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과 아침 비, 더위
세화리에서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해서 오전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일어나니 비가 막 그친 모양이었다. 땅은 흥건하지 않게 적당히 젖어 있고 바람이 서늘했다. 어제는 햇볕 때문에 얼굴이 타는 듯했는데 (이대로는 틀림없이 곧 기미가 생길 것 같아 도톰한 천을 얻어 창을 더 가렸다.) 오늘은 아침 볕이 없어 부드러운 아침을 맞았다. 고양이들 물과 밥을 챙겨주었다. 고양이들이 조금 익숙해졌는지 오늘은 뭐라고 말을 건다.
아침 식사로는 어제 하나로마트에서 사온 우유와 시리얼을 먹었다. 채소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역시 어제 사온 양배추를 채썰어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렸다. 아침을 먹고 천천히 준비해 오일장을 갔다. 집에서 마을 어귀에 있는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린다. 나갈 때는 내리막, 들어올 때는 오르막이다.
버스를 타고 여섯 정거장 가면 세화리이다. 어제 p언니가 가르쳐준 대로 오일장을 잘 찾아갔다. 입구부터 어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각자 한 가지씩 쇼핑을 했는데, 나는 챙겨온 스카프가 없어서 목이 타는 것 같아, 손수건보다 조금 큰 마젠타색 아사면 미니 스카프를 샀다. 감물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냥 예쁜 마젠타다. 요즘엔 감물도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는지 궁금하다. 온갖 예쁜 색이 많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모델로 삼아 같이 구경하던 아주머니들께 광고를 했다. 나에게 스카프를 둘러주며 "이 아가씨 봐, 예쁘지?" 하셔서 얼떨결에 웃어 보였다. 유는 집에 보낸다며 블러드오렌지 작은 박스를 주문했다. 블러드오렌지는 나오는 시기도 짧고 맛도 특이하다며 젊은 상인이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가만히 보니 남아공에서 먹었던 품종 같다. 그때 언니가 저거 참 잘 먹었는데. 나도 뭔가 보내고 싶은데, 제주에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보내야겠다.
한낮이 되자 너무 더워서 가디건도 벗고 소매도 걷었지만 빠르게 지쳐버렸다. 혹시 우표를 살까 해서 우체국에 들렀다가, 가까우니 다음에 다시 오자며 빈손으로 나왔다. 안 그래도 모레 정도에 서울로 부칠 가제본이 있다. 더워서 정신이 없었는지, 마트에서 살 것이 있었는데 깜박하고 버스를 탔다. 그러고 또 깜박하고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김에 바다에 들렀다 갈까 했는데 골목을 뱅뱅 돌다가 길을 잃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되게 가까웠는데 지도도 계속 봤는데 나는 대체 뭘까)
집에 오니 문 앞에 집주인 님이 놓고 가신 지원 물품이 쌓여 있었다. 우리가 각자 작업을 한다니까 신경써서 스탠드도 두 개나 갖다 주시고 커피도 챙겨 주셨다. 식료품도 많이 주셨다. 우리도 뭔가를 보답해야 할 텐데 감사의 인삿말밖에 못 드렸다.
집에 와서는 교정 작업을 했다. 급한 일정이라 내일까지 완료하고 모레는 보내야 한다. JTBC에서 대선토론을 해서 그걸 좀 봤다. 제주에 와서 #파는손글씨 사진을 잘 찍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참여하고 싶은 분은 해시태그를 찾아봐 주십시오.) 내일은 근처의 카페에서 교정을 끝내려고 한다. 빨리 자야 되는데, 벌써 열두 시가 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