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한의원
일하던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이 따로 메시지를 주셨다. 발목이 잘 안 나으면 한의원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는 말씀이었다. 본인도 인대를 다친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았다고. 안 그래도 주말 동안 별로 차도가 없으면 월요일에 한의원에 가보려던 참이었다. 더 이상 양방에서 받을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읍내에 딱 하나 있는 한의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어서 궁금해하던 중 추천까지 받았으니 의심 없이 가보기로 한다.
아침식사로는 밥에 간고등어 구이, 텃밭 출신 상추, 쌈장을 먹었다. 이번 주는 다시 내가 식사 당번이다. 간고등어는 집주인께서 놓고 간 냉동실 속 식량 중 하나다. 집에서는 생선을 구울 때 보통 신문지로 덮는데, 신문지가 없어서 다 본 교정지를 두 장 붙여 그걸로 덮었다. 이렇게 종이를 덮어 놓으면 바삭하게 구워지면서도(뚜껑을 덮으면 안 바삭) 기름은 튀지 않아서 좋다. 굽고 나서는 역시 생선 냄새가 많이 차서, 환풍기도 돌리고 창문도 열고 작은 초도 하나 태웠다.
택시를 불러 타고 세화한의원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대기석을 보니 온갖 화려한 안마 기기들이 나와 있었다. 어깨 안마기, 다리 안마기, 안마 의자, 족욕기, 공기로 하는 다리 마사지기.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들 손님이 많은 곳이로구나. 나는 한의사 면담에 들어가고 동행한 유는 밖에서 안마의 향연을 펼쳤다.
한의사는 생각보다 젊은 분이었다. 친절하고 환자의 말도 잘 들어주고 설명도 체계적으로 확실히 해주셨다. 내 말을 모두 듣더니 초반 처치를 잘했다고, 아주 오래 가지는 않을 테고, 무리하지 않으면 수월히 좋아질 거라고 했다. 다만 걷거나 뛰는 등 무리를 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나는 한의원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예전에는 피부 때문에 몇 년이나 다녔고, 최근에는 허리가 아프거나 손목이 아플 때 종종 찾아가 침과 부황 등을 받는다. 근육이 뭉쳐 아플 때 양방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는데 한방에서는 몇 가지 시술을 할 수 있으니 그 지점에서 꽤 신뢰하는 셈이다. 보통 한의원에서는 한의사 면담 - 침 - 물리치료 순인데, 오늘 세화한의원에서는 면담-물리치료-침 순으로 진행되었다. 생각해 보니 이쪽이 더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하다. 환부를 적절히 이완시키고 난 뒤 침을 놓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파서 긴장된 근육보다는 물리치료로 풀어준 근육이 침을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나의 근거 없는 추측이다. 침을 놓을 때도 나는 이것저것 여쭤보았고, 모두 성의 있게 대답해 주셨다. 나는 친절한 의사를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겠지)
치료를 받고 나와 병원비 수납을 하고 나니, 작은 장바구니를 주셨다. 개원 선물이라고 한다. 장바구니 안에는 밀폐용기도 들어 있었다. "일행분도 드릴게요" 하며 유의 것도 챙겨주셨다. 아니, 한 30년 된 것 같은 한의원인데 개원 선물이라고. 의사분이 젊은 걸 보면 이전의 한의원을 그대로 인수받아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왕 택시로 이동하는 김에 장을 보기로 했다. 장을 보려면 하나로마트까지 가야 하는데 이 역시 지난 번 세화의원-읍사무소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460미터. 역시 절룩이며 천천히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도 확실이 그때보다는 나아졌다. 가는 길에 한아름베이커리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빵이 정말 몇 종류 없었는데 식량 대용으로 식빵, 간식용 쿠키 하나, 삼다한라 우유도 팔기에 샀다. 하나로마트에도 베이커리 코너가 있는데 여기보다 종류가 훨씬 많다. 그냥 동네 작은 빵집을 들어가 보고 싶었다. 빵집과 하나로마트 사이에 갑자기 놀라운 정원이 보였다. 누군가 아주 공들여 가꾼, 다양한 꽃이 활짝 활짝 피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아름다워서 한참 사진을 찍고 구경했다. 사람은 안 보였다.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시 택시를 불러 돌아왔다. 하나로마트를 이렇게 열심히 이용할 줄 알았다면 쓰던 농협 카드를 가져와 열심히 포인트 충전을 했을 텐데. 돌아오니 니은이가 반겨준다. 또 비읍이와 이응이는 안 보인다. 종일 놀러 다니는 걸 보니 한창 때구먼. 그나저나 어제부터 콧물과 재채기가 자꾸 나온다. 봄의 제주에는 꽃가루가 많이 떠다녀서 비염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던데 그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