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물 먹는 일

by 윤준가



"제주의 물은 다 용천수라서 몸에 좋다." 하는 말들을 나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래서 막연히 제주에서는 수돗물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부엌엔 500ml짜리 삼다수 물병이 여러 병 놓여 있었다. 집주인께서 미리 사다 놓으신 것이었다. 일단 그 물을 먹다가, 마트에 갈 일이 있을 때 큰 병으로 6개 묶음을 사서 그걸 먹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차가 없으므로 누군가 태워주지 않으면 물을 사오는 게 힘들었다. 왜 '불가능'은 아니냐면, 집 근처 점빵에서 마트의 두 배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먹어볼까 여러 번 생각을 했지만 혹시라도 물갈이를 할 수 있어서 일단 제주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할 때까지는 사먹기로 했다. 그러다가 언제까지 물 때문에 자꾸 주변에 폐를 끼칠 수도 없고 해서, 한번 끓여먹어 보기로 했다.

그냥 수돗물을 받아서 전기포트에 넣고 끓였다. 물이 식으면 빈 패트병에 담아서 모았다. 물에서는 약간의 냄새가 났다. 수도권의 수돗물에서 맡지 못한 독특한 냄새였다. 음, 역시 제주라서 뭔가 다른가. 하는 마음으로 며칠을 먹었다. 그런데 유부터 시작해서 나까지 차츰 속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끊이고 시간이 좀 지난 물에서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속이 나빠진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손치더라도, 냄새를 참기는 좀 힘들었다. 물을 하루 한두 잔만 먹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마셔야 하는데 매번 괴로워하며 지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다시 물을 사먹게 되었다.

동네 언니께 여쭈어 보니, 제주가 유달리 수돗물에 염소를 많이 쓴다는 말도 있고, 웬만해서는 탈이 없는데 집집마다 수도관이 다르니 그 또한 일반화할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여긴 오래된 집이라 수도관 탓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또 차를 얻어타고 마트에 갈 때마다 꼬박꼬박 물을 사오고 있다. 물을 잘 먹자. 많이 먹자. 물은 몸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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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은이와 비읍이. 간식 달라고 자꾸 떼를 쓴다. 너희들 그래봤자 사진만 찍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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