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응이, 아침부터 비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었다. 날이 흐리면 평소에도 좀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오늘은 자다 깨다 반복하며 8시쯤에 최종적으로 일어났다. 일어나면 우선 밖에 나가 고양이들 밥을 준다. 역시 오늘도 애교 많은 니은이가 기다리고 있다가 야옹야옹 애교를 부렸다. 비가 오는데도 굳이 내 앞에서 한바퀴 뒹굴, 할 정도로 애교가 많다. 집주인은 분명히 '무뚝뚝한 고양이 세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람?
비가 오니까 놀러 갈 곳이 없는지, 동네 고양이들이 많이들 와 있는 것 같았다. 마당에 총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보였다. 사료를 주니 다들 부지런히 오가며 밥을 먹었다.
발목이 아프니까 내 행동 반경은 마당까지다. 아침에 배가 고파서 유가 잠을 자는 동안 시리얼 한 줌 정도를 먹었다. 과자처럼 바삭바삭. 유가 일어나서 밥을 했다. 이번 주는 유가 식사 당번이다. 우리는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요리와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평소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유에게 힘든 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잘 해내고 있다. 평소의 아침 식사보다 시간이 늦어서 아침 겸 점심으로 도토리묵, 상추, 어제 끓인 청국장찌개, 달걀프라이, 연근조림, 조개젓을 먹었다. 조개젓은 오일장 반찬가게에서 샀는데 4000원에 꽤 많이 주셔서 있는 동안 다 못 먹을 정도다.
점심을 먹고 각자 일을 하고 있으려니 잠깐 해가 났다. 그리고 그동안 안 보이던 이응이(가명)가 보였다. 이응이는 우리가 니은이와 비읍이랑 친해지는 동안 통 얼굴을 안 보여서줘서, 남자친구 만나러 갔나 싶었다. (성별 모름) 여튼 오랜만에 돌아온 이응이는, 니은이와는 다른 차원으로 냅다 애교를 부렸다. 다리를 싹싹 비비며 지나가고 쓰다듬어도 가만히 손길을 느꼈다. 이응이가 돌아온 기념으로 간식 봉지를 꺼냈다. 집주인이 고양이들을 맡기며 당부하길, 간식은 가끔씩만, 한번에 7개 이하라고 하셨다. 당부를 잘 지키고 있다. 세 마리 고양이들이 몇 개씩 골고루 먹도록 하나씩 하나씩 앞에 놔주었다. 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즐겁게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놈들이 그새 너무 예뻐졌다. 벌써 헤어질 때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