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 청소와 점빵 돌기
오늘은 청소 알바 오리엔테이션과 창틀 청소가 있는 날이다. 집에서 15분 정도 걸어 해변가로 가면 잔디가 깨끗하게 가꿔진 작고 예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그곳에 독채 민박이 있는데, 그 공간을 내가 한 달 동안 청소하기로 했다.
대략의 일 설명을 듣고 사장님과 함께 바깥 창문틀 청소를 했다. 어제 창틀 한 군데 청소를 혼자 하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며, 도와 달라고 하셨다. 보통 바깥 창틀은 쉬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집에서도 잘 청소를 하지 않는 구역이다. 안쪽 창틀은 가끔 닦지만 바깥은 그저 열고 닫을 뿐 닦을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숙박업소는 당연히 손님에게 깨끗한 숙소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니까 바깥 창도 열심히 닦아야 했다.
나는 재작년 여름 이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적이 있다. 그때는 도미토리에서 잤는데, 햇볕에 바싹 말라 바삭거리는 시트와 이불커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치 호텔 침구 같은 쾌적함을 주는 곳이었다. 샤워실도 깨끗해서, 나오면서 내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 굉장히 잘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느니, 당연히 열심히 창틀을 닦았다. 사장님은 내가 청소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너무 오래 닦아서 아마 조금은 답답하셨을 것도 같다. 청소는 처음 맘 먹었을 때 열심히 해놓으면 그 다음 유지는 비교적 쉽다. 나는 앞으로 계속 이 공간을 청소해야 하는 나를 위해 오늘 열심히 창틀을 닦았다고 할 수 있다.
청소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p언니가(또 p언니다. 제주 생활의 정신적 물질적 지주.) 집에서 안 쓰는 밀폐용기를 가져다 놓았으니 갖고 가서 쓰라고 하셨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집주인 님의 텃밭이 근처에 있는데 마음껏 채소를 따다 먹으라는 메시지도 받았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단촐한 식탁을 선보여서 언니가 마음이 쓰이셨나보다. 언니네 카페에 가서 밀폐용기와 안 쓰는 몇 가지 식재료를 받았다. 바로 근처에 있는 텃밭에 찾아가보니 상추와 쪽파가 잘 자라고 있었다. 상추와 쪽파를 두 번 먹을 정도 수확해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으로 어제 먹고 남은 김치찜과 상추, 후리카케(밥에 뿌리면 양념맛이 나는 가루)에 밥을 먹고, 진통제를 먹고 잠시 쉬었다. 오늘부터 생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정 초반에 생리라니, 그렇다면 제주 생활 중 한 번 더 생리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쳇) 불편하고 모자란 점이 많은 단기 이주 생활 중에도 생리컵을 쓰니까 편한 점이 많다. (다들 생리컵 쓰고 편해지셔요.)
잠들었다가 깨니 생리통이 많이 가라앉아서, 기운을 내 동네에 있는 두 군데의 점빵에 다녀왔다. 작은 식료품점들인데, 우리가 원하는 우유는 없었다. 한 군데는 확실히 없다고 주인에게 들었고, 한 군데는 문이 닫혀 있었는데 유리문 너머로 냉장고를 살펴보니 역시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두 번째 간 곳은 과자 종류도 다양하고 아이스크림 냉장고도 있었다. 가끔 오게 될 것 같다. 오늘은 수확 없이 다시 슬렁슬렁 걸어 돌아왔다.
교정 작업을 이어서 하다가 저녁을 차렸다. 지난 번에 사놓은 애호박으로 애호박새우젓볶음을 하고,(p언니가 새우젓을 주셨다.) 양배추를 찌고 쌈장을 만들어 양배추 쌈, 어제 먹던 김치찜도 곁들였다. 밥을 먹고 나서는 내일 장에 나가 살 목록을 작성했다. 내일은 다시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일찌감치 일어나 준비해 출발하기로 했다.
이제 교정을 끝냈다. 의뢰인에게 내일 발송하고, 내일부터는 소책자 내지 디자인 일감을 다시 붙들어야겠다. 다음주에 가제본이 나와야 하는데 의뢰인이 좀 서두르고 싶어해서, 실수 없이 잘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뭐든 서두르면 실수가 생기기 쉽다. (당연히)
도시에 있을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요즘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