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산책, 유와 개, 급알바

by 윤준가



아침부터 해가 쨍- 하고 났다. 다행히 저번에 추가로 가린 천이 위안이 되어 얼굴 타는 느낌 없이 쾌적하게 잠에서 깼다. 사흘 동안 비가 오거나 흐렸는데 해가 좋아져서 서둘러 빨래를 했다. 이런 볕이라면 몇 시간 만에도 바싹 마를 것 같았다.

아침으로는 간단하게 간장계란밥(나는 계란보다는 달걀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는데 간장계란밥은 계란이라고 해야 말맛이 산단 말야)을 만들어 먹었다. 어제 남은 덮밥 소스도 곁들여 먹고.
고양이들이 어째 점점 더 많이 보인다. 낯선 사람들이 와서, 길고양이들이 좀 경계하다가 별일이 없다는걸 알고 다시 모이나보다. 오늘은 삼색이도 두 마리나 다녀갔고, 늘 변죽 좋게 일등으로 얻어 먹는 턱시도 고양이도 한참을 놀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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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3_image_1495436763.jpg?type=w773 모자가 자꾸 바람에 날아가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무줄을 달았다.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교정을 하고 있다가 유가 동네 산책을 나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해안가로 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더니, 아름다운 돌담과 밭이 이어졌다. 해질녘에는 더 좋을 것 같았다. 조금 걸으니 바다도 보였다. 이쪽으로도 산책을 자주 나와야겠구나, 하며 천천히 걸어 다녀왔다.
언젠가 친구가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제주도를 좋아해?"
그때 이런 대답을 했다.
"나는 아름다운 곳에 살고 싶은데, 내가 사는 곳은 아름답지가 않아. 그런데 제주에 가면 그냥 집앞만 나가도 사방이 아름답더라고. 그게 정말 기분이 좋아."


오전에 산책한 길. 그냥 평범한? 동네 길이다.


오늘은 비읍이(가명)가 내 다리에 슬쩍 몸도 비비고, 등도 만지게 허락해 줬다. 더 친해지자.





그런데 산책에서 돌아오다가, 이웃집 개와 인사 나누러 잠시 들어갔는데 유가 그만 개에게 물려버렸다. 개에게 물린 다리를 빼다가 유는 뒤로 쿠당탕 넘어지고 상처도 피멍이 들었다. 조심히 다가간다고 갔는데, 주인분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개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앞으로는 개와 인사할 때 더 조심해야겠다. 물린 유도, 개의 주인분도 너무 놀랐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조금 있으니 다시 주인분이 오셔서 사과를 하시고 약도 갖고 오시고 찢어진 바지도 새로 사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유는 한사코 한사코 괜찮다고 했는데, 그래도 처음 개에게 물린 거라, 꽤 놀란 것 같았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p언니가 연락을 주셨다. 카페에 사람이 많다고 급히 와 줄 수 있냐는 급알바 요청. 어제, 오늘의 손님 규모 예측을 못하겠다고 하셔서 나는 집에 있을 테니 급하면 부르시라고 미리 대화한 바 있다. 채비를 하고 카페에 가서 일을 했다. 일하다 보니 배가 고팠다. 생각해 보니, 개 사건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나왔다. 언니가 발뮤다 토스터로 버터토스트를 구워주셨다. (발뮤다 토스트 드시러 오십쇼.)

우리의 단출한 반찬 사정을 어떻게 아시고 p언니가 집에서 김치를 가져다 주셨다. 김치도 생겼겠다, 언니랑 같이 돼지고기김치찜을 해먹기로 하고 집에 왔다. 집주인 님이 떠나기 전에 주신 흑돼지 오겹살이 냉동실에 있었거든. 전라도 신김치로 만들어서 좀 짜고 좀 시었지만 서둘러 대충 만들어본 것치고는 먹을 만하게 된 것 같았다. (김치찜 처음 해 봄) 그런데 역시 곁들일 반찬이 도시락김밖에 없었다. 단 두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다음에 손님을 모실 때는 상이 이렇게 허전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래도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밥을 먹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후식으로 오는 길에 언니가 사주신 치즈먹물식빵을 뜯어먹었다. (맛있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내일은 벨롱장이 열리는 날인데 마침 그 시각에 나는 새로운 알바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유 혼자 둘러보고 만나기로 했다. 다음 벨롱장에는 나도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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