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드디어 성게덮밥, 잡화점, 세화씨

by 윤준가




새벽에 계속 깼다. 고양이들이 밖에서 엄청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막 싸우거나 어딜 다친 듯한 소리가 아니고 서로 신경전 벌이는 고함 소리. 결국 6시에 일어나 나갔더니 길고양이 턱시도와 노랑이가 대치 중이었다. 나를 보고는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고양이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다시 들어와 한 시간쯤 더 잤다.

아침은 간단하게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달걀프라이를 끼워 커피를 곁들였다. 유는 오전에 우체국에 다녀와야 한다며 서둘러 나갔다. 유가 돌아오기까지 나는 일을 하고, 보던 드라마의 놓친 부분을 이어서 봤다. 나는 예전부터 이야기가 비는 걸 싫어해서 드라마든 책이든 중간에 건너뛰게 되면 나중에라도 챙겨서 찾아보는 편이다. 약간의 이야기 집착이랄까.

유가 돌아오고, 점심 때가 가까워왔는데 마침 윗집 언니가 연락을 주셨다. 오늘 놀러 나가는데 같이 가겠냐는 말씀. 윗집 언니는 무료한 요양 생활 중 한줄기 빛이다. 대환영의 의사를 전달하고 오랜만의 외출 준비를 했다. 화장도 하고 옷도 챙겨 입고 카메라도 넣고.

우선 점심을 먹으러 경미휴게소에 갔다. 그렇다. 지난번에도 방문한 바 있지만 성게를 못 먹고 돌아온 그곳이다. 이번엔 확실히 성게덮밥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갔다. 과연 다들 추천할 만했다. 사실 성게덮밥에 별 특별한 비법은 없다. 밥+김+성게가 전부다. 그러니 성게만 있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손쉽게 먹을 수 있다. 다만 경미휴게소의 훌륭한 점은 성게를 아주 실하게 올려준다는 점. 비비면 밥 전체를 충분히 감쌀 만큼 만족스러운 양의 성게였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바로 근처의 B일상잡화점. 재밌는 것이 가득한 소품숍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제주를 담은 엽서를 한 장 사고, 귀여운 멍멍이 브로치를 하나 샀다. 집에서 바람막이를 받았는데 상표가 너무 보기 싫어서 가릴 용도로 구매했다. 내가 고른 상품의 금액은 8500원인데, 10000원이 넘지 않아서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마침 나는 현금이 한 푼도 없어서 급히 유에게 빌렸는데 돈을 주려도 다가오던 유가 그만 머리를 천장에 쿵!! 하고 찧었다. 이 가게의 천장은 유독 낮아서 많은 사람들이 쿵쿵 머리를 찧고 다닌다.

표선의 새로 생긴 카페에 가보려고 했는데 거리가 멀어 잠시 뒤로하고 '안녕세화씨'라는 세화리의 카페에 갔다. 세화 해변에 있는 건물의 3층에 위치했다. 들어서는데 어쩜,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이었다. 카페 전면의 큰 창으로 세화 바다가 가득 들어왔고 카페 내부의 가구나 배치도 이용객의 시야를 넓히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 같았다. 공간이 드물게 넓어서 또한 시원시원했다. 아름다운 세화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씩 도란도란 나누고 돌아왔다.

저녁에는 된장찌개와 상추쌈으로 저녁을 먹고, 거의 완성돼 가는 소책자 작업을 했다. 마지막(정말?) 수정을 하고, 표지 요소에 대해 의논도 하고, 견본 인쇄를 위해 인쇄소의 견적을 알아보았다. 5000부 수량의 제작 계획인데 끝까지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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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면 섭섭한 니은이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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