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 송당나무, 알로하도
돌문화공원이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아주 아름다우니 꼭 가보라는 추천을 많은 곳에서 받았다. 오늘은 윗집 언니와 유와 함께 돌문화공원에 가는 날. (윗집 언니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교래리에 위치한 돌문화공원은 제주 설화인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테마로 만들어진 곳이다. 혹시 방문할 분들은 설문대할망 설화를 미리 읽고 가면 좋을 듯하다. 일단 공원이 중산간에 있으므로 가는 길이 즐거웠다. 양 옆으로 빽빽한 나무들의 향기와 그 너머의 말 목장들. 초원 위에 예쁘게 자리잡은 마굿간과 집들. 어디 먼 나라의 길을 달리는 것 같았다.
돌문화공원에 도착했는데 마침 '설문대할망 페스티벌'이라며 무료입장 기간이었다. (원래 입장료 5,000원) 들어서니 예쁘고 단정한 초가로 화장실, 휴게실, 매표소 등이 지어져 있고, 입구로 들어가면 시원한 벌판이 눈에 들어온다. 각양각색의 큼직한 돌들이 존재감을 내뿜는데 위압적이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조금 걷다 보면 물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르 따라 가면 설문대할망의 죽 그릇에서 모티브를 딴 하늘연못이 있다. 뭐랄까, 아주 큰 접시에 물을 가득 담아 놓은 것 같달까. 얕고 넓은 물이 대단한 구경거리다. 주변으로는 잘 가꾸어진 잔디와 돌문화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나는 하늘연못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 예전에도 이 접시물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다닌 출판사에서 제주로 워크숍을 왔는데 그때 이곳에 왔다. 어째선지 나는 돌문화공원의 이름도, 위치도 전부 잊어버리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과 왔던 곳이라 별로 즐겁지 않아 기억에서 삭제되었나? 그런 이유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인상적인 좋은 공간을 잊을 수 있을까?
넓은 잔디 구석에 윗집 언니가 가져온 매트를 깔았다. 천천히 걸었지만 꽤 걸었기 때문에 나도 다리가 아파 앉았다. 바람이 솔솔 불고 햇볕은 쨍쨍 내리쬐었다. 그리고 유난히 관람객이 적었다. 쾌적하고 호젓한 풍경이다.
전시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전에 왔을 때 안에도 들어가 봤는데(한번 기억이 나니 연달아 조금씩 떠올랐다) 신기한 돌들이 잔뜩 있었다. 내부 분위기도 좋았지만 지금은 밖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언니랑 이야기를 나누며 입구에서 뽑아온 음료수를 마셨다. 마침 가방에 비닐봉투가 있어서 쓰레기를 넣었다.(다니다가 뭐 주울 거 없나 하고 들고 나왔다.)
하르방이 주루룩 전시돼 있는 곳을 지나다가 언니가 샛길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나도 따라갔는데, 돌계단을 내려가니 작은 공터가 나왔다. 기괴한 돌들이 전시돼 있고, 의자로 사용할 만큼 낮고 넓적한 돌들이 서너 개 놓여 있었다.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을 휘 둘러보는데 무언가 차갑고 축축한 것이 내 발등으로 지나갔다. 깜짝 놀라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개구리나 뱀이었을까?
밖을 두루 구경하고 입구로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공간이 무척 아름다웠다. 옛집대로의 서까래와 들보들이 그대로 노출된 천장과 한옥의 창문, 화장실 문도 멋졌다. 깨끗하고 소중하게 관리되는 곳이구나.
공원을 떠나 근방의 화원에 들렀다. 송당나무라는 곳인데 온실을 겸한 건물과 정원을 보는 순간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 다음에는 여기서 차를 마시며 한참을 머무르고 싶다. 아름다운 공간에 고운 솜씨가 더해져 오밀조밀한 예쁨을 만들어냈다. 나른하게 오후의 낮잠을 즐기던 고양이 두 마리도 다시 보고 싶다.
두 군데를 만끽하느라 점심이 좀 늦었다. 하도리에 있는 '알로하도'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오늘은 풍경의 날인가, 바다가 코 앞에 있고 빈 풀장이 있는 아름다운 식당이었다. 젊은 부부가(혹시 아닐지도) 운영하는 조용한 식당. 메뉴는 이탈리안인데 딱새우가 들어간 새우크릠파스타나 루꼴라와 유채를 얹은 피자 등 현지의 특징이 조금씩 가미돼 있었다. 특히 유채잎이 그렇게 맛있는 줄 예전엔 몰랐다. 육지의 마트에서는 나물용으로 시들시들 묶음으로 나온 유채잎만 보았는데, 여기의 것은 뽀득뽀득할 정도로 아주 신선하고 향긋했다.
유독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본 날이다. 눈이 호강했다. 돌아오니 다리는 좀 피곤했지만. 이따가 씻고 소금 찜질을 좀 해야겠다.
참, 고양이 사료 5포대가 도착했다. 얘들아, 이제 밥 걱정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