 약간의 이기심도 발동한다. 정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고 말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내가 살다 살다 걸레를 빠는 것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나. 

 

만약 당신도 직장에서 스트레스 혹은 업무로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다면, 나처럼 아주 사소한 무엇인가로부터 행복을 찾아 나서봤으면 좋겠다. 뭐 솔직히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일이 좋거나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왕 하는 일이라면 그리고 어차피 힘들고 짜증 난다면 그렇게 짜증 내어 봐야 내 손해고 정답은 '퇴사' 뿐이다.  그러기에 퇴사 전 반드시 무엇인가 다른 경제적 수익을 만들어야 하고 그전까지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버티자. (걸레를 빨아 오는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데 탕비실에 과자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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