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통령 선거일, 지네의 등장

by 윤준가



오늘은 아침부터 비다. 우산을 쓰고 밖거리에 가서 고양이들 밥을 줬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고양이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체할 수가 없다. 사료통을 열면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훌쩍 또는 슬그머니 나타난다. 물 그릇의 물을 바꿔 오는 동안에는 길고양이들이 들어왔다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그래도 멀리는 안 가고 마당 안에 있다가, 물 그릇을 놓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 열심히 밥을 먹는다.

아침에 내 방에서 건너편의 작업방을 보는데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었다. 저기 뭐가 있나, 이따 주워야지 생각했는데 그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지네였다. 엄청 큰 사이즈의 지네는 아니지만(얼마 전 알바하는 곳 마당에서 훨씬 큰 지네 봄) 내 가운뎃손가락보다는 길었다. 지네는 독이 있어서 물리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어떤 사람은 따끔하고 말지만 어떤 사람은 팔이 떨어질듯 아팠다 하고 또 어떤 이는 마비가 왔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지네에 따라 독성의 강도가 달라지나 보다. 살충제를 뿌리고 비로 쓸어담아 마당에 버렸다. (유가 다 함. 나는 정말 보는 것도 너무 힘든 도전이다) 내일 읍내에 나가면 살충제와 박멸제를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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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1번 문재인, 2번 홍준표, 3번 안철수, 4번 유승민, 5번 심상정. 오후 1시에 사전 투표율과 합산된 전체 투표율이 50%가 넘었다. 최종 투표율은 얼마가 나올까? 낮부터 티비를 틀어두고 가끔 투표 방송을 봤다.

아침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어제 한아름베이커리에서 사온 식빵으로 만들었다. 먼저 우유와 달걀을 섞어 달걀물을 만들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달걀물에 식빵을 충분히 적셔서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약불로 굽는다. 버터를 녹여서 구우면 풍미가 아주 좋지만 여기는 없어서 올리브유와 카놀라유를 섞어서 사용했다. 장식 삼아 냉장고에 있던 파슬리 가루를 약간 뿌렸다.

점심은 냉장고에 있던 떡국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었다. 시들어가는 가지가 있어서 하나를 다 넣고, 지난번 쓰고 남은 양배추도 다듬어 넣었다. 냉동실에 얼린 대파가 있어서 그것도 사용했다. 마늘과 치킨스톡으로 향을 낸 국물에 고춧가루와 고추장, 간장, 올리고당으로 맛을 만들었다. 얼린 대파는 수분이 빠진 상태라서 볶음 요리에 쓰면 아주 질겨진다. 찌개나 국 등 국물 요리에만 쓴다. 식용유가 다 떨어졌다. 내일 나갈 일이 있으니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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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방송을 보면서 저녁은 피자를 시켜 먹었다. 뭔가를 시켜 먹고 싶었다. '난 피자 넌 치킨'이라는 곳에서 시켰는데 여기는 피자가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라지 사이즈 콤비네이션 피자에 콜라를 추가했는데 13,500원이다. 맛도 있고 도우도 얇고 그래서 많이 먹었다. 밤 11시, 문재인이 당선 유력, 확실이 되었다.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랍지 않다.

아까 오후에 니은이가 간식을 먹고 난 뒤 "푸르르 푸르르" 하는 소리를 냈다. 보통 널리 알려진 골골송이 아니고 정말 "푸르르~" 하는 소리다. 사람이 입술에 힘을 빼고 다문 뒤 바람을 내보내는 소리와 유사하다. 검색해 보니,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이기도 하고 호흡기에 문제가 있을 때 내는 소리라고도 한다. 트위터에서도 아는 분이 답해주셨는데 역시 원인을 잘 모르지만 좋거나 나쁘거나라고 한다. 정황상 기분 좋아서 내는 소리인 듯하다. 간식 줄 때나 같이 놀고 나서 그런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오늘도 니은, 비읍, 이응이 모두를 만났다. 다들 산책할 때 몸 조심하고 춥거나 배고프면 재깍재깍 집에 들어오너라.

고양이들한테 정이 너무 많이 들까봐 걱정이다.


se3_image_2446688487.jpg?type=w773 오늘의 귀여움. 얘는 길고양이. 어디서 잘렸는지 꼬리가 뭉툭하다.


se3_image_943644767.jpg?type=w773 니은이가 너무 예쁘게 굴어서 새로운 형태의 간식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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