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본격적인 청소 알바, 동복리해녀촌, 재능 품앗이

by 윤준가


오늘은 본격적으로 청소 알바를 시작하는 날이다. 10시 정도에 출발해 천천히 걸어 갔다. 큰길 건널목에서 기다리는데, 백구 한 마리가 같이 신호를 기다렸다. 백구는 사람들이 건너자 따라서 길을 건넜다. 안내견을 보는 듯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을 한동안 따라왔다. 마치 동행인듯,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게 참 똑똑한 개였다. 그러다가 자기 영역이 아닌지 어느 지점부터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는 10시 체크아웃인데, 보통 10:30까지 계시는 분들도 많다고 해서 그 시각에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은 내가 정식으로 청소하는 첫날이니까, 사장님이 같이 계시며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IMG_8759.jpg?type=w773 신호를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백구


IMG_8761.jpg?type=w773 자꾸 동행인 척 따라오던 백구. 얼굴도 귀여워.




우리집이었으면 당연히 보지 않고 닦지 않고 넘어갔을 구석구석을 모조리 닦아내고 깨끗이 정리하는 일. 아무래도 나는 이제까지 손님의 입장이었을 때가 많았으니까 손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열심히 청소했다. 물티슈로 먼지를 닦아내도 조금만 방심하면 먼지가 뭉쳐질 뿐 제거되지 않아서, 다시 체크를 해야 했다. 역시 보통의 청소 시간보다 약간 오버된 시간에 끝났다. 손에 익으면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겠지. 이번 주는 내내 청소 스케줄이 있다. 빠른 적응 기원!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해도 이왕 제주에 머무는데 일-집-집밥 만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거면 그냥 도시에 있지 뭐하러 제주에 온담? 그래서 점심은 동복리해녀촌에서 먹기로 했다. 동네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로 만드는 음식들을 판다(고 한다). 원래는 경미휴게소로 성게덮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아직 성게 개시를 안 했단다.

청소 알바 때문인지 배가 고프기 때문인지 게스트하우스-집-버스정류장 이렇게 왕복으로 오래 걸어서인지 계속 머리가 아팠다. 진통제를 하나 먹고 나올 걸 그랬다. 버스에서 잠시 졸았더니 그래도 조금 정신이 차려졌다. 동복리휴게소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런데 여긴 우리가 출발한 한동리와는 전혀 다르게 물안개가 잔뜩 끼어 있고 상당히 추웠다. 아깐 너무 더워서 그냥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겉옷을 챙길 걸 후회가 들었다. 팔에는 금세 소름이 돋았다. 역시 제주 날씨는 예측이 어렵다. 항상 겉옷을 챙겨 다녀야겠다. 그래서 버스 여행자의 가방은 늘 무거운 것. (으으)

동복리해녀촌에서는 성게국수와 회국수를 먹었다. 둘 다 맛있었는데 성게국수가 삼삼하고 시원해서 속을 쓰다듬어 주었고, 회국수는 쨍한 맛의 초고추장 소스와 도톰한 회가 입맛을 당겼다. 제주 국수는 모두 중면 이상의 굵기라 은근히 배가 찬다. 회국수 약간을 남기고 일어섰다. (당연히 회는 다 골라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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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로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유는 동네에서 내리고, 나는 조금 더 가서 세화의 한 pt 센터에 갔다. 그곳 강사님이 최근 독립출판 콘텐츠를 준비 중인데 약간의 컨설팅이 필요하신 것 같았다. 나는 한껏 비뚤어진 골반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품앗이 만남을 했다. 강사님은 내게 유용한 운동 두 가지를 알려주셨고 나도 콘텐츠 제작에 대해 몇 가지 팁을 드렸다. (이런 만남 너무 좋으네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pt센터 맞은편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귀한 편의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자 두 봉지를 샀다. 유는 자극적인 맛을 즐기지 않으므로, 계란과자와 치즈쿠키를 샀다.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에 고양이 사료를 리필해 주었다. 길고양이들 것까지 사료를 주다보니 엄청 빨리 소진된다. 내가 사 온 과자를 본 유가 크게 기뻐하며 커피를 만들어 주어서, 간식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도시 과자!!!!"라고 소리쳤다.

간식도 먹었고 하니 저녁은 좀 늦게, 더 가볍게 먹기로 했다. 찐 단호박, 가지구이, 우유. 건강한 식단으로. 아무래도 유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평소의 나라면 과자 한 봉지 다 먹었을 텐데, 유가 단호하게 그만 먹자고 해서 봉지를 닫았다. 이번 주는 유가 식사 당번이라 건강식에 가까운 식단이 예상된다. 유는 심지어 간도 거의 없이 먹는다. 달걀프라이나 가지구이를 하면서도 내 것에만 소금을 약간 뿌려준다. (나도 식사를 만들 때 유의 것에는 간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식생활이다. 나는 그렇게 못 살듯.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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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 지에스 편의점 앞에서 둘이 순하게 사람들과 계속 인사하고 있었다. 편의점에 물어봤는데 키우는 개가 아니라고 한다.

IMG_8755.jpg?type=w773 정류장에서 내리면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솔솔


IMG_8754.jpg?type=w773 건강한 저녁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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