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썸컵(Blossom Cup, 생리컵) 스몰 후기
이번에는 내가 쓰고 있는 생리컵에 대해 써 본다.
참고로 나는 미국에서 만든 블로썸컵(Blossom Cup, 블라썸, 블로섬) 스몰 사이즈를 5회차 사용했으며(5개월)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생리컵 인터뷰에도 참여했다.
일전에 쓴 생리컵 관련 글에도 나오지만 나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일회용생리대가 항상 불편했다. 아무리 순면 감촉이라는 걸 사도 발진이 생겼다. 그러다가 면생리대로 바꾸었는데 피부에는 굉장히 좋았지만 세탁이 힘들었다. 그래서 세탁이 편한 천연 염색 면생리대로 또 갈아탔는데 이번에는 손목이 아픈데다 수족냉증이 심해져 손빨래가 힘들어졌다. (무조건 찬물로 빨아야 하기 때문에 겨울 세탁이 진짜 힘들다.) 탐폰도 깔끔하고 좋았다. 하지만 생리 후반부로 갈수록 질 건조를 유발해 끝까지 쓸 수 없고, 8시간 이상 착용은 안 좋을 수 있어서 자고 일어날 때 계속 신경써야 하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생리컵을 쓰자고 마음 먹은 뒤 정말 많은 정보를 살펴 보았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누군가 정리해 놓은 생리컵별 스펙 정보글이었다. 전세계 대부분의 생리컵의 크기, 경도, 소재, 가격 등이 정리돼 있어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컵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정보를 찾아 본 뒤 내게 필요한 생리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1. 나는 포궁(자궁) 입구와 질 입구 사이의 길이가 긴 편이니 몸통이 긴 스타일의 컵이 좋겠다.
2. 나는 탐폰을 쓸 때도 생리양이 줄어들 때면 방광 압박이 있는 편이니 가장 약한 경도의 컵이 좋겠다.
3. 처음 쓰는 것이고 생리양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일단 작은 사이즈를 사는 것이 좋겠다.
블로썸컵은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컵이었고, 한국에서는 많이 안 쓰는 것 같지만 세계 2위의 선호도를 자랑하는 컵이라고 한다. 위 세 가지 중 1, 2번은 잘한 선택이지만 3번의 경우 반만 맞았다. 스몰 사이즈는 라지 사이즈에 비해 탈착이 쉬운 것 같지만(라지 안 써봐서 정확히는 모름) 생리 1, 2일차엔 피의 양이 꽤 많아서 넘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 넣고 빼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한번 넣으면 가급적 12시간 동안 안 빼고 싶었는데 양이 다 차면 피가 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빼야 한다. 나의 경우 양이 많은 날은 3-4시간 간격으로 비워야 했다. 지금은 넣고 빼는 것이 많이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사실 좀 귀찮고, 그래서 여유가 되면 용량이 좀 큰 사이즈의 컵을 하나 더 살 생각이다. (슈퍼제니 고려 중)
생리컵을 쓰려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권하자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처음부터 나의 골든컵을 고른다고 생각하고 신중히 사시면 좋겠다. 특히 1번, 포궁 입구와 질 입구 사이의 길이를 재보는 건 정말 소홀히 넘기지 말고 꼭 시도해 본 뒤 구매하자. 자기에게 잘 맞는 컵으로 시도해도 처음은 무척 힘들다. 그러니까 안 맞는 컵으로 이리저리 시도하면서 좌절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가급적 신중히. 함께 인터뷰를 했던 한 분은 포궁까지의 길이가 아주 짧은 분이어서, 갖고 있는 생리컵이 모두 불편하다고 하셨다.
생리컵을 착용할 때는 하체에 힘을 빼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게 처음부터 되지가 않는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첫 달부터 생리컵만으로 전 생리 기간을 커버하는 실험을 했고, 그때 열심히 연습한 결과 바로 2회차부터 한결 편안해졌다. 구부정한 자세로 버티느라 다리에 알은 배겼지만. 너무 힘든 사람들은 적당히 다른 용품과 병행해 쓰시기를 바란다. 스트레스 받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처음엔 펀치다운폴드를 썼는데 블로썸컵이 워낙 말랑한 컵이다보니, 안에서 안 펴지는 경우가 꽤 있었다. 요즘은 라비아폴드로 접고 있다. 그 방법은 접고 나면 손잡이 같은 부분이 생겨서, 넣으면서 손잡이를 툭 치면 잘 펴진다. 게다가 들어가는 시작 부분도 작게 접혀서 전보다 잘 들어간다. 뭔가 잘 안 되는 분들은 접는 방법을 바꿔 보시길.
생리컵을 고를 때는 동영상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주로 정리된 글의 도움을 받음) 사용하면서는 동영상의 도움이 꽤 되었다. 특히 조자두 님의 유투브 영상은 기본 사용법이 아니라(그건 정보 수집 과정에서 이미 다 습득함) 실사용에서 간지러운 부분을 딱 긁어주는 그런 깨알 팁들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생리컵을 고를 때 실물을 볼 수가 없어서 답답한 점이 많았다. 다 해외 제품이니까. 저번 생리컵 인터뷰 때(그룹 인터뷰였다) 다른 분들이 가져오신 생리컵 실물로 구경하면서 좋았다. 나도 다음엔 이걸 사볼까? 저건 소재가 그렇게 좋다더니 어떤가? 이런 생각과 물음들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바라는 건 국내에서도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손쉽게 생리컵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게 뭐라고 해외직구까지 해야 하는가? 그냥 생리혈 처리 도구일 뿐이다. 누구나 직접 보고 만져보고, 자기 질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고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