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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Jan 19. 2018

도대체 왜 무선 프린터를

캐논 G3900 무한잉크 복합기 설치 후기




*이 글은 지난 사흘 간의 지난한 무선 프린터 설치 과정을 담고 있으므로 
프린터에 아무 관심 없는 분이나 저보다 기계 소통 능력이 뛰어난 분께는 길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프린터가 필요했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예전 집에 있던 아버지가 쓰시던 프린터를 받아 왔다. 지금 현재로서는 단종된 오래된 hp 잉크젯이다. 알다시피 잉크젯은 카트리지와 잉크가 붙어 있고 정품 잉크는 꽤 비싸며(프린터보다 잉크가 더 비쌈) 재생잉크를 사면 인쇄 품질이 너무 구리다. 게다가 새 잉크를 사서 교정지라도 몇 장 뽑고 나면 금세 잉크가 없다고 깜박깜박 불이 들어온다. 대체 이런 프린터를 만든 사람 누구인지? 대체 어쩌면 이렇게 돈 잡아먹는 귀신일 수가 있는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새 프린터를 사기로 마음먹고, 구형 프린터는 마침 필요하다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중요한 건 돈이다 
제일 좋은 걸로 제일 편한 방법으로 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유지비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며칠에 걸친 쇼핑몰 탐구 끝에 결정한 것은 캐논에서 나온 무한잉크 복합기였다. 다만 익숙한 유선 연결을 사느냐, 5만 원 정도를 더 내고 무선 연결이 되는 제품을 사느냐의 기로에 섰다. 각종 후기와 게시글을 보니 다들 무선을 일단 사면 엄청 편하다는 것이다. 내 방은 무척 좁기 때문에 사실 컴퓨터 옆에 복합기를 놓을 자리도 없다. 선 연결을 하려면 매번 끙끙대며 한 손에는 선을 쥐고 한 손에는 아이폰 플래시를 들고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야 한다. 여러 모로 무선이 옳다. 큰 맘먹고 20만 원대의 무선 복합기를 샀다. 지난 생일에 가족들로부터 받은 축하금을 썼다. 

무선과의 전쟁
복합기는 와이파이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집의 와이파이는 KT의 모뎀과 iptime 공유기를 연결해 쓰는데 무작정 복합기를 연결하니 되지를 않았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여러 번 시도했고 차선책으로 USB를 연결해 무선을 잡는 방법까지 썼지만 되지 않았다. 혹시 공유기가 문제인가 싶어서 공유기를 초기화했다가 난데없이 컴퓨터의 인터넷마저 끊겼다. 선을 뺐다가 끼웠을 뿐인데 멀쩡하게 되던 것이 안 되다니. 멘붕의 연속, 아니 멘붕의 가중이었다. 그러는 동안 인터넷 업체 통화를 하고, 복합기 제조사 홈페이지와 내 컴퓨터의 장치관리자 등등 수많은 방법과 블로그를 찾아보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했고 그 모든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복합기를 사면서 후기를 검색했을 때는 유지비가 저렴하고 아주 잘 샀다는 글만 보였는데, 설치의 어려움을 포인트로 검색을 하니 온통 불만이었다. 다들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결국엔 이렇게 저렇게 해결했는데, 나만 해결을 못했다. 그런 느낌 알아? 너무 열 받아서 히터가 필요 없는 느낌. 얼굴에 열이 올라 여드름이 날 것 같은 느낌. 하도 앉았다 일어났다 선을 뺐다가 꼽았다 하느라 팔과 다리에 알이 밴 느낌. 하루 종일 씨름을 하다가 포기하고 늦은 밤 거울 앞에 선 나는 5년 정도 늙어 있었다. 

결국엔
그래, 결국에는 해냈다는 뜻이다. 다음날 외출하고 돌아와 차분히 모든 선 연결을 검토하고, 블로그 검색으로 인터넷이 갑자기 안 될 때 해결법을 찾았다. 블로그에서 시키는 대로 눌렀더니 윈도우가 알아서 문제를 찾고, 해결했다고 했다.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리고 인터넷이 되었다. 초기화되어버린 공유기는 스마트폰으로 잡아서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길래 그 방법으로 다시 계정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휴대기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훨씬 수월한 방법일 때가 많다. 이제 컴퓨터는 구형의 물건이 되어간다. 아이패드 광고의 "컴퓨터? 그게 뭔데?"라고 반문하는 틴에이저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복합기는 잡히지 않았다. 무선으로도 유선으로도 잡히지 않았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는 인식이 되어서 테스트 인쇄는 할 수 있었지만 컴퓨터로 인쇄를 못 하면 난감하다. 포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도 이 날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빨리 포기해서 많이 늙지 않았다. 다음날 상담원에게 전화해 보기로 했다. 
드디어 다음날(오늘)이 되어 상담원과 전화를 했는데 원격조종으로 내 컴을 봐준다고 했다. (원격조종 좀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음) 상담원은 인터넷 모뎀에서 선을 빼서 공유기와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아, 그게 문제였구나. 시키는 대로 하려는데 모뎀에서 선이 안 빠졌다. 룸메가 와서 힘주어 빼도 안 빠졌다. 결국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매우 빠르게 기사님이 도착하였다. (이 구역 담당자인신 듯) 기사님은 "힘주어서 빼면 됩니다."라고 하셨다... 아니 우리도 번갈아 엄청 힘줬는데 왜 안 됐지? 우리는 너무 안 빠져서 모뎀 뚜껑까지 열었는데. 여하튼 이런 사소한 일로 기사님을 오시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웃으셨다. 기사님이 뭔가를 테스트하시는 동안 복합기 프린터는 그제야 컴퓨터에 인식되었다. 드디어! 
문제는 [랜선]-[모뎀]-[공유기/컴퓨터]로 연결되었던 것을 [랜선]-[모뎀]-[공유기]-[컴퓨터]로 연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복합기가 한 공유기에 잡혀야 한다는 말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인데 나는 왜 몰랐을까.(사실 나는 인터넷 선 건드리는 걸 좀 무서워하기 때문에. 인터넷 안 될까 봐.) 게다가 나는 무사히 설치가 된 뒤 선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고 했다. 그러자 아직 안 가고 계셨던 인터넷 기사님이 그러면 복합기를 못 쓴다고 하셨다. 그냥 이대로 두어야 한다고. 네... 그렇습니까. 네. 


선 없이 프린트가 되니까 좋긴 하지만 다시 지난 사흘 간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유비쿼터스? 무선 인터넷으로 온 집안 사물이 손 안에서 제어되는 세상? 어휴 생각만 해도 여드름 나네. 기계와의 소통이 이렇게 힘든 일인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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