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생리컵
*저도 유사시에는 일회용 생리대를 씁니다.
각자의 몸에 맞는 쾌적한 생리 기간을 바라며 작성한 글입니다.
생리(월경)는 매달 반복되고 어떠한 방향으로든 여성의 몸에 불편함을 안긴다. 생리통이 전혀 없는 이라 해도 답답한 생리대를 하루 종일 속옷에 붙이고 있는 건 매우 불편하다. 어떤 이들은 농담 삼아, ‘남자가 생리를 했다면 벌써 오래 전에 쾌적하고 편안한 생리용품이 개발되었을 것.’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쉬쉬해 오던 생리용품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용품이 바로 생리컵이다.
생리용품의 진보
이미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작은 생리용 컵이다. 질 속에 넣어 생리혈을 받아내고, 12시간 이내로 생리혈을 비워낸 뒤 다시 착용한다. 만약을 위해 얇은 팬티라이너를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생리컵은 특별한 손상이 없다면 몇 년이고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에 비해 경제적이고,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다. 생리대의 축축함과 피가 흐르는 느낌, 굴 낳는 느낌, 탐폰의 이물감과 질 건조, 독성 쇼크 걱정에서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가장 앞선 형태의 생리혈 처리 도구라고 생각한다. 다만 진입 장벽이 아주 높다. 현재 한국에서 구매할 방법은 해외 직구 뿐이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수입 및 생산 업체와 담당 부처가 협의 중이라고 함), 사용법도 다른 용품에 비해 현저히 어렵다.
예민해야 진보한다
생리컵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같이 구매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다들 생리컵을 궁금해하면서도 시도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전혀 불편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생리대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과 불편한 사람의 차이는 뭘까? 나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 발진이 쉽게 일어나 아프고 힘들었다. 그래서 면생리대와 탐폰이라는 다른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찾아 사용했다. 하지만 면생리대와 탐폰도 오랫동안 사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불안한 점들이 있다. 그래서 생리컵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예민하지 않으면 불편하지 않다. 불편하지 않으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나가려는 태도가 ‘진보’라는 데 동의한다면, 예민해야 진보한다.
뜨거운 생리컵
처음 생리컵을 사용하기 전에 끓는 물에 소독을 한다. 냄비 바닥에 생리컵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3~4분 동안 소독해야 한다. 소독을 마치고 생리컵을 사용하려고 하니, 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뜨거움이 질 경부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깜짝 놀라 다시 한참을 식힌 뒤 착용했다. 생리컵을 두고 여러 우려의 의견들이 뜨겁다. 이미 오랫동안 사용돼 온 탐폰을 가지고도 말이 많은데, 생리컵은 더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생리에 관한 한 나는 언제나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삶의 불편함을 모두 제거하지는 못해도 내 몸의 불편함부터 하나씩 나아진다면 결국 삶 전체의 진보도 이루어낼 날이 있으리라.
최근 모 일간지 기자가 직접 생리컵을 사용해 보고 생생한 후기를 기사로 알렸다. 사용법이며 주의사항이며 꼼꼼하게 적힌 부분은 좋았으나 큰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5천 원짜리 중국산을 사서 테스트한 것이다. 그 기자의 후기에는 자꾸 생리혈이 새고 질이 아팠다는 내용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생리컵 테스트를 해본 사람으로서, 이 기사는 제대로 된 후기라고 보기 어렵다. 연습용이라며 가격이 싸기만 하고 만듦새나 소재의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는 제품을 고른다면 제대로 테스트도 못 해 보고 후회하게 된다. 생리컵은 여러 나라의 여러 브랜드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크기,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수십 종류가 있고 2만 원~5만 원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처음부터 자신에게 최대한 맞는 컵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쇼핑해야 한다. 심지어 중국에서 파는 저렴한 생리컵 중에는 의료용 실리콘이 아닌 제품도 많다. 실리콘에도 수백 가지가 존재하며 그 질과 쓰임이 모두 다르니, 반드시 재질을 확인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